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다 부상을 당했습니다. 손바닥과 무릎을 시멘트 바닥에 쓱싹 갈아버렸지요. 상처부위에 드레싱 밴드를 떡허니 붙이고 수업에 가는데 채윤이 현승이가 '오늘 엄마 애기들이 으막션샘미 손 왜 그래요? 막 물어보겠네' 합니다. 오, 애기들한테 가서 엄살 좀 떨어줘야겠는 걸!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보자마자 '션샘미, 왜 그래요?' 걱정포텐 터지는 반응 나올 줄 기대했으나..... 어느 아가도 아야야 내 손을 주목하지 않습니다. 기타코드 옮기며 일부러 손바닥을 펴곤 했는데도.... 흑흑. '얘들아, 선생님 아야했어' 결국 내 입으로 불었습니다. 물론 그 다음 반응은 '션샘미, 안 아파요? 엉엉.... 우리 으막션샘미가 다쳤어' 이럴 줄 알았습죠.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저마다 여기 저기 코딱지만 한 상처를 찾아내며 '나도 아파요. 나도 아야했어요'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고. 급기야 상처를 보여주기 위해 앞으로 돌진. (실패다) 물러설 수 없다. 실로폰 계단을 오르고 싶은 사람은 션샘미 아픈 손에 호~오 해줘야 한다고 근엄하게 선언했습니다. 모두들 경건한 자세로 호~오를 했습니다. 히히히. 딱지 떼지 마세요~ 상처엔 실로폰계단에 눈먼 아가들의 호~오를 발라주세요! 오늘도 음악수업을 빙자한 힐링캠프였습니다.

 

어제에 대한 후회도, 내일에 대한 두려움도 없이 오직 지금 여기를 사는 아가들.

이런 영혼들이 자라서 어쩌다 어른이 되는 것일까요? 이런 모든 흔한 고집불통에 돈이 전부인 줄 알고 자기 유익을 위해 사람 죽어나갈 거짓말과 망언을 서슴치 않는 어른 말입니다. 내 생각만이 맞다며 결코 마음의 꼬리를 내릴 줄 모르는 뻣뻣한 어른들 말입니다. 실로폰 계단 한 번 올라 보자고 아빠다리에 손무릎, 반짝이는 눈으로 선생님 바라보기, 차렷! 그 상태로 얼음이 되는 작은 사람들. 물론 딱 10초 정도만. 아, 이런 사람들, 이 작은 사람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고정희 시인의 시 일부가 입가에 맴돌았습니다. 

 

 

 

 

 

 

[우리들의 아기는 살아 있는 기도라네]

 

고정희

 

 

보시오

그리움의 태에서 미래의 아기들이 태어나네

그들은 자라서 무엇이 될까

우리들의 아기는 살아 있는 기도라네

딸과 아들로 어우러진 아기들이여

우리 아기에게 해가 되라 하게, 해로 솟을 것이네

별이 되라 하게, 별로 빛날 것이네

우리 아기에게 희망이 되라 하게, 희망으로 떠오를 것이네

그러나 우리 아기에게 폭군이 되라 하면 폭군이 되고

인형이 되라 하면 인형이 되고

절망이 되라 하면 절망이 될 것이네,

우리들의 아기는 살아 있는 기도라네

 

길이 되라 하면 길이 되고

감옥이 되라 하면 감옥이 되고

노리개가 되라 하면 노리개가 되기까지

무럭무럭 자라는 아기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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