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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침으로 자주 먹는 또띠아롤 공개.
언제나 양으로 실망시키지 않는 코스트코의 또띠아를 사다 냉동실에 재워두어요.
한동안 로즈마리님표 퀘사디아를 배워서 해먹었어요.
얼마 전 천안의 김성수목사님 댁에 갔다가 장수연사모님표 또띠아롤을 신메뉴로 영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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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추, 파프리카, 양파, 토마토 등 그 때 그 때 손쉬운 걸로다가 늘어놓고 활용해요.
풀떼기만 먹는 게 아쉽다~ 한다면 참치나 닭가슴살 캔? 이런 것도 넣어보구요.
아, 먼저 치즈 한 장 깔아줬고, 위에는 칠리소스 뿌립니다.
뿌리는 소스도 뭣도 그냥 있는대로, 지 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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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래 가지구 둘둘 말아서 반 자르니까 있어 보이죠?
각자 알아서 싸먹으라고 하면 무쉭하신 두 남자분들 이따시 만큼 두껍게 만들어서 야채 질질 새고 난리도 아니라는 거 살짝 알려드립니다.
아침식사로 이거 하나 씩 딱 멕이고, 우유 한 잔 씩 멕여서 내보내면 엄마 맘이 든든하더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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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깍두기 출연인데요.
현승이가 또띠아를 이~렇게 들여다보더니 '엄마, 나 이걸 보니까 고르곤졸라 핏자가 먹고 싶어' 합니다. (명일동 LG 옆에 있는 화덕구이 피자집, 핏자 이올라! 나도 그립네.ㅠㅠ)
그래서 완전 모양만 비슷하게 만들어줬더니 '야아~~~~ 고르곤졸라다!' 이러면서 먹어요.
바부탱이, 김현승.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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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말이 위에 새싹을 한 줌 얹었다.
여기 얹지 않았으면 며칠
냉장고에 계시다 여지없이 음식 쓰레기로 가실,
잊히기 딱 좋은 분량이었다.
늘 먹는 계란말이에 새싹 얹고 오리엔탈 드레싱 뿌리니 아침 식탁이 화려해졌다.
아으, 계란의 단백질에 야채까지 섭취시키는 이 뿌듯한 주부의 마음.
요런 잔머리가 팽팽 돌아갈 때, 진짜 신나고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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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묵볶음을 했는데 짜고 매워서 100% 콤플레인 들어온 판이었다.
역시 먹다가 한 줌 남은 상추를 썰어서 밑에 깔고 같이 집어 먹는 거라고 했다.
(누가 보면 돼지 불고긴줄 알겠네!)
다시 돌아가는,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키는 팽팽팽팽 잔머리.


무슨 코딱지 만 한 여자가 에너지가 그리 많냐는 얘기를 듣는다.
이제와 얘긴데. 실은 다 재밌어서 하는 짓이다. 재밌자고 하는 짓이다.
일도, 강의도, 글쓰기도, 요리도, 커피도, 블로그질도, 가끔 카스질도....
딱 이 정도의 재미로 살면 좋겠는데 말이다. 
재미없는 일 하나가 발목을 붙들고 놔주질 않는다.
하려니 어렵고 안하려니 더 어려운 일이 말이다.
의미도 '미'자 돌림이니까 재미랑 멀지 않을텐데.
의미 충만한 일에서 재미의 깊은 맛을 건져올릴 수 있어야할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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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6월 13일 서울 합정동에서


얼음과 커피가 만나 얼음 커피가 된다.
싸늘하고 투명한 표정,
반듯하게 각진 사각의 얼굴,
시간이 지나면 완고한 각을 풀고 시원하게 녹아드는 그 유연함,
입에 하나 물면
적어도 입속에서만큼은 여름을 곧바로 물리치는 그 즉각적 위력,
깨물어서 잘게 부수면
사탕도 아니면서 사탕보다 더 빠르게 녹아드는 그 속도감,
얼음은 매력적이긴 했다.
그래서 둘의 만남은 항상 커피의 기다림으로 이루어졌다.
커피는 기다렸다.
커피의 기다림은 하얀 김으로 솟아올라 바깥을 기웃거리며
얼음이 언제 오는지 목을 빼게 하곤 했다.
혹자는 커피의 기다림을
진한 갈색 향기의 기다림이라고 노래하기도 했다.
그 기다림은 대개 봉지에 털어낸 건조한 가루를
뜨거운 물에 녹이면서 시작되었다.
기다리는 가슴은 뜨거웠다.
그 뜨거운 가슴의 체온을 모두 내주며 얼음을 받아들일 때
드디어 우리는 그 자리에서 얼음 커피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불현듯 방문한 합정동의 어느 가정집에서
전혀 다른 얼음 커피를 만났다.
그날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그 둘의 관계가 정반대로 뒤집혔다.

기다림은 이제 커피가 아니라 얼음의 몫이었다.
얼음들은 컵에 담겨, 혹은 커피가 오는 길목에 모여 커피를 기다렸다.
커피는 마치 강림하듯 얼음의 머리맡으로 와서
그 향기로 일단 커피에 대한 얼음의 갈증을 달래주었다.
뜨거운 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마치 씨앗처럼 커피 가루 위에 심어졌고
그 뒤에 발아를 도와줄 비처럼 뜨거운 물이 커피의 밭에 뿌려졌다.
그리고 나서 조금 더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드디어 축복처럼 커피가 내려왔다.
가장 뜨거운 가슴으로 가장 낮은 온도의 얼음 세상으로 내려와
얼음과 체온을 맞추어주는 구원의 커피였다.
얼음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커피였다.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 습성을 아는 주인이
좀 연하게 해줄까를 물었지만 나는 그냥 마시겠다고 했다.
내가 생전 처음 마셔보는 얼음 커피였다.
항상 커피의 기다림과 얼음의 강림으로 만났던 얼음 커피를
합정동의 아는 집에 놀러갔다가 얼음의 기다림과 커피의 강림으로 만났다.
그 집이 왜 그렇게 커피에 집착을 하는지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측면도 있었는데 이제는 좀 알겠다.
그 집에선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이 정반대로 뒤집어져 있었다.
그 세상에선 커피를 만난 컵 속에서 얼음이 꽃잎처럼 떠 있었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나도 그 뒤집혀서 온 세상에선
커피를 정말 맛있게 마실 수 있었다.
때로 커피는 사람에 따라 좋고 싫고가 갈리는 기호식품이 아니라
어떤 가슴 벅찬 만남의 다른 이름이기도 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6월 13일 서울 합정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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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날 리에게 일용할 연애>


개봉박두입니다.

모든 작업 끝났고 다음 주 초면 뜨끈뜨끈한 걸로 받아볼 수 있겠네요.
살짝 표지만 공개합니다.


표지 컨셉은 '상콤&달콤' 이런 것 같죠?

많이 팔리고,
좋은 반응 얻고,
무엇보다 독자들에게 일말의 이로움이라도 남기는 책이 되길.... 
비나이다. 비나이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 아버지의 무한하신 사랑과,

성령님의 감동하심에 의지하여 비나이다. 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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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돌아가신 지 어느 새  1년 입니다.
정말 건강하셨던 몇 년 전의 제주도 여행에서 유채꽃 채윤이꽃 현승이꽃에 둘러싸이셨어요.
두 아이를 번갈아가며 업으시고 유채꽃 사이를 거니실 만큼 건강하셨지요.

아버님의 손주사랑, 며느리사랑, 특별히 소주사랑을 떠올리며 쓴 글입니다.
크로스로의 '정신실의 일상愛' 두 번째 글이랍니다.
(아래 링크를 따라가서 보세요)



http://www.crosslow.com/news/articleView.html?idxno=438

 

 

 

평소 수줍음 많이 타시고 말도 별로 없으신 아버님께서 약주 한 잔 하시면 명카수로 변신이었죠. 같이 살 때는 저렇게 노래방 기계 틀어놓고 '아들 손자 며느리 다~아 모여서' 놀아보기도 했었는데...  그 시절이 아련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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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이 떠올랐다며 일기장 뒤쪽에 날짜와 상관 없이 써도 되냔다.
아, 물론이지.
했는데........
이런 걸출한 작품이! ㅠㅠㅠㅠㅠㅠ

(내가 뭘 그렇게 화를 냈다구. 엉엉)


그리고나서 연이어 쓴 일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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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침에 잠깐 얼굴 보고 밤에 와 자기 전에 기도해주는 걸로 하루 때울 수 있다면 그렇게 화낼 일 없다고.


아씨.
삐졌어.
나 엄마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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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님 커피 한 잔 주세요_에니어그램과 함께하는 내적여정18


 
받는사람
   육미                                                             
  참조사람   일경, 이석, 삼진, 사라, 오필, 칠규, 팔수, 구민


내 안의 유형이 한두 개가 아니에요
육미로 시작한 유형 이야기가 사라까지 해서 다 끝났구나. 궁금하던 것들이 조금 풀렸니? 유형 설명을 들을수록 더 헛갈린다는 뒷담화들이 내 귀에까지 들리던데. 이런 명강의를 듣고도 헛갈린단 말이냐!^^ 이런 혼란이니? '분명 난 7유형인데 가만히 듣다 보니 성공지향적 3유형도 내 얘기 같고, 남을 돕는 것으로 인정받으려는 2유형의 모습도 내 안에 있고, 매사에 근심걱정인 6유형도 딱 내 얘기네!' '어, 내가 5유형이라는데 9유형처럼 갈등을 피해 뒤로 한 걸음 물러서기도 하고,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려고도 하는데… 나 정말 5유형이 맞는 거야? 역시 사람을 아홉 개 틀에 맞춰 넣는다는 건 어불성설이야.' 기타 등등….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아서 1, 2, 3…9유형이 다 있지? 어, 그럼 내가 바로 그 다중이?
각 유형의 생존방식은 무의식 차원에 가라앉아 있기 때문에 성격유형을 찾는 일이 그리 쉽진 않아. 그러니 이건지 저건지 헛갈려서 당장에 유형이 찾아지지 않는다고 조급할 필요는 없어. 에니어그램 이야기를 들려주는 내 방식에 숨겨둔 의도를 혹시 알겠니? 모두 한자리에 모아서 일사천리로 설명하고 질문지를 통해서 번호를 찾아 찍는 게 제일 쉬운 방법일 거야. 물론 나도 가끔 '이 녀석들 빨리 잘 알아듣고 자신의 유형을 인정하면 좋겠다' 싶어서 조바심이 나기도 해. 그러나 내가 조바심을 낸다고 되는 일이 아님을 알고 있어. 하나님 안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이 여정의 진짜 보물은 골인지점이 아니라 거기까지 찾아가는 길 위에 있기 때문이야.

 


'날개'는 무엇인가
자, 이제 자신의 유형을 찾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인 '날개'에 대해서 알아보자. 날개에 대한 이해는 자신의 성격을 좀 더 명확하게 보게 해줘. 또 같은 유형이라도 많이 달라 보이는 이유 역시 날개의 선택에 있어. 날개는 자신의 유형 양쪽 옆에 있는 성격유형을 말해. 6번의 날개는 5번과 7번이고, 1번의 날개는 9번과 2번이 되겠지. 두 날개는 우리의 '느낌'과 '행동'에 영향을 미쳐. (자신의 본래 유형은 '동기'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 기억하지?) 날개는 대체로 20대 후반에 하나가 펼쳐져 굳어진다고 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나의 주된 날개를 갖게 되는데 주로 쓰는 날개에 따라 같은 유형이라도 크게 달라 보이는 거야. 예컨대, 6번 날개를 가진 5번은 의심이 많고 분석적인 반면, 4번 날개를 가진 5번은 좀 더 정서적이고 화려해 보이지. 또 날개를 펼쳐 쓰더라도 그 날개에서 가져다 쓰는 면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번호 백 사람 안에 100개의 유형이 있다고 생각하면 될 거야. 그리고 세상을 대할 때 자신의 실제 유형보다 날개의 성격을 내보이기도 해. 이것도 번호가 헛갈리는 이유 중 하나겠지.

'날개'는 무슨 역할을 하는가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우리는 자신의 성격이 너무 한 쪽으로 치우쳐 있음을 알게 돼. 관계의 문제가 갑자기 크게 불거진다든지 할 때일 거야. 이웃해 있는 성격을 보면 내가 고착돼 있는 유형과 반대되는 성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 갈등이 찾아온 갈림길에서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이웃유형의 성격을 자신도 모르게 발달시키게 되는데 이것이 날개야. 각 유형별로 보자.
이하 유형별 설명은 한국에니어그램 연구소 <내적여정 Ⅱ>에서 참고

1유형이 자신의 성격에 고착되면 작은 일에 지나치게 매달리고 까다로워지면서 남을 비난해 갈등 유발의 갈림길에 서게 되지. 그때 있는 그대로를 관대하게 받아주면서 느긋한 9번 날개를 발달시키든가, 사랑과 동정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2번 날개를 취하게 될 거야.

2유형
은 자기를 희생자라고 여기면서 주기만 하고 받는 건 극구 사양해서 타인에게 죄책감을 불러일으키고 부담스런 존재가 되는 갈림길에 서. 여기서 철저하고 정직하며 매사에 분명한 1번 날개나, 자신감이 넘치고 일처리가 효율적인 3번 날개 중 하나를 취하게 되지.

3유형
은 끊임없이 성공을 추구하고, 어떻게든 남을 이기기 위해 모든 감정을 차단하고, 이리저리 둘러대며 자기 자랑을 해. 이런 성향으로 어려움에 처하면 남을 이기려 하기보다는 배려하고 도와주는 2번, 자신의 감정을 돌보고 진실을 추구하는 4번 중 하나의 날개를 취하게 되겠지.

4유형
은 감정 기복이 심하고 감정을 극단적으로 표현해. 또 다른 사람에게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 등으로 어려움이 생기지. 그럴 때 활동적이고 자신감 있게 행동하는 3유형, 매사에 객관적이며 분석적이고 수용적인 5유형 중에 하나의 날개를 선택하게 돼.

5유형
은 자신의 생각만을 의지하며, 현실적인 혼란에 개입하지 않고 사람들과 거리를 두면서 우월감을 느껴. 이런 5유형들로 인해 힘들어 하는 주변 사람과 갈등이 일어나면 정서적이고 동정심이 많은 4유형의 성향을 가져다 쓰거나, 공동체에 협조적이고 조화를 추구하는 6번 쪽 날개를 펼치게 될 거야.

6유형
은 모든 것을 두려워 해. 때문에 너무 고분고분하거나 공포에 대한 최선의 방어로 지나치게 공격적이 되기도 해. 이런 성향 때문에 갈등을 일으키게 되면 스스로 답을 찾으며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5번 쪽 날개를 펼치거나, 낙천적이고 어린아이 같이 순수한 7유형의 긍정성을 가져다 쓰게 되겠지.

7유형
은 익살을 떨며 환상적인 것을 찾아다녀. 한 가지에 투신하지 못해서 일을 끝까지 해내지 못하지. 그러다 보면 역시 갈등을 일으키게 될 거야. 옆 번호인 6유형의 충실하고 미리미리 대비하며 일을 처리하는 성향을 발달시키거나, 추진력 있고 결단력 있게 힘으로 끌어가는 8유형의 성향을 쓰면서 날개를 펼치게 되겠지.

8유형
역시 호전적이고 공격적이며 정서에 둔감하고 모든 걸 주도하는 성향으로, 타인을 위협하게 되면 갈등에 맞닥뜨리겠지. 그러면 쾌활하고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어린아이 같은 7유형의 성향을 발달시키든지, 느긋하고 화를 잘 내지 않는 부드러운 9번의 날개를 취하게 돼.

9유형
은 집중력이 부족하며 우유부단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듯 보이는데, 그것이 오히려 수동적으로 공격하게 되어 갈등을 피해갈 수 없을 거야. 그 갈림길에서 8번의 정열적이고 활기 넘치며 단호한 성향을 취해 날개를 펼치거나, 공과 사가 분명하고 꼼꼼하고 철저한 1유형을 차용해 1번 날개를 쓸 수도 있겠지.

날개, 또 다른 나의 공로
내 얘기를 해 볼게. 내가 아는 나는 딱 7번이야. 긍정의 힘으로 칠렐레 팔렐레 재미있는 것만 찾아다니고 지루하고 구질구질한 것은 기가 막히게 피해 다니지. 헌데 주변에서 '너는 한 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하잖아'라는 피드백을 들을 때가 있어. 살짝 당황스럽지. 또 내 마음에선 늘 책임을 피해 도망하고 빠져나갈 궁리만 하는 것 같은데 많은 경우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비쳐지기도 해.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이 낯선 모습은 뭘까? 나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나이 들어 생활력 없는 엄마와 동생과 함께 살아야 했어. 좋은 게 좋고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 욕구 충만한 7유형의 모습 그대로 살기가 어려웠지. 그래서 일찍이 6번 날개를 발달시킨 거야. 경제적 가장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스스로 지고, 대학에 들어간 이후로 돈을 벌지 않은 적이 없었어. 대학 다닐 때는 물론이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도 밤에는 과외 아르바이트를 했으니까. '돈 벌지 않는 나'는 상상할 수도, 허용할 수도 없었던 것 같아. 결혼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어. 형편상 일을 할 수밖에 없었고, 내가 하는 일이 행복하다고 말했지만 마음 밑바닥에선 '경제적 가장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내내 내려놓지 못했던 거야. 지나친 책임감으로 어떤 분야에서는 융통성을 잃기도 한다는 6번. 그 6번의 날개를 펼쳐서 여느 6번보다 더 6번스럽게 살고 있었던 거지.
몇 년 전 음악치료사로 일하는 내겐 치명적이랄 수 있는 '성대결절과 파열'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왔어. 거기다 턱관절염까지 겹쳐서 노래는커녕 말 한마디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거지. 그 진단을 받고 돌아와 한없이 심란했던 저녁, 침대에 누워서 발치에서 까불고 노는 두 아이를 바라보는데 눈물이 주르르 흐르며 이런 푸념이 저절로 나왔어. '하나님, 짐이 너무 무거워요. 이제 일은 할 수 없는 건가요? 아직 공부 중인 남편, 어린 아이들….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하죠?' 그때 또 다른 목소리가 마음에서 울리는 거야. '책임감 내려놔. 내가 책임져줄게. 내려놓으란 말이다. 아이들도, 일도, 경제적인 것도 다 내게 맡겨.' 고분고분 이 말을 들을 리 없는 자아의 목소리가 '어떻게 내려놔요. 남편 공부가 끝나는 내년이면 또 모르겠어요. 지금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그 주 수요예배에서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 '는 마태복음 11:28-30말씀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지.
7유형인 내가 6유형의 날개를 펼치면서 세상에 좀 더 적응이 되었을 거야. 겉으로 보기엔 6유형으로 7유형의 약점을 보완하여 꽤 그럴듯한 성숙한 모양새로 보였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 날개 역시 스스로 나를 지키겠다고 애쓰는 나의 노력이며 공로였다는 거야. 날개를 펼친 것이 잘못이 아니고, 자기 유형의 힘으로 사는 것도 잘못이 아니야. 내 유형이든 날개든 우리가 벗어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주님 만나는 그 날까지 은혜를 받으면 잠시 내려놓았다가 어느새 또 쓰곤 할 거야.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내가 쓰는 날개를 가지고 내가 실제보다 더 나은 상태에 있다고 스스로를 속이지 않아야 한다는 거지. 결국 에니어그램과 함께하는 여정이 '내가 이렇게 애쓰고 있구나'를 바라보고, 거저 주시는 그분의 사랑 앞에서 꽉 쥔 마음의 주먹을 풀고 무장해제해 나가는 과정이란 걸 알았으면 좋겠구나.
앞으로 유형별 하나님상과 기도, 유형과 어린시절 등 각 유형을 더 다양한 각도로 살펴 볼 거야. 끝까지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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