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목사를 그만두고 김포로 숨어들어 애들 글쓰기를 가르치는 덕분이다.
현승이를 장학생으로 받아주는 바람에 월요일 마다 친정에 가게 되어 울엄마 얼굴 일주일에 한 번 씩 꼬박 보게 되었다.
80이면 하나님이 데려가실 것이다. 아니다. 팔십 몇이다... 하시면서 그 나라 가시기만 고대 하시는 엄마. 지난 주 까지도 '삼일 금식기도를 혔다. 기도제목도 없이 기도를 혔어. 천국 갈 준비를 시키시나비다' 하셨다. 정말 그 나라를 고대하실까? 그러기도 하실 것이다.
한편, 천방지축 아들 놈 셋을 키우며 엄마를 봉양하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너무 짐이 된다 하시는 자괴감도 있으실 터이다. 천국을 그리며 기쁘다 하시지만, 막상 천국 갈 생각 하시면 이 손주 놈들 바라보며 눈물도 하염없이 흐르시는.....
부쩍 엄마가 눈물이 많아지셨다. 오늘은 가야할 시간보다 좀 늦었더니 저러구 나와서 기다리고 계신다. 엄마 모습에서 옛날 보았던 외할머니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그냥 마음이 찌릿하고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다.
남편이 이 사진을 보고 '어, 똑같다. 당신 어머니하고 똑같이 생겼네. 어... 당신이 어머니 닮았다는 생각 안해봤는데... 똑같다' 한다. 그러고보니, 엄마랑 똑같다. 현관 앞 까지 나와서 날 기다리고 있는 엄마한테 가면서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 폰을 꺼내들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엄마랑 셀카를 찍었다. 셀카라는 걸 처음 보는 엄마가 화면을 가리키면서 '얼라, 내 머리가 하얀허네. 이 사람은 누구랴?'하면서 렌즈에 비춘 딸을 몰라봤다. 엄마 마음에 비친 딸은 더 이쁘고 더 어리고 그럴 터이다. 늙은 엄마의 또 하나의 첫사랑 수현이가 달려들어 메롱하면서 같이 찍었다.
엄마가 새우를 그렇게 좋아하는 걸 모르고 살았다. 작년 이맘 때던가? 엄마를 모시고 빕스에 갔는데 혼자서 새우를 100마리는 드신 것 같다. 그 이후로 올케 선영이가 열심으로 새우 사다 삶아 드리고 했었다. 오늘 현승이 논술공부 하는 사이 장을 봐다가 새우찜을 해드렸다.
점심 늦게 드셨다면서 시큰둥 하던 엄마가 조금 이른 저녁을 드시겠다고 식탁에 앉으셨다. 전 같으면 '힘든데 하지마라. 비싼 새우를 돈 없는데 왜 사냐?' 하실텐데 참 이쁘게도 엄마가 군소리 없이 받아 드신다. 꽃게찜 해드리리라 마음 먹고 마트에 가면서 '하나님, 물 좋고 튼실한 게를 좀 사게 해주세요' 나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렸는데... 볼품없는 냉동 게 뿐이었다. 실망하고 돌아서는데 새우가 눈에 띄어 두 팩을 사고, 생전 처음 감으로 만들어 본 새우찜에 엄마가 좋아하신다.
아우, 우리 엄마. 손이 안 보여. 잠깐 돌아섰다 다시 보니 새우 대가리가 한 가득....ㅎㅎㅎㅎ
집에 오는데 주차장까지 굳이 따라 나오신다. 수현이 우현이 조카들이 따라나오면서 '할머니 왜 자꾸 나가요?' 하니까 '이... 이쁜 딸 가는 거 볼라구 그러지' 하시면서 현승이에게 '현승이 할머니하고 손 한 번 잡자' 하시더니 만원 짜리 한 장 손에 쥐어 주셨다. 왜 자꾸 현승이 올 때마다 돈을 주냐고 했더니 '내가 어렸을 적이 어느 오이(외)삼춘이 만날 때 매닥(다) 돈을 줬는디 그게 안 잊어져버려. 현승이도 잊어버리지 말라고' 하신다.
엄마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요즘은 눈물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애써 것두 귓등으로 들었다.
천국이 아무리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우리 엄마를 기꺼이 그 곳에 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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