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가 오셨습니다.
아무리 맛있는 걸 해드리고 싶어도 엄마 입에 맛있는 건 애호박 새우젓국 밖에는 없답니다. 그런 엄마 마음을 잘 알지요.
'엄마는 생선살 싫어한다. 뼈만 좋아한다'는 말에 진짜로 엄마는 생선뼈만 좋아하는 줄 알았다는 어느 작가의 이야기 같은 거지요. 늘 가장 싼 야채, 특히 이 계절에 가장 싼 야채가 호박이고 엄마의 입맛은 가격에 맞춰 정해졌습니다. 오래 전부터 그랬지요.
고기반찬을 해드려도, 예전부터 좋아하시던 굴비를 해드려도 '속이서 안받어서 그려. 나는 호박이 제일이여. 너 자꾸 반찬 신경쓰믄 나 빨리 간다.' 하시네요.






엄마가 오셔서 짐을 풀면서 손에 비닐로 싼 걸 하나 들고 나오시며 겸연쩍어 하셨습니다. 그걸 냉장고에 넣으시면서 '이거 다시다여. 느이 집이는 다시다 없잖여. 호박 끓일 때 다시다 좀 느야 맛있어' 하셨어요. 아침에 새우젓국 넣어 끓이면서 다시다 한 숟갈 듬뿍 넣어 드렸습니다.



전에 채윤이 어렸을 적에 이유식으로 먹일 시금치 죽에 다시다 넣으시는 시어머니를 보고 기겁을 했던 생각이 나요. 시어머니 역시 고향의 맛 다시다를 과다복용 하시지요. 물론 가족들도 함께 과다복용하고요. 그러시며 '나는 미원은 안 쓴다. 미원은 몸에 나뻐' 하셔요.ㅋㅋㅋ


아침에 요리하며 다시다 한 숟갈  팍팍 아낌없이 써줬는데, 그거 한 숟갈 쓰자마자 엄마와 시어머니가 동시에 사랑스러워지네요.
'고향의 맛. 다.시.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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