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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사람

기룬 것이 어디 밀짚모자뿐이랴

larinari 2015.05.23 13:07

 

 

 

윤여문

 

 

꽃잎 흩날리는 늦봄에... 기룬 것이 어디
논길을 달려가던 자전거뿐이랴
님의 운명을 닮아서 늘 푸른 애창곡 <상록수>뿐이랴
논두렁에 걸터앉은 양은 막걸리 술잔
'사람 사는 세상'의 감빛 밀짚모자뿐이랴?

"사람이 먼저다, 무릇 사람이 먼저다"
그러나 원칙과 상식이 마른 풀잎처럼 쓰러져버린 
험상궂은 반칙사회의 벼랑 끝에서
짓밟힌 풀포기(民草)를 뜨겁게 끌어안은 <변호인>
거꾸로 선 역사를 곧추세운 청문회 의인(義人)

팔레스타인 소년처럼 돌멩이 들었던 아스팔트 투사 
돈과 권력으로 무장한 괴물군단의 저승사자
야트막한 마을, 어둔 골목길로 걸어갔던 듬직한 맏형
주름진 얼굴의 눈물 닦아준 바보 성자(聖者)
국가와 국민의 자존심을 지켜준 '내 마음의 대통령'

올해도, 시드니 물항의 맹그로브 숲을 떠나서
열흘 밤낮 태평양을 건너간 그리움은
기어이 봉하마을 논배미에 내린 큰뒷부리도요새
빼앗긴 봄이 어느새 다섯 번인데
여태도 풀리지 않는 명치끝의 멍울이구나

오랜 슬픔이 하늘끝에 이르면 흰구름이 되는 걸까
자전거 타고 떠도는 낯익은 밀짚모자
"기다리시오, 함께 아팠던 처음처럼 기다려 주시오
오오! 마침내 그날이 오면, 꺼져가는
촛불의 심지를 돋우고 상한 갈대도 일으켜 세웁시다"

무심한 듯 봄날은 오고 가지만 차마 꿈엔들 잊겠는가
촛불 밝히면, 오금이 저린 비리사회의 악령들
탐욕스런 자본과 그 앞에 넙죽 엎드린 마름 종자들
검은 돈에 볼모 잡힌 벼슬아치와 정치모리배들
스스로 거세당하여 명토 박을 펜대조차 없는 기자들

아직은 빼앗긴 봄날... 설운 것이 어디
바닷 속에 잠겨버린, 반칙 모르는 앳된 목숨들뿐이랴
흑백사진으로 남은 노무현의 눈물뿐이랴
차마 떠나가지 못하여
검은 자전거 타고 떠도는 밀짚모자뿐이랴?

 

 

시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9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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