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에,
정확히 말해서 중학교 1학년 이후다.
공부하는 게 힘들 때면 엄마를 생각했다.
엄마를 위해서,
오직 엄마의 명예를 위해서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대학으로 알고 있는 서울교대에 가겠노라고.
아버지 돌아가시고 고모들이 엄마를 무시했다.
무시해도 너~어무 무시했다.
아버지 추도식에 음식 많이 안차렸다고 엄마를 갈궜다.
갈궈도 너무 갈궜다.
돈을 너무 아낀다고 갈궜다.
엄마가 돈을 아끼는 유일한 이유는 나와 동생, 대학까지 가르쳐야한다는 일념이었다.
밤늦도록 공부하는 날엔
떡허니 서울교대를 간 나.
'역시 애들을 잘 키웠다.'고 엄마를 칭찬하고 부러워하는 고모들을 상상했다.
어쨌거나 다 늙어 천국을 몇 정거장 앞 둔 연세가 되어서도 고모들은 우리 엄마를 무시한다.
엄마가 원인 제공하는 면이 있다.
'푼수 이옥금여사'라 불리시는 분이니까.
그랬거나 말았거나 나는 이옥금여사의 딸이니 어쩌랴.
인공관절을 넣기 위해 수술실에 들어간 엄마를 기다린다.
수술에 대한 염려나 엄마에 대한 연민이 아니라 분노가 마구 일렁인다.
오래 묵힌 분노가 새삼스레 오르락 내리락 한다.
나는!
이 자리에서!
칼슘이 다 빠져나가 뼈가 주저 앉도록 열심히 살아온 우리 엄마,
그런 우리 엄마 인생에 경의를 표하지 않는 고모들을 고발하는 바이다.
아울러!
마흔 다섯에 낳아서 곱게 길러 시집 보냈으면 그만이지.
뭔 놈의 직장생활 한다고 지 딸까지 맡겨서 늙은 엄마 허리를 망가뜨린 나 자신을 고발한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뼈 속의 칼슘을 빨아다가 오장육부를 형성하고,
평생 엄마의 열정과 건강을 갉아먹으며
견고한 인생의 진을 쌓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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