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마지막 날, 아이들 늦잠이 더 늦어진다. 둘이 일어나 아침 묵상하고 밥 먹고 커피 마시도록 아이들이 일어나지 않는다. 휴일이니 깨우지 않아도 되지만, 깨우고 싶기도 하고. 어제 끓인 김치찌개를 데우며 밥을 안쳤다. 그리고 남편에게 "작전명 초파리!" 하고 말했다. 김치찌개 데우는 냄새가 퍼지면 하나씩 기어 나올 것이다. 멜론 깎아 식탁에 놓아 달달한 향기 퍼지면 초파리들 모여들듯이. 

 

반응은 금방 오지! 주방 옆 방에서 큰 초파리 등장. "크로와상 먹을래?" "아니, 나 밥 먹을래." 남편에게 눈으로 확인. "거 봐! 초파리 작전 성공이지?" 추석 헤세드로 스팸이 풍성하고 햅쌀이 반짝반짝... 어제 김치찌개에 스팸 한 통 더 추가하고 금방 한 햅쌀밥이니 세상 제일 맛있는 밥 아닌가! 초파리 둘 시간 차 공격으로 나와 처묵처묵 하는 뒷모습이 맛있고 사랑스럽다. 

 

도촬 당한 줄도 모르고 앉아 아침 먹고. 지금 현재 시점으로 기록당하는 줄도 모르고, 마주 앉아서 미야자키 하야오와 쿠엔틴 타란티노의 개봉할 영화들 얘기로 조잘거리는데. 내 몸은 노트북 앞이지만 귀는 식탁이다. 오래 마음에 담아 두고 싶은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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