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내가 화로구이를 했다고 생각할 분은 없겠죠.
점심 메뉴였어요. 홍천의 양지말에 가서 부모님과 함께 먹었죠.
삼겹살을 고추장 양념해서 화로에 굽는 것인데 맛있습니다.
디카 가져갔었는데....
먹기에 바빠서 찍는 걸 까먹었어..ㅠㅠ

점심을 거하게 먹어서 저녁에 식사 생각들이 없다 하셨지만,
막상 안 먹을 수는 없었죠. 부담스럽지 않고 입맛나는 메뉴를 생각해보자. 짠! 새콤 달콤 매콤 골뱅이 무침과 소면.
매운 것 좋아하시고 국수 좋아하시는 아버님께는 딱이죠.

들어가는 건 다 아실테고 그래도 노파심으로 ; 골뱅이, 오이, 당근, 진미채, 깻잎, 배, 파.
양념이 관건! 정확히 말해서 양념의 비율이 관건
공.개.합.니.다. 진짜 맛있습니다.

골뱅이육수 3(캔에 들어있는 국물), 고추가루1, 고추장1, 식초3, 설탕2, 마늘1
끄~~~~~~~~~~~~~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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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가 사위가 좋아한다고 결혼하고 처음 사위 밥상 볼 때 부터 지금까지 거의 한 번도 안 빼놓고 하시는 요리.

70대 할머니의 요리라고 보기에는
좀 모던한 영양부추 샐러드.

영양부추와 게맛살 찢은 것 위에...

배 소스 : 배 갈아서 설탕, 마늘, 참기름. 끝.

매우 상큼 합니다.
삼겹살 먹을 때 같이 먹으면 끝내줘요~


김인아 : 이거 정말 한번 해보면 조케다. 근데 나 깜짝 놀랐어..찢어진 게살이 담밴줄 알고..역쉬 난....불량스러운가봐......^^ (12.17 13:47)
정신실 : 기미나!! ........................쩝. (12.17 14:08)
김종필 : 처갓집 가면 으레 나오는 단골 메뉴... 꿀꺽! 그나저나 정신실씨 장모님 배춧국 언제 배울래? (12.18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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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 집안에는 늙으신 고모 두 분이 있는데...
그 중 작은 고모는 내가 해 드린 꽃게찜 맛을 한 번 보시고는 어디가서든 게요리만 나오면
평안도 사투리로 '게찜은 신실이가 잘해~ 고거이 젤 맛있어' 하신다.
고모들이 오시는 추도식에 빠질 수 없는 메뉴다.
의외로 만들기 쉬움.

1.일단 게가 싱싱하고 무지무지 커야 한다. 웬만한 싸이즈의 게라면
찌게를 하거나 게장을 담그는 것이 좋다.
2. 게 손질은 엄마한테 물어봐서 할 것.
3. 양념장 : 고추장, 고춧가루, 된장, 청주, 마늘, 물엿..에 또 대충
그런 것
4. 넓은 남비(전골남비보다 조금 깊은 것)에 게를 먼저 깔고 그 위에
엄청난 양의 콩나물을 덮는다(콩나물은 찜용으로 디게 굵은 거로
한다) 그리고 양념장을 쭉 뿌린다.
5. 웬만큼 익으면 파와 붉은 고추를 넣고 다시 익힌다.

------------------------------------------------------
사진에서는 게가 다 밑에 깔려서 안 보인다.
오늘 엄청 맛있었다. 진짜다. 우리 남편이 1년에 두 세 번 내 게찜 맛을 보기 때문에 때마다 정직하게 맛을 평해주는데 오늘은 맛있었다 그랬다.
나는 평소 양을 항상 눈대중으로 적당히 하기 때문에 양에 대해서 물어보면 할 말이 없다. 그리고 그 이유로 실패도 가끔한다.ㅋㅋㅋ

한샘! 미안~ 선생님이 따라할 수 있게 조목조목 말해줘야 하는디....


이지영 : 아흑~~국물맛두 끝내줬어여~!! 게살두 으찌나 많던지..ㅋㅋ 울 고모짱~~~~ (12.17 10:10)
김인아 : 해볼께..근데 게는 언제가 제철이가? (12.17 13:44)
김종필 : 게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사야 큰 놈 볼 수 있습니다. (12.18 23:02)
함영심 : 콩나물의 영양소는 머리가 아니라 꼬리에 있다는거 아시죠? 그래선지 요리집의 찜요리의 콩나물은 머리가 없답니다. 모양도 그게 더 깔끔해보이는듯... (12.23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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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김종필이 가장 활기가 넘칠 때는 소그룹 공동체를 주도적으로 섬기고 있르 때다.

공부할 때 또는 책을 볼 때 가장 김종필스럽기는 하지만 김종필은 공부가 삶과 연결되지 않는 것을 죽을 만큼 못견뎌 하는 사람이다. 김종필의 철학과 공부의 대부분은 소그룹 공동체 안에서 삶으로 드러날 때 아름다운 것 같다.


남편은 '대화' 그 중에서도 '듣기'의 철학에 매료돼 있는 사람이다. 매료돼 있는 만큼 잘 듣는 사람인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내게는 잘 들어주는 사람이고, 목장이나 소그룹 공동체 안에서는 그런 것 같다. 소그룹 공동체를 더 의미있게 나아가게 하고, 그 안의 사람들을 일깨우는 프로젝트에 김종필은 남다른 감각이 있다. 그리고 그 일을 할 때 가장 즐거워 하는 것 같다. 남편에게 목회를 하기 위한 어떤 은사나 리더쉽이 있는 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목회를 위한 리더쉽이 따로 있는 지 조차도 모르겠다. 그러나 남편의 이런 점은 목회를 할 때도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 믿는다.


남편이 설교를 잘 할 지 어떨지 모르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설교가 형편없는 목사님은 정말 사절이다. 남편이 좋은 설교자가 되게 하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돕겠다는 생각이 있다. 열심히 연구하고, 남의 것 인용해서 자기 것처럼 말하는 것 못하는 김종필이기에, 또 설교가 삶의 변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선언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을 못 견디는 김종필이기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혹 목사가 돼서 그런 기준에 도달하는 설교가 안 된다고 여겨지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하겠지.ㅎㅎㅎ


집 밖에서는 여성운동을 돕고 페미니즘을 외쳐대면서 정작 자신의 아내에게는 다른 기준을 요구하며 사는 '무늬만 페미니스트'인 남성을 본 적이 있다. 어떤 사모님은 자신의 남편인 목사님에게 '여보 우리 이불 가지고 강단에 가서 삽시다' 한다고 한다. 설교하는 것처럼 가정에서 살아달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종필씨는 아내에게 부모님께, 장모님께, 형과 누나, 처남, 조카들의 검증에서 합격 판정을 받은 인격의 소유자다. 가장 가까이서 오랫동안 그를 지켜본 어머님이 남편 인격의 제 일의 덕목으로 '정직'을 꼽으신다. 이것 역시 신학을 하려는 김종필씨가 가지는 또 하나의 메리트다.


굳이 마지막 몸부림을 해보려는 내 이기심일 뿐이고...주께서 쓰시겠다 하시면 뼈도 여물지 않은 어린 나귀가 예수님을 태울 수 있는 것이니까. 어떤 사람에게든 장점 그 곳에 항상 약점이 있는 것이니까 쓸데 없는 자부심 내려 놓고 두렵고 떨림으로 하루 하루 일구어 나갈 뿐이다.


이제 남편이 신학을 하는 것에 대해서 아주 큰 마음의 짐들과 염려를 내려 놓았다. 올 해 신학을 시작하든지, 아니면 내년에 하든지, 그리고 우리 가정의 먹고 살 일 등에 대해서는, 심지어 내가 사모가 되어야 한다는 그 부담까지도 별로 큰 걱정이 되지 않는다.

6년 전에 신학을 할 수도 있었고, 4년 전에 신학을 할 수도 있었는데....그 세월 동안 기윤실에서, 연대 대학원에서, 교육개발원에서, Young2080에서 했던 일과 맺었던 관계들이 또 다른 김종필로 성숙시켰고 그 모든 것에 하나님의 뜻이 있었다고 믿는다.


결혼 초 부터 우리 부부를 일으켜 세웠던 그 한 마디로 긴 글을 맺을까 한다. 앞으로 또 어떤 마음의 시련이, 삶의 시련이 닥칠지라도...우리는 그렇게 살 것이다.


오늘, 여기서 그 분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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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한영교회 청년회 시절에 한영고등학교 교사를 하던 선배가 한 분 계셨다. 어느 날 갑자기 그 선배는 교직을 정리하고 기윤실 간사로 자원하여 들어갔다.

그 시절 교회가 떠들썩 했었다. 장로님들 대표기도 하실 때마다, 혹 기윤실 관련 광고에 그 분의 이름이 거명될 때마다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좋은 직장, 안락한 직장을 포기하고 대신.....'하는 내용들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기윤실로 가신 선배는 지금 기독교 시민운동에서 내로라 하는 현역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얼마 전 우리 교회에서 사경회를 인도하셨던 최영기 목사님은 인생에서 가장 화려했던 어느 날 모든 걸 버리고 신학교로 가셨다. 실리콘 밸리에서 위 아래로 인정받는 공학박사 연구원으로 일하던 시절에 부름을 받아셨단다. 해서, 훌훌 다 털어버리고 순종하여 신학을 시작하셨단다. 지금 최영기 목사님은 '셀교회, 가정교회'를 시작하고 성공적으로 안정시킨 것으로 한국교회에 정말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일하고 계신다.


어릴 적부터 너무 많이 들었던 얘기다. 하나님이 일꾼으로 부르셨는데 순종하지 않으면 어떤 일을 해도 실패만 하고, 그래도 순종하지 않으면 나중에 매 맞고 신학교 가게 된다. 외적 소명, 즉 같은 공동체 안의 사람들이 공감해 주지도 않는데 충만한 내적 소명만을 가지고, 이 일 저 일 그야말로 실패만 거듭하다 '선지동산'을 향하는 사람들을 나는 속으로 얼마나 비웃었던가?


박수 칠 때 떠나라?!


적어도 내 남편이 신학을 하려면 화려한 자리를 박차고 낮은 자리로 내려가는 폼나는 장면을 연출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누가 말하는 것처럼 그래야 목회에도 성공을 할 수 있지 않겠나 말이다.

내 마음의 바닥에서는 이런 부끄러운 욕망과 좌절이 꿈틀대고 있었다. 자존심 상하게 '신학으로 도피한다'는 평을 들으며 신학을 하다뉘....말이다.


평소 약간의 거부감을 가지고 잘 부르지 않았던 찬양 '똑바로  보고 싶어요' 의 가사가 마음 깊은 곳에서 맴돌았다. '주님! 이 낮은 자를 통하여 어디에 쓰시려고 이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만들어 놓으셨나요?' 왜 진작 남편의 신학으로 보내지 않았을까? 오늘의 이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신학의 '신'자도 꺼내지 못하게 하고, 또 신학을 하기로 결정을 했어도 마음으로 지지해주지 않았던, 결국 이렇게 막다른(?) 길까지 유보하고 유보하게 한 내 책임이 아닌가?



나 자신에 대한 분노, 자책감, 거기다가 자기연민, 남편에 대한 원망.....으로 나는 흔들리고 있었다. 결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학을 결심한 남편 옆에는 내가 가장 든든히 서서 지켜줘야겠다는 생각 외에는 그다지 정리되는 것들이 없었다. '주님! 이 낮은 자를 통하여 어디에 쓰시려고...' 하면서 원망어린 기도를 했고 내가 나락에 떨어질지언정 남편은 흔들리지 않도록 붙들어야겠다 싶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남편의 반응이다. low self-esteem인 김종필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옆에서 보는 내가 자존심 상해서 죽겠는,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상황인데 정작 김종필씨 자신은 이상하리 만큼 허허로운 것이었다.

사람들이 보는 것은 바로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괜찮다는 것이다.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더 주도적, 적극적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전부였다.

남편 특유의 low self-esteem이 발동되어 '역시 나는 안되겠나봐' 하면서 자기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 대략 예측되는 시나리온데 의외의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오래 전, 남편과 교제하고 얼마 안돼서 결혼이나 이런 것들에 대한 중압감 등으로 인해서 헤어졌었다. 곡절 끝에 다시 만났을 때 김종필은 예전의 우유부단하고 결혼 얘기만 나오면 회피하고 자신없이 굴었던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신실누나와 결혼할 것이다.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남편 답지 않게 확언을 할 때가 생각이 났다. 


그 때 처럼 어떤 확신있는 말을 내지 않지만 흔들림 없는 남편을 느낄 수 있었다. 나 처럼 뒤집어졌다 엎어졌다 난리를 치지도 않고, 자존심 상해 하지도 않고...참으로 건.강.하.게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나 역시  지난 한 두 달 오버가 심했다는 생각을 한다. 아마도 충분히 알고 있는 남편의 약점인데 내 안의 어두운 것들에 비춰져서 오버에 오버를 거듭하며 분노하고 그랬었나보다.


목사인 동생이 그랬다. '하나님의 목적은 내가 누구를 돕고, 뭔가를 하고, 이루는 것에 있지 않고 그 모든 일을 통해서 나 하나 사람 만드는 것이 있는 것 같다'고....이 모든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하시고자 하신 일은 인간 정신실 사람 만들기 프로젝트 였는지 모르겠다.  인간 정신실, 아내로서의 정신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시고 사람되라고 하시는 것이 '주님의 음성'이었는지 모르겠다.


주변에서도 그랬다. 우리 엄마의 사위에 대한 평은 늘 이렇다. '사람이 점잖고, 찬찬하고....차~암, 저 사람은 어찌 저렇게 찬찬한지...' 우리 시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평은 이렇다. '걔가 어릴적 부터 점잖았었다'

그렇다. 우리 남편은 겉보기 점잖은 사람이다. 입에 발린 말, 조금이라도 정서상 오버가 된다 싶은 말, 결정적으로 어떤 말이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는 말이라고 생각되는 말은 거의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어쩌면 남달리 내가 김종필에게 빠진 이유는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자신은 드러내지 않는(어쩌면 때로 인정하지도 않는) 가능성들을 보았다는 것.

때문에 나는 남편을 만나 연애하고 결혼해서 사는 동안 남편의 low self-esteem 성향을 그리 싫어하지 않았다. 가끔 '좀 나서지, 좀 드러내지'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 정도로 좋았다. 오히려 내가 할 일이 있는 것 같아서 좋기도 했다. '이렇게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인데 내가 살면서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고 인정해 줄 때 정말 좋은 하나님 나라의 일꾼이 될거야'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정혜신의 말처럼  남편의 low self-esteem 적인 성향은,

제3자에게 '안전하다'는 느낌을 준다. 스스로 잘 통제하고 있는 사람을 볼 때의 안정감, 자신이 서 있을 지점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신뢰감이다.


이렇게 나는 오히려 남편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며 이 부분을 존경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이런 확신에 가까운 생각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남편이 신학을 결심했던 때부터다. 아니, 정확히 신학을 결심했다는 것은 주변에 알리기 시작한 때부터다.

'김종필이 신학을?' '과연 김종필이 목회에 적합한가?' '김종필은 카리스마가 없는데...리더쉽이 약한데....' 하는 반응들을 보면서 부터이다. 반응들이 이렇게 나오는데 정작 김종필씨 자신은 별로 시원한 답을 하질 못한다. 결국 다시 김종필에게 돌아오는 반응은 '김종필은 지금 정말 신학이 절실해서가 아니라 썩 만족스럽지 못한 현실의 도피로서 신학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 같은 것들이었다.


신학을 하는 문제로 처음으로 우리 부부가 나름대로 신뢰하는 어떤 분을 만나러 같이 갔다. 돌아오는 길에 가슴이 터질듯 답답함으로 우리는 대화를 잘 풀어갈 수 없었다. 그 자리에서도 여전히 남편은 늘 하던 방식대로 미온적이고 수동적으로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얘기했다.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싶어서 찾아갔던 그 분은 '당신은 성공해본 경험이 있냐?' 하는 질문으로 내 자격지심 충만한 상상력을 건드렸다. 즉, '목회자는 어떤 일에든 성공을 해 본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내가 볼 때, 너는 그다지 성공을 경험해보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니가 하겠다니 해야지 어떡하겠나? 하는 메세지로 들리는 것이다.


남편의 직장은 헤드가 되시는 분은 우리나라 청년사역에서 내로라 하는 권위자이시다. 신학을 하겠다는 남편에게 그 분께서 조심스레 물으셨단다. '당신의 은사는 무엇인가? '라고 물으셨단다. 그리고 후문으로 들었다. 그 분이 말씀하시길 '김종필 간사 보다 그 와이프가 목회를 하면 잘 하겠다고...'

역시 나의 자격지심과 상상력은 다시 한 번 의기투합 하였다. '내가 보기에 당신은 별 은사라고는 없다. 목회를 하려면 은사(다른 말로 '다재다능')가 있어야지...차라리 당신의 아내가 MBTI도 잘 하고, 글도 잘 쓰고 다재다능 한 것 같다. 목회는 그렇게 다재다능한 사람이 해야한다' 라고 튀들어서 들어버렸다.


이런 저런 일들로 나는 현기증이 나도록 가슴이 무너졌다. 그렇게도 자기 안에 숨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남편이 답답하기도 했지만 나 자신에게 화가 나서 돌아버릴 것 같았다. 어떤 유능한 여자들은 결혼을 끝으로 자신의 능력을 다 사장시켜 버리고 마는데 나는 결혼을 통해서 더 당당해지고, 사람들 앞에 더 드러나게 되었다. 그 유일한 이유는 남편 김종필의 관용과 협조과 인정과 격려였다. 유치부 지도교사를 하라면서 스스로 고등부 총무 교사를 포기하고, 찬양대 지휘를 하라면서 청년부 교사로 봉사하기로 작정한 것을 포기하고.....그 때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 하면서 칠렐레 팔렐레 하고 설쳐댔으니.....


한 동안 내 자신이 미워 견딜 수가 없었다. 남편이 내가 표현하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는다고 이 일, 저 일을 선수쳐 버린 내 어리석음에 대한 후회로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그렇게 칠렐레 팔렐레 '나는 남편 잘 만나서 결혼하고도 내 일, 교회 봉사 포기하지 않고 이렇게 잘 나간다' 하며 살고 있는 한심한 내 자신. 그런 일들의 반복으로 결국 남편은 점점 더 자신을 드러낼 기회를 잃어 갔던 건 아닌지....어쩌면 지난 한 두 달 그렇게도 몸이 아팠던 이유는 몸이라도 아파서 그 죄책감을 면해 보려는 또 다른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부분에서 여전히 나는 내 자신을 온전히 용서할 수가 없다.


'새벽 이슬 같은 주의 청년'으로 손색이 없었던 청년 김종필. 그 청년 김종필을 알았던 많은 사람들은 김종필이 목사가 되어 있을 거라고, 아니면 언젠가는 목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정신실과 결혼한 지 6년 차가 된 김종필을 향해서는 '신학을 하겠다'는 그 결심 하나에 애정의 발로든 무엇이든 간에 왜 이리 걸려오는 딴지가 많은지....것두 가장으로서의 책임 같은 현실적인 상황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김종필씨 자신이 목회에 적절한 자질이나 은사가 구비가 안됐다는 식으로 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김종필씨의 low self-esteem은 더 이상 미덕으로 다가오질 않았다. 좀 자신에 대한 피알좀 하고 살지. 누가 없는 것 가지고 피알을 하라하나? 자신이 남편으로, 아빠로 어떻게 인정받고 살아가는지, 얼마나 독서량이 많은지, 목장에서 얼마나 자주 성공적인 경험을 하는지, 아이디어가 얼마나 많은지..........좀 드러낼 때 드러내고 살지. '이 세상 그 무엇보다 귀하게 나의 손으로 창조하였'다고 찬양하면서 자신이 얼마가 귀하고 대단한 존재인지 일상에서 구체적으로 인식하며 당당해지지. 나 자신에 대한 '용서되지 않음'을 투사하여 필요 이상으로 남편을 원망하기도 하였다.

최근 더위도 잊을 정도로 심취해서 읽고 있는 책이 있다.

정혜신 이라는 정신과 의사가 쓴 '사람 vs사람' 이라는 책이다.

이 책의 첫 장에는 이명박과 박찬욱 얘기가 '백미러 없는 불도저의 자신감  vs 상향등 없는 크레인의 자존감'이라는 부제로 붙어서 나온다.


이 첫 장을 읽으면서 나는 나의 남편 김종필이 박찬욱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박찬욱이 <올드 보이>로 칸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 자리에서 했다는 말이 저자는 '소박하다 못해 의아한 수준'이라고 했다. '로만 폴란스키 같은 거장을 직접 만나 악수를 하고 사진을 찍은 것만 해도 충분히 영광이었다' 며 '위대한 감독들이 경쟁 부문 후보에 많이 올라이렇게 큰 상을 받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기쁨을 나타냈단다.


그러면서 저자는 박찬욱의 이 발언에 대해서 'low self-esteem'에 가깝다고 평을 했다.  'low self-esteem' 즉 '낮은 자존감' 대학원 공부할 때 얼마나 많이 들어본 말인가? 정신과든 특수아동 분야든 '낮은 자존감'은 음악치료의 목적영역 중 빼놓을 수 없는 치료 목적이다.


남편에게 '당신하고 박찬욱이 닮은 데가 있어' 했더니 허허허 웃으면서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다며 중학교 때 경험을 하나 얘기해 주었다. 중학교 때 전교 회장을 뽑는 자리에 후보로 올랐단다. 말하자면 정견발표 같은 걸 하는 자리에서,

'나는 이 자리에 선 것 만으로도 영광입니다' 라고 했단다.

박찬욱이 서 있던 자리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두 사람의 반응이 어쩜 이리도 비슷한가? 그렇다. 나도 가끔 남편을  'low self-esteem' 쪽으로 추측해 본 적이 있다.


김종필씨는 도대체 자신에 대해서 떠벌일 줄을 모른다. 나는 내가 운동신경이 지독하게 무디기도 하거니와 때문에 신나게 운동하는 사람들이 너무 너무 부러워서 남자들의 운동에 관심이 많다. 운동을 잘 하는 남자인가? 아닌가?는 내가 남자들을 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그런 남자들이 있다. '농구하면 나지. 족구? 내가 잘 하지. 내가 축구 좀 해'하면서 무슨 운동이든 다 잘 한다고 떠벌이는 사람들 말이다. 막상 경기하는 걸 보면 그저 뭐 중간 정도랄까? 잘 봐줘서 중상 정도? 그런 사람이 그렇게 심하게 떠벌이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내 보기에 김종필씨는 못하는 운동이 없다.(최근에 하고 있는 축구는 확실히 썩 잘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렇다 해도 심심치 않게 골을 터뜨리니 아주 못한다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족구, 탁구, 농구, 배드민턴....

내가 눈으로 확인한 건 그 정도다. 사람들이 김종필씨를 보면서 '운동을 디~게 못하는 줄 안다' 몸도 기다랗기만 한데다가 잘 내색도 안 하니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 평을 들으면 내가 오히려 흥분이 된다. 남편보다 운동을 못하는 사람들이 그 앞에서 한 수 가르치고 잘난 척을 해도 김종필 자신은 별다른 내색이 없다.


운동 뿐이 아니다. 기타도 한 기타 치고, 찬양 인도도 한 인도 하고, 예전에는 노래 자작곡도 잘 했고, 그만하면 글도 좀 쓰고.....


객관적으로 얼마나 잘 하는지는 나도 알 수 없다. 그저 내가 답답하게 느끼는 것은 김종필씨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 낫다는것이다. 김종필씨에게 있어서 자신은 언제나 '부족한 나'다. 그래서 자랑을 못하는 것 같다. 늘 자기 자신의 기준에 못 미치니까 말이다.


교회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보다 연배가 높은 분들과 함께하는 자리가 가끔 있다. 이런 자리에서 남편을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뭐 또래 모임에서도 말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암튼 더 현저하게 말 수가 주는 것이 사실이다. 논의 되는 주제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그저 듣기만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유는 그것이다. 나이도 어린 자신이 섣불리 말하는데 끼어들 수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나 자신을 드러내거나 자신의 좋은 점이 드러나는 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않는 것 같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저자가 박찬욱에 대해서 하는 말을 보면,

박찬욱은 휘몰아치거나 내세우지 않는다. 스스로가 쑥스러워서 그렇게 못한다. '외면의 자기'가 인정받는 것에 비해 '내면의 자기'를 낮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겸손과는 조금 다른 얘기다. 일반적인 사람의 평균치보가 더 'low self-esteem' 쪽이다. 하지만 그런 이들은 제3자에게 '안전하다'는 느낌을 준다. 스스로 잘 통제하고 있는 사람을 볼 때의 안정감, 자신이 서 있을 지점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신뢰감이다.


병리적인 수준의 'low self-esteem'이 아니라면 미덕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주 적절한 자신감을 가지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넘치거나 모자른 수준의 자신감을 가진 사람이 대부분이라면 모자른 자신감이 어쩌면 더 나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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