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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사람

이 말랑한 영혼들

larinari 2014. 1. 10. 10:59



야, 여기서 쉬 싸는 사람이 누군 줄 알어?
야, 얘들아~ 여기 움악션샘미 있어.
화장실 문 앞에 팬들이 모여 있어서 나갈 수도 안 나갈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 아시는가?
일주일에 한 번 믿어지지 않을 세상에 들어갔다 나온다.
4,5세 아기들의 음악 수업인데,
뜨거운 호응과 열렬한 지지에 자존감이 높아진 나 감히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훔..... 이제 내 경쟁상대는 뽀로로 뿐이군. 







새해 첫 수업일에는 의도적으로 이런 헬로송을 부른다.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즐거운 음악시간, 안녕 네 살 꼬뜰반~
물론 네 살에 액센트 넣어준다.
그러면 '안녕 선생님' 대답하려다 말고 애들이 눈에 확 불이 붙어가지고,
다셧 쌸이예요. 시현이 다셨 쌸이예요. 소율이 이렇게 이렇게 다셧 쌸예요.
손가락 다 펼쳐 보이고 난리도 아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런 표정 연기가 중요하다. 우막션샘미는 사실 여자 짐캐리였다.)
무슨 소리야. 니네 네 살인데. 니네 접때 네 살이었잖아. 하면

완전 목에 핏대 세우고,
아니예요~오. 다셧 쌸이예요. 이제 다셧 쌸 댔쎠요~오.
그래? 갑자기 왜 다섯 살이 됐어? 어떻게 다섯 살이 된 거야?
순간, 멍. '그러게, 내가 왜 갑자기 다섯 살이 됐지?' 하는 표정
(나이가 더 드신 애들은 바로 떡국 얘기가 나온다.)
그때 한 아이.
엄마가 이제부터 다섯 쌸이래요.
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나머지 녀석들도
다시 피를 토하는 목소리로,
엄마가 다셧 쌀이라고 했어요~오. 우리 엄마가 나 이제 다섯 쌸이래요.
그 와중에 한 녀석이벌떡 일어나 까치발을 들어보이며,
이봐요. 이렇게 키가 커져쎠요. 란다.

이런 순간, 내 몸 속에서 믿어지지 않을 양의 엔돌핀이 방출된다.
행복이나 기쁨이란 단어도 무색하다.
그저, 뭐 이렇게 귀엽고 말랑말랑한 세상이 있을까 싶다.



 

작년 마지막 주 수업에서는 색깔종 연주를 준비해 갔는데
수업을 시작하려니 종 하나가  없는 것이다.
주황색 종을 다른 요일에 치료하는 곳에 흘리고 온 것.
음이 하나 빠지면 당연 연주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난감한이긴 했지만
20년 차 우막션샘미는 결코 당황하지는 않는다.
아~나, 어떡하지?
 약간 오버를 해주니 역시 아이들 반응이 뜨겁다.

왜요? 왜요?
아니, 너희 주황마녀 알아? 주황마녀가 선생님 주황색 종을 가져갔어.
그래서 우리가 오늘 종소리 울려라 연주를 할 수가 없어. 어떡하지?
이 한 마디에 의외로 아이들 몰입. 바로 뜨거운 리액션들이 나오는 바람에 
바로 '1인 즉흥 모노 동화'를 만들어서 열연을 했다. 

선생님이 주황마녀 집으로 가서 주황색 종을 찾아올 거야
.
그런데 사실 선생님 디게 무섭다. 주황마녀가 마술을 부릴 수도 있거든. 
이 지점에서 다시 아이들 흥분해서 나름의 필살기를 내놓는다.
내가 로봇을 빌려줄테니까 가져가서 싸워라. 발로 탁 차라. 칼로 찔러라... 기타 등등.


(이제 수업 돌입)
고마운데 다 필요없다. 선생님은 음악 선생님이라서 노래의 힘이 필요하다.
너희가 한 명 씩 노래를 아주 큰 소리를 불러주면 선생님한테 힘을 줄 수 있다.
그러면 힘을 받아가지고 선생님이 주황마녀를 찾아가 싸우고, 다음 주에 종을 찾아오겠다.
라면서 아이들 독창을 시켰다.
내향적이고 부끄럼이 많아서 절대 혼자 뭘 하겠다고 나서지 않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노래를 시킨다.
물론 일단 뒤로 뺀다.
"야, 그러면 음악 선생님이 힘이 없어서 주황마녀한테 질 지도 몰라."
우막션샘미를 지켜야한다는 의협심이 내향적 에너지를 이긴다.
일어나서 기타 반주에 무려 독창을 하는 아이! 꺄울!!!
다시 한 번 우막션샘미 몸에 엔돌핀의 쓰나미가 밀려온다. 
이렇게 수업은 예상치 못한 쾌거를 거두며 마친다.


엊그제 수업을 가서 어느 반에 들어 갔는데,
한 녀석이 내 발에 뽀뽀를 했다. 처음엔 뽀뽀를 했는지도 몰랐다.
한 번 더 뽀뽀를 하더니,
"좋아서요. 우막션새미가 좋아서 그래요."란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말랑한 영혼으로부터 우막션샘미 마음에 치유의 광선이 비춰졌다.


나, 이토록 믿을 수 없는 세상을 은밀히 드나들고 있다는 것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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