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걷는 게 불편해지신 이후로,
납작하고 편하고 이쁜 신발만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우리 동네 푸마 상설할인 매장에서 균일가로 나와있는 너무 이쁜 신발을 사서 엄마한테 갔다.
최근에 또 3일 금식기도를 하신 모양인데,
점심 맛있는 거 사드리러 간다고 전화를 했더니 '야이, 집이서 먹자. 집이 반찬이 많어' 하시길래
뷀!!!!
'나 안가! 지난 번에 약속해놓고 또 저런다' 했더니....
바로 순하게 '알었다. 알었어' 하시길래.
'이쁘게 하고 있어. 곧 도착해' 하고 갔더니 이쁘게 꽃단장 하고 계신 엄마.
복도 많은 우리 엄마.
지난 어버이날에 병준맘이 고맙게도 엄마 갖다드리라고 예쁜 블라우스 쟈켓을 챙겨주었다.
'딱 보니께 이 바지허고 입으믄 어울리겄드라고' 하면서 잘 맞춰 입으셨네.
이뻐라. 우리 엄마.
80세 되기 한참 전부터 '나는 80되믄 하나님이 불러가실 꺼여. 내가 그르케 기도혔다.' 하셔서
동생은 79세시던 12월 마지막 날에
'엄마, 오늘 밤에 천국 가시는 거죠?
내일 아침에 늦잠 잘 거 같아서 미리 인사하는 거니까 그럼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했다는데....
일 년 일 년 미뤄지시더니 87세 지금까지 버젓이 저러고 계심.
최근에는 '인자(이제) 진짜 얼매 안 남었어. 한 4개월 남은 거 같다. 곧 불러가실 거여'
하고 계신다.
사진 찍자고 하니까 '그려, 마지막인지 사진 한 장 찍어야지' 하신다.
우리 엄마는 나물만 좋아하시는 줄 알았는데
얼마 전에 동생네 식구하고 다같이 빕스를 갔었던 터.
어찌나 잘 드시는지 여태 안 모시고 다닌 게 후회가 돼었었다.
주차장에 내려서 아직도 어렵기만한 사우(사위) 김서방과도 사진 한 장.
우리 엄마 호빗 종결자!!
4개월 후에는 천국 가실 분이 입맛이 이렇게 좋아서 어쩌신댜.
다른 거 거의 안 드시고 새우만 한 100마리 쯤 드신 것으로 추정된다.
'새우 다 없어졌어. 엄마가 새우 많이 먹어서 돈 더 내야돼' 하니깐,
'내가 다 먹은 줄 저 사람들이 알간? 몰라~아' 하시면서 우구적 우구적.
커피 잠 안와서 못드신다는 거 원두커피는 카페인이 적어서 괜찮다고 꼬셔서
카푸치노 한 잔 달착지근하게, 맛있게, 짠!
올해 들어 벌써 성경1독을 하시고, 다시 시작해서 누가복음을 읽으신단다.
천국 가시기 전에 2독 완료하시려고 속력을 내시는 중이라는....
'너 참 우리 집에 피망 열리 거 아까 못 봤지. 얼매나 귀연지 몰라. 진짜 귀여워'
'내가 고추 안 매운 고추 모종을 달라고 혔더니 이게 피망이었어' 하시는데 엄마가 더 귀여움.
하루 종일 성경보고, 찬송하고 기도하고, 늘 기뻐서 헤죽헤죽 하시길래.
'우리 엄마는 지금도 천국이네' 했더니 그러시다며....
사위가 '어머니 제일 좋아하시는 찬송이 뭐세요' 하고 하니까
'예수사랑 하심은' 이라시길래.
한 번 부르시라니깐 차 안에서 신나게 부르신다.
(아이폰에서 세로로 찍은 게 여기서는 돌려지질 않아서
본의 아니게 우리 엄마 누워서 찬송하게 됨)
남은 날이 얼마든 매일 매일 천국을 사는 엄마를 보는 게 감사하고 행복할 뿐입니다.
우리 귀여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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