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여기서 쉬 싸는 사람이 누군 줄 알어?
야, 얘들아~ 여기 움악션샘미 있어.
화장실 문 앞에 팬들이 모여 있어서 나갈 수도 안 나갈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 아시는가?
일주일에 한 번 믿어지지 않을 세상에 들어갔다 나온다.
4,5세 아기들의 음악 수업인데,
뜨거운 호응과 열렬한 지지에 자존감이 높아진 나 감히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훔..... 이제 내 경쟁상대는 뽀로로 뿐이군.
새해 첫 수업일에는 의도적으로 이런 헬로송을 부른다.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즐거운 음악시간, 안녕 네 살 꼬뜰반~
물론 네 살에 액센트 넣어준다.
그러면 '안녕 선생님' 대답하려다 말고 애들이 눈에 확 불이 붙어가지고,
다셧 쌸이예요. 시현이 다셨 쌸이예요. 소율이 이렇게 이렇게 다셧 쌸예요.
손가락 다 펼쳐 보이고 난리도 아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런 표정 연기가 중요하다. 우막션샘미는 사실 여자 짐캐리였다.)
무슨 소리야. 니네 네 살인데. 니네 접때 네 살이었잖아. 하면
완전 목에 핏대 세우고,
아니예요~오. 다셧 쌸이예요. 이제 다셧 쌸 댔쎠요~오.
그래? 갑자기 왜 다섯 살이 됐어? 어떻게 다섯 살이 된 거야?
순간, 멍. '그러게, 내가 왜 갑자기 다섯 살이 됐지?' 하는 표정
(나이가 더 드신 애들은 바로 떡국 얘기가 나온다.)
그때 한 아이.
엄마가 이제부터 다섯 쌸이래요.
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나머지 녀석들도다시 피를 토하는 목소리로,
엄마가 다셧 쌀이라고 했어요~오. 우리 엄마가 나 이제 다섯 쌸이래요.
그 와중에 한 녀석이벌떡 일어나 까치발을 들어보이며,
이봐요. 이렇게 키가 커져쎠요. 란다.
이런 순간, 내 몸 속에서 믿어지지 않을 양의 엔돌핀이 방출된다.
행복이나 기쁨이란 단어도 무색하다.
그저, 뭐 이렇게 귀엽고 말랑말랑한 세상이 있을까 싶다.
작년 마지막 주 수업에서는 색깔종 연주를 준비해 갔는데
수업을 시작하려니 종 하나가 없는 것이다.
주황색 종을 다른 요일에 치료하는 곳에 흘리고 온 것.
음이 하나 빠지면 당연 연주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난감한이긴 했지만
20년 차 우막션샘미는 결코 당황하지는 않는다.
아~나, 어떡하지?
약간 오버를 해주니 역시 아이들 반응이 뜨겁다.
왜요? 왜요?
아니, 너희 주황마녀 알아? 주황마녀가 선생님 주황색 종을 가져갔어.
그래서 우리가 오늘 종소리 울려라 연주를 할 수가 없어. 어떡하지?
이 한 마디에 의외로 아이들 몰입. 바로 뜨거운 리액션들이 나오는 바람에
바로 '1인 즉흥 모노 동화'를 만들어서 열연을 했다.
선생님이 주황마녀 집으로 가서 주황색 종을 찾아올 거야.
그런데 사실 선생님 디게 무섭다. 주황마녀가 마술을 부릴 수도 있거든.
이 지점에서 다시 아이들 흥분해서 나름의 필살기를 내놓는다.
내가 로봇을 빌려줄테니까 가져가서 싸워라. 발로 탁 차라. 칼로 찔러라... 기타 등등.
(이제 수업 돌입)
고마운데 다 필요없다. 선생님은 음악 선생님이라서 노래의 힘이 필요하다.
너희가 한 명 씩 노래를 아주 큰 소리를 불러주면 선생님한테 힘을 줄 수 있다.
그러면 힘을 받아가지고 선생님이 주황마녀를 찾아가 싸우고, 다음 주에 종을 찾아오겠다.
라면서 아이들 독창을 시켰다.
내향적이고 부끄럼이 많아서 절대 혼자 뭘 하겠다고 나서지 않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노래를 시킨다.
물론 일단 뒤로 뺀다.
"야, 그러면 음악 선생님이 힘이 없어서 주황마녀한테 질 지도 몰라."
우막션샘미를 지켜야한다는 의협심이 내향적 에너지를 이긴다.
일어나서 기타 반주에 무려 독창을 하는 아이! 꺄울!!!
다시 한 번 우막션샘미 몸에 엔돌핀의 쓰나미가 밀려온다.
이렇게 수업은 예상치 못한 쾌거를 거두며 마친다.
엊그제 수업을 가서 어느 반에 들어 갔는데,
한 녀석이 내 발에 뽀뽀를 했다. 처음엔 뽀뽀를 했는지도 몰랐다.
한 번 더 뽀뽀를 하더니,
"좋아서요. 우막션새미가 좋아서 그래요."란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말랑한 영혼으로부터 우막션샘미 마음에 치유의 광선이 비춰졌다.
나, 이토록 믿을 수 없는 세상을 은밀히 드나들고 있다는 것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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