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먹고 앉아 커피 마시며 노닥거리고 있는데 현승이가 가스레인지 불을 켜 프라이팬을 달구기 시작했다. 냉동 볶음밥을 만들어 점심 도시락을 챙겨 나가려는 것이다. 알아서 스스로 제 먹을 것 챙기는 뒷모습에 어찌 저릿하게 마음 어디가 아픈 것이냐. 수능 접수를 하고 나서 인지 긴장하고 위축된 등짝이 눈에 어른거려 온종일 둔탁한 통증이 가슴에서 가시질 않았다. 스터디 카페에서 돌아와 배고파 죽겠다는 현승에게 해줄 수 있는 게 기도 밖에 없어서 명란계란말이를 했다. 고기에 파김치만으로 좋아했겠으나, 냉장고 뒤져서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감동을 주고 싶었고, 그 감동 뒤에 "엄마는 정말 네 편이야!" 응원도 보내고 싶었고, 엄마가 바라는 건 너가 너 자신이 되어 행복한 것이라는 사랑을 전하고 싶었다. 그게 전해져 봐야 오늘 당장 지고 있는 삶의 무게와 부담을 더는데 무슨 도움이 되겠나 싶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해줄 수 있는 게 기도 밖에 없어서...

명란계란말이를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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