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산을 지척에 두고도 잘 가보질 못했다.
'우리 게을러질 수 있을 만큼 게을러지자' 하면서 침대에서 뒹굴다가 일어나 늦은 아침을 먹고 짧은 오전을 느리게 보냈다.
그리고 살살 걸어서 검단산 밑에 가서 메밀국수로 점심을 먹고,
또 살살 걸어서 산책하듯 올라갔다.
조금만 걸어 올라가서 왼쪽으로 살짝 빠지면 키가 큰 소나무 숲이 숨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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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더운 여름 날에 왜 돗자리 하나 들고 여기에 올 생각을 못했을까?
못내 아쉬웠다. 앞으로 애용하면 될 것. 여기는 돗자리 깔고 그 위에 다시 배를 깔고 엎드려 독서하기 딱 좋은 곳이다. 애들은 나무 사이를 뛰어서 놀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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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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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에 송진이 흐르는 것을 발견하고는 냄새 맡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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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만져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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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여다 본다.

그러다 것두 싱거워진 현승이는 혼자서 나무때기 하나 줏어서는 사냥꾼 놀이에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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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나올 때는 분명히 아빠가 '선선하다' 고 했는데...
집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해가 쨍하고 나더니만 갑자가 여름 날을 방불케 한다. 더위에 약한 채윤이는 그 때부터 심기가 불편하고 몸의 컨디션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빨리 집에 가고 싶다규! (유나 버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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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내는 애들하고는 원래 정상회담 같은 걸 하지 않는 엄마와는 달리
인내심을 갖고 짜증 난 아이를 안아주고 달래주는 아빠.
애들에게 이렇게 서로 서로 다른 엄마빠의 기질은 또 다른 축복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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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자리 깔고 누워 계시던 아주머니가 주신 밤을 까서 맛있게 먹는 현뚱이.

오늘 정말 멋진 곳을 발견한 것 같다.
소나무가 빽빽히 어깨동무를 하고 햇볕을 가려주는 천연 천막을.
아빠가 없는 날에도 애들만 데리고 갈 자신도 생겼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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