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9/27

채윤아!
이제야 곤히 잠이 들었구나. 사촌들과 노느라 낮잠도 안 자더니만....
미안하구나. 엄마야 엄마 소신이 있다지만 어린 네가 엄마의 소신이며 속을 어찌 이해할 수 있겠니?
혼내기만 하는 엄마. 참 미안하다.

왜 그럴까? 채윤이 엄마는.
혜인이 언니 엄마는 한 번도 언니를 혼내지 않는데 왜 채윤이 엄마는 '친절하게 말해라. 양보해야 서로 기분이 좋아진다'하면서 채윤이를 불편하게 하는 것일까?

엄마는 채윤이가 더 큰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 집에 있는 장난감 모두가 채윤이 것이고 혜인 언니나 시은이가 그걸 가지고 혼자 하겠다고 고집부리는 것인데도....엄마는 온전히 채윤이 편이 되어줄 수가 없구나. 음.....말하자면......엄마가 욕심이 많은 것 같아.
혜인이 언니 엄마빠 처럼 채윤이 편이 되어 원하는 장난감을 뺏어 주고 그러는거 엄마는 할 수가 없어.

엄마가 바라는 것은 그런 상황을 채윤이 혼자 해결하는 것이야. 친절하게 말해서 설득하든지 아니면 포기하든지 말이야. 큰엄마빠는 안 그런다고? 그건 엄마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란다. 어쩌면 엄마가 어쩔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채윤이를 더 많이 야단쳐야 했는지 모르겠어.

채윤아!
더 솔직히 말하면......
엄마가 지금 마음이 많이 아프다. 엄마 자신의 문제로 채윤이를 힘들게 한 것이 아닌가 싶어서 말이야. 지난 3년 동안 엄마 마음의 큰 짐이 큰 엄마란다. 그런 큰 엄마의 딸들이 언니와 시은이고....엄마가 큰 엄마한테 양보하고 머리를 숙이고 자존심을 버리고 손을 내밀었던 것처럼 채윤이도 그러기를 바라는 것 같아. 그래서 채윤이를 혼내고 그랬던 것 같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채윤이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것은, 욕심을 내려 놓으면 채윤이 자신이 행복해진다는 것이야. 언니가 씽씽카 타겠다고 하면 채윤이는 자전거 타고, 아니면 그 반대로 선택하고....언니 마음은 니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 채윤이가 바꿀 수 있는 마음은 단 하나! 채윤이 자신의 마음이야. 설령 지금 큰엄마빠가 혜인언니를 변호해 줄 수 있다 하더라도 결국 너희들은 모두 혼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배워야 하거든.

그리고 엄마 생각에 중요한 것은 얼마든지 니 생각을 표현할 수 있지만 그 방식은 친절해야 한다는 것이야. 니가 흥분하고 화내면서 하는 표현들은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단다. 엄마는 그걸 가르쳐주고 싶어.

모르겠다. 엄마가 가진 원칙들이 진정 옳은 것인지.....채윤이가 더 크면 이런 엄마의 생각들을 함께 얘기 하면서 채윤이는 어떻게 느끼는 지 들을 수 있겠지.
잘 자라. 채윤아! 널 재우면서 엄마가 기도했어. 혹 엄마로 인해서 상한 마음이 있더라도 예수님께서 니 마음을 잘 만져주시면 좋겠구나.

횡설수설.....이 글 처럼 엄마 마음이 혼란스러운 추석 전 날이다.
사랑해. 채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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