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가 오셨습니다.
아무리 맛있는 걸 해드리고 싶어도 엄마 입에 맛있는 건 애호박 새우젓국 밖에는 없답니다. 그런 엄마 마음을 잘 알지요.
'엄마는 생선살 싫어한다. 뼈만 좋아한다'는 말에 진짜로 엄마는 생선뼈만 좋아하는 줄 알았다는 어느 작가의 이야기 같은 거지요. 늘 가장 싼 야채, 특히 이 계절에 가장 싼 야채가 호박이고 엄마의 입맛은 가격에 맞춰 정해졌습니다. 오래 전부터 그랬지요.
고기반찬을 해드려도, 예전부터 좋아하시던 굴비를 해드려도 '속이서 안받어서 그려. 나는 호박이 제일이여. 너 자꾸 반찬 신경쓰믄 나 빨리 간다.' 하시네요.
엄마가 오셔서 짐을 풀면서 손에 비닐로 싼 걸 하나 들고 나오시며 겸연쩍어 하셨습니다. 그걸 냉장고에 넣으시면서 '이거 다시다여. 느이 집이는 다시다 없잖여. 호박 끓일 때 다시다 좀 느야 맛있어' 하셨어요. 아침에 새우젓국 넣어 끓이면서 다시다 한 숟갈 듬뿍 넣어 드렸습니다.
전에 채윤이 어렸을 적에 이유식으로 먹일 시금치 죽에 다시다 넣으시는 시어머니를 보고 기겁을 했던 생각이 나요. 시어머니 역시 고향의 맛 다시다를 과다복용 하시지요. 물론 가족들도 함께 과다복용하고요. 그러시며 '나는 미원은 안 쓴다. 미원은 몸에 나뻐' 하셔요.ㅋㅋㅋ
아침에 요리하며 다시다 한 숟갈 팍팍 아낌없이 써줬는데, 그거 한 숟갈 쓰자마자 엄마와 시어머니가 동시에 사랑스러워지네요.
'고향의 맛. 다.시.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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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 2010.08.10 13:37
^^어머니의 말씀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신경쓰이는 대목이죠?
자식 사랑하는 마음에 마음에도 없는 말씀들을 늘 하시니까...
어머니 모습이 참 화~안 하세요.
마음도 그러실 것 같구요. ^^
사모님도 언제나 환하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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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조카 2010.08.10 21:30
김치볶음밥, 김치찌개 등 거의 모든 음식에 '다시다를 넣어야 맛이 산다'는 지론을 가지고 계신 아버님 ㅡ.ㅡ
함께 살기 시작한 초기에 임산부였기에 무척 신경쓰고 스트레스 받다가 결국.. 매일 국을 2개씩 끓였었다는.. 우리 부부가 먹을 국, 아버님이 드실 국 ㅋㅋ
그러다가 함께 산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아버님 입맛을 싱겁기로 소문난 집안에서 시집온 며느리 입맛으로 거의 맞춰가고 있는 중입니다요 ㅎㅎ
우리 시어머니께서도 요즘 성은이 감기땜에 밥 잘 안먹는다고 했더니.. 찹쌀죽에 새우젖과 깨소금을 듬뿍 넣어서 맛있게 만들어주라시더군요. 음.. 9월부터 어머님 올라오셔서 성은이 봐주시면서 평일에 함께 지낼텐데 적잖은 갈등이 있을 것 같아요 ㅋㅋ -
새아가 2010.08.10 22:13
얼라~ 어머니가 다시다 싸가지고 가셨네요. 집에 계실 때도 냉동실에도 안보이던 다시다.. 아마 비니루에 꼭꼭 싸서 농속에 보관하셨던 것 같아요. 언니 더운데 고생 많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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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st 2010.08.12 10:57
울 어머님이 쓰시던 다시다를 다 없앴더니
어머님이 부억에서 반찬을 해도 맛이 없다고 저에게만 하라고 하셔요.^^
가끔 다시다 팍팍 들어간거 먹어줘야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