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특히 인터넷 글쓰기는 지난 몇 년 동안 내게 삶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넓고 깊고 크게 의미있는 일이었다. 싸이를 통해서 개인적인 얘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글쓰기의 양상, 글을 쓰는 마음자세 등의 변화는 그대로 마음의 성장과 관련이 있는 듯 하다.
인터넷 글쓰기를 통해서 쉽게 드러내기 어려운 내밀한 얘기도 쏟아 놓았고, 말씀을 묵상하면서 얻은 통찰도 비교적 솔직하게 담아내곤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하고 진실하다는 것이 늘 어느 정도의 데드라인을 가지고 있었다.
'참 진실하게 글을 쓰네'라는 평을 들을 수 있을 만큼만 나를 오픈한 것이다. 지금도 가급적 온라인이라는 도구로 포장하지 말고 내 평소 말과 생각의 습관과 크게 동떨어지지 않는 글을 쓰자고 다짐다짐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나는 나를 포장하고 있을 지 모른다.
각설하고...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댓글에 관한 얘기다. 사실 블로그나 카페나 개인홈에 주인장이든 객이든 자주 들락거리는 가장 큰 이유는 '댓글' 이 아닐까 생각한다.
주인장은 '내 글이 무슨 댓글이 달렸을까?' 하는 마음으로 댓글을 남긴 사람은 '내 댓글에 어떤 댓글의 댓글이 달렸을까?' 하면서 범죄현장에 다시 오는 범인처럼 드나들고 있는 것 아닐까?
나처럼 사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기질의 사람은 댓글에 대한 집착이 남다르다. 댓글 한 줄에 울고 웃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내가 댓글이 가진 위력을 아는 내가 댓글을 잘 사용할 줄은 정말 몰랐다는 걸 최근에 깨달았다.
나에게 티스토리 블로그를 알게 해 주신 분이 계시다. 싸이에서 클럽을 운영하고 있을 때 뒤늦게 가입을 하셔서는 정말 열심히 내 글을 읽어 주시고 거의 모든 글에 댓글을 달아 주셨다. 댓글도 뻔한 한 두 마디가 아니라 마음으로 글을 읽고 마음으로 받아치신다는 느낌이 드는 댓글이었다. 그렇다고 무겁지고 않았고 한 마디로 그냥 마주보고 앉아서 하는 대화 같았다. 맞다. 온라인상의 글쓰기라기 보다는 그냥 대화 같았다.
그런데 그 분의 블로그를 드나들면서 알게 된 것은 그 분 자신의 블로그에서도 흔적을 남긴 모든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성심성의껏 댓글로 대화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았다. 그 분의 남편 또한 저명한(^^) 블로거이신데 두 분이 마찬가지셨다. 두 분의 블로그 다 인기 블로그인데 글도 잘 쓰시고 사진도 잘 찍으시지만 두 분의 댓글이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비결 중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어느 댓글 하나 덜렁 외롭게 달려있는 것을 보질 못했다. 댓글 밑에는 꼭 주인장의 따뜻한, 너무 진지하거나 무겁지 않은, 마음이 담긴 '댓글의 댓글'이 감싸고 있다.
그렇게 보면 두 분의 블로그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그야말로 '소통'이다. 모르긴 해도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들고 댓글을 남기곤 하는데 어느 계층, 어느 유형의 사람들도 '내가 낄 자리가 아니다'라고 느끼게 되지 않을 듯 하다. 주인장이 어떤 유형의 댓글도 풍덩풍덩 감싸안아 주고 소화해주기 때문이다.
나는 클럽을 운영하면서 '댓글'에 대해서 그렇게 목을 맸으면서도 모든 댓글이 고마우면서도 그걸 그렇게 즉각즉각 잘 표현하고 나누질 않았다. 맘에 드는 댓글, 맘에 약간 걸리는 댓글에도 한결같이 따스하게 대하지도 못했다. 댓글 한 줄도 진실하고 쓰고 나누면 더 좋은 대화와 소통이 생겨난다는 것을 새삼 생각한다. 그런 훈련은 결국 모든 사람에 대해서 '선의의 해석'으로 한 발 앞서는 관계의 긍정성과 풍성함을 가져오게 하는 사람으로 자라게 되지 않을까. 하는 이윤 남기기의 계산기를 먼저 튕겨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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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아 2007.09.28 18:53
ㅎㅎㅎ제가 쓴 비밀댓글인데
저한테 안보이는건 어떻게 해야할까요?ㅎㅎㅎㅎㅎ
티스토리...완전..,,,
적응도 못하고.......진짜.....
바보놀이하고 갑니다요~ㅎㅎㅎㅎㅎㅎ -
털보 2007.09.28 22:38
저도 처음엔 댓글을 안달았어요.
그냥 와서 보거나 말거나 였다죠.
댓글도 없었구요.
그러다 가을소리님이라고 무플방지 위원장을 맡아주신 한 분 나타나셨어요.
그게 얼마나 고마운지요.
그분 덕택에 댓글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죠.
요즘은 댓글도 큰 재미 중의 하나예요.
인터넷이 내 얘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서로 얘기를 나누는 소통의 공간이란 걸 알게 된거죠.
요즘 댓글없으면 달아주는 분들이 서너 분 계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
나, 왕년에 자칭 댓글의 여왕이라 생각했거든.
사실 댓글이 막 튀어나오는데 자제하곤 했으니까.
우습지? ^^
나두 두분한테 그 미학을 배웠잖아. 그리고 조금씩 닮아가고 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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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rest 2007.09.30 22:20
저 이제야 놀러왔어요.
너무 오랜만에 왔더니 분위기도 새롭게 하시고... 좋아요^^
스킨을 딱 맘에 맞는 걸 찾기가 쉽지 않지요.
그래서 스킨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좋은 스킨을 만들어서 배포하기도 해요.
근데 문제는 그걸 바꾸는 걸 잘 못한다는 거...
제가 그거 배우면 좋은 스킨, larinari님 블로그에 딱 맞는 스킨으로 바꿔드릴게요^^
근데 그거 배우려면 또 이 딱딱한 머리를 좀 굴려야 한다는거~~~
댓글에 대해서 미학으로까지 표현하니까 정말 댓글이 가져다주는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네요.
이제 댓글도 글로 대접하라~ 대접하라~~~ ^___________^ -
나무 2007.10.03 14:03
이 글을 읽으면서 제 자신을 마니 반성하게 됐네요 ^^;
더 정성어리고 맘이 담긴.. 남기고 간 흔적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저에게도 필요한듯해요 ^^
감사해요 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