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요나단, 두 사람의 우정에 관한 설교를 들었다. 그 여운이 길다. 설교는 이런 내용이었다. 우정은 마음결이 같은 사람이 서로를 알아보면서 싹튼다. 일단 알아본다. "같은 꽈구나!" 그리고 두 사람 사이 약속이 생기고(언어적일 수도 비언어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약속을 지키겠다는 뜻이 생긴다. 아마 여기서 신뢰가 싹 틀 것이다. 세 번째가 신선한 통찰이었는데,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극복할 것은 '시기심'이다. 다윗에 대한 요나단의 태도와 마음을 드러내는 성경 구절을 찾아볼 수 있다. 번호 붙여 정리하면,

 

1. 마음 결이 비슷한 사람이 서로를 알아본다.

2. 서로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그것을 지킨다.

3. 어쩔 수 없이 올라오는 시기심을 알아차리고 극복한다.

 

나는 애정하는 여성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Martha Nussbaum)이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에서 키케로를 인용하여 정리한 것을 '우정'의 즐거움 또는 정의로 생각하고 있다. 우정의 즐거움은 농담과 뒷담화라고 했다. 누군가를 마음 편히 뒷담화 할 수 있고, 농담할 수 있는 사이. 그 정도면 찐 친구라고 생각한다. 위의 세 가지에 내 기준 두 개를 덧붙여 우정을 정의하고 더욱 일궈가야겠다.

 

학교 가는 즐거움 중 하나는 학식 먹는 즐거움이다. 내 공부를 기뻐해 주는 한참 젊은 '친구'(라고 하자)를 학교에서 만나 학식을 먹었다. 학교 카페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이 얘기 저 얘기 흘러가는 대로 이야기를 나누고. 갑자기 일어나 학교 앞 산에 가보자는 제안을 했다. 바로 앞에 공원 같은 산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언젠가 걸어봐야지, 하고만 있었다. 생각보다 좋은, 너무나 걷기 좋은, 내가 딱 좋아하는 그런 길이 펼쳐져 있었다. 좋은 공기 때문인지, 편안한 대화 때문인지, 영혼에 뭔가 가득 차는 느낌이었다. 갑자기 "친구 같다."는 말이 나왔는지, 속으로 했는지 모르겠다. 실은 '일로 만난 사이'이다. 이 날도 일을 도모하고 싶어서 만남을 청한 것이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일은 거들뿐, 살아가는 얘기, 살아갈 얘기 같을 것들로 대화의 주제가 종횡무진이다. 오솔길을 내려오니 뻥 뚫린 강남대로이다. 지하철 가는 길로 조금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 친구같다, 가 아니라 친구다, 라고 혼자 말했다.

 

다윗과 요나단의 우정 기준이라고 치면 1번 항목 완전 체크로 시작했을 것이다. 일로 만나든 무엇으로 만나든 만나면 일단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은 MBC 문화방송이 아니라 마음 결의 동질성이지 싶다. 오늘 자 카페의 영적 독서 내용은 여성과 영성에 관한 내용이었다. 묵상글  본문을 올리고 덧붙이는 말에 "여자인 것이 참 좋다"라고 썼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여자라서 여자들과 맺을 수 있는 우정이 참 좋다. 몇 달에 한 번 만나도, 인생에 단 한 번을 만나도, 몸은 멀리 떨어져 있고 메시지 한 줄로 만나도 몸으로 확인되는 우정, 여자들의 우정이 참 좋다. Womanc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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