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9/23

글자고 영어고 다 관심도 없이 그저 엄마가 이제껏 신경 써서 가르친 건 반찬 골고루 먹는 것, 인사하기, 양치질 하기....이런 것들인데 김채윤 충치가 생기다.
한 달 전쯤, 이것을 발견하고 부랴부랴 덕소에 있는 어린이 치과에 가다. 인테리어만 어린이 치과. 아이들 정서에 대해서는 쪼금도 모르는 것 같은 의사 간호사한테 걸려서 채윤이 겁에 질려 엑스레이도 못 찍고 왔다. 채윤이가 움직여서 못 찍었다고 간호사한테 엄청 구박받고....

그러면서 하는 말,
'계속 이렇게 움직이면 수면상태에서 치료해야 하는데 여기서는 못해요. 애가 깨어나지 않을 수도 있고......%&$%#%@^*&$'이렇게 말하니 겁을 먹을 밖에.
고덕에 있는 잘 아는 집사님 하시는 치과에 갔다. 역시! 프로는 달랐다. 겁 먹은 채윤이를 전혀 자극하지 않고, 전혀 서두르지 않고 약간의 치료와 함께 한 달 후에 다시 시도해 보자고 하셨다.

한 달을 지내고 다시 간 것이 오늘이다.
한 달 간 양치질 할 때마다 채윤이 입에 칫솔이 들어가기만 하면 가~압자기 큰 소리로,
'아야 아야 아야, 나 죽네. 나 죽어. 노란 벌레 죽네. 어~~어 어지러워. 채윤이가 치카해서 나 죽어' 하면서 오버를 하고, 한 달 후 치과 가서 치료해야 할 것에 대해서 반복 또 반복해서 세뇌를 시켰다.
'채윤이는 씩씩해. 치과 의자에 누워서 움직이지 않고 신경 치료 할거야' 하면서....

드디어 오늘. 오늘도 못 하면 한 달의 유예 기간을 더 가진 후에 어린이 치과 가서 수면치료 해야 한다.
유치원 갔다 온 채윤이 데리고 가면서 '치과 치료 잘 하고 규헌이 집에 놀러 가자'하고 꼬셔서 갔다.
병원에 들어가서 기다리는 동안 갑자기 몸을 꼬고 엄마 뒤에 숨고는 하더니...
김채윤! 하고 부르는 순간.
얘가 뭐 먹을 애 처럼 벌떡 일어나서 치과 의자에 떡 누워서, 입을 딱 벌리고 꼼짝을 안 하는 것이다.
'교육 단단히 받았구만' '영리한 애들은 이래' 하시면서 치료해 주시고.

내게 없는 이런 담백함.
결정적인 순간에 이렇게 설득을 당해주는 것.
오늘은 인격대 인격으로 말하고 싶다. '그런 모습, 자랑스러울 뿐 아니라 진심으로 존경스럽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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