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이 걱정어린 말투로
'얼굴에 그렇게 충만하던 기쁨이 사라졌어. 왜 그래?' 라고 말씀하셔서....
'에? 음냐...음냐..... 그니깐 모 기쁨이.....모..... 그게 왜 사라졌죠?'
라고 답하고 남편한테 그 얘길 했더니,
'그래, 맞어. 당신 좀 그래졌어'
'에? 내가? 기쁨이....모?'
라고 했다.
딱히 내가 기쁨이 있는지 없는 지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오늘 하루 종일 '난 기쁨이 없다. 기쁨이 없다. 내겐 기쁨이 사라졌어...
기쁨이 없어....기쁨이...말이지...기쁨이...'
(아직 G 포스팅에서 필받은 반복 신드롬 사라지지 않고 있음)
라고 하다보니 하루 종일 책도 안 읽히고 등받이도 없는 플라스틱 의자에 허리를 반으로 꺾고 앉아서 인터넷 돌아댕기기만 하고 있음.
이러느니 아무거나 포스팅이라도 하자.
하고는 좀전에 두 놈들 들이닥치자 나눈 착한 간식을 떠벌임으로 충실한 엄마놀이나 해보려는 중.
현충사에서 주워온 모과와 시장에서 몇 개를 더 사서는 모과차를 담궜는데 내 생애 최고의 모과차가 되었음.
전에도 몇 번 시도했었는데 이렇게 성공적으로 이쁜 색으로 맑게 우러난 적이 없었다.
게다가 설탕은 아주 조금만 넣고 올리고당과 꿀을 넣어 건강까지 백배 챙겼다는 자부심 충천하다. 착한밥상 윤혜신 나와보라구해! ㅎㅎ
그 때 그 때 다 먹어치우기 전에 굳어버리는 인절미를 냉동고에 얼렸다가 기름에 구우면 찐득찐득하니 맛있는 찰떡이 지대로 된다.
어렸을 적에 엄마가 많이 해주시던건데....
찐득찐득 기름에 구운 찰떡과 모과차 한 잔으로 오후 간식을 섭취하신 아이들은 싸우면서 수영장엘 가셨다.
기쁨이 사라졌다.
기쁨이 사라졌는지, 기쁘게 보이려고 애쓰던 기쁨의 거품이 사라졌는지는 모를 일이다.
약간 멍 때리면서 하루를 보냈으나 반으로 꺾였던 허리만 좀 아플 뿐.
이럴 때도 있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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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 2009.12.03 08:26
샘 솟는 주의 기쁨~~~♬
주님 한분만으로 기쁨이 언제나 충만해야 하는데 피부에 와 닿는 조그만 문제들로 인해
기쁨이 왔다 갔다 한답니다.
현충사의 모과차라니 것두 한잔하고픈 생각이 간절히 일어나네요.ㅋㅋㅋ-
larinari 2009.12.03 08:54
원래 각본상 리필은 커피가 아니고 모과차였는데 커피맛 칭찬해주시는 바람에 잊어버렸어요. ㅎㅎㅎ
왜 애들이 넘어져서 무릎이 깨졌을 때요...
혼자 있다 넘어졌으면 툴툴 털고 아무일 없었단 듯이 일어나 갈 일을 누가 옆에서 '아이구, 어떡해... 피나네' 이러면 아픈지 생각도 안해보고 우는 거 있죠?
기쁨이 있네 없네 라는 생각도 딱히 안했는데 괜히 걱정해주는 말을 곱씹고 묵상하고 그랬더니 '어, 내가 정말 그런가?' 싶은 거지요.
사람 감정이라는게 말 한 마디, 전화 한 통에 뒤집어졌다 엎어졌다 하는 것이니 감정 너머의 참된 기쁨이 아니고는 껍데기 뿐인 듯 싶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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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st 2009.12.03 09:53
어제는 하루종일 뒹굴뒹굴 거렸더니 이제야 좀 살 것 같사옵니다.
따땃한 모과차, 인절미 저두 좋아합니다. ㅋㅋㅋ
살다보면 이런 날 저런 날 있는 것 같지요.........
오늘도 하루 종일 뒤집어지게 늘어질 예정입니다. ^___^ -
챙 2009.12.03 11:51
집나간 기쁨이가 어여 집으로 돌아와야 할텐데요 ㅠ
기쁨이 어딨냐 기쁨이 어딨냐 기쁨이 어딨냐?
ㅎㅎ
그런데 날씨도 한 몫하는 것 같아요
습기지고 우중충하고 몸도 찌뿌둥한 것이
더 기분을 멍하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해요 ^^
딱 쌤의 찐한 커피가 생각나는 날씨인거죠 ㅎㅎ
기운 내세용!!^^ -
mary 2009.12.03 13:04
모과차가 진짜 착하고 깨끗해보이는 것이 맛있게 생겼네.
가끔은 하루종일 집안에서 멍때리고 앉아 있는거두 괜챦아.
난 거품이 사라진 기쁨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