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 하나에 꽂히면 웬만한 묵상은 다~ 한 군데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인상에 남는 책 한 권을 읽으면 그런 경향이 더 심해지는데.....
분명 책에서 읽은 배움을 가지고 이런 저런 생각의 나래를 펴는데 결론은 책보다 더 나가있고, 책에 없는 얘기고 있을 때가 많다.그러다 보니 매달 쓰고 있는 <약이 된 책>은 도대체 서평인지, 서평을 빙자한 에세인지를 모르겠다.

암튼, 지난 달에 '약이 된 책'에 썼던 <모자람의 위안>을 읽고는 웬만한 일상의 일들을 다 '한계'가 주는 유익에 갖다 붙여 깔대기 묵상을 주절거리고 있었다.

남편은 남편대로 설교, 사역, 공부, 묵상 이런 자신의 생각의 길 위에 있었다. 그러다 두 개의 생각의 길이 '칭찬'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만나서 풍성한 대화와 통찰의 샘을 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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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그랬다. '분명해! 자신이 설교를 못한다고 생각하는 설교자는 거의 없어. 내가 이걸 잊어버리면 안되겠어' 라고 했다. 왜 그럴까? 왜 우리가 듣기에 귀에 확 들어오는 설교를 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는데 본인들은 다 설교를 잘 한다고 생각할까?
'칭찬'이다. 100명이 설교를 듣고 아마도 그 중에 한 두 명은 설교에 은혜를 받고 진심으로든 아니면 인사치례로든 그럴 것이다. '아우~ 목사님! 설교에 은혜 많이 받았습니다' 이거다. 이런 한 두명의 인사로 대부분의 목사님들은 나머지 98명의 평가까지 대신하는 것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설교자에게 칭찬은 정말 무서운 덫인 것 같다. 남편이 지난 여름 잠언을 가지고 새벽예배 설교하면서 그런 결심을 했다고 했다. '누군가 내게 칭찬을 하면 저 분 오늘 기분이 좋으시구나' 라고 생각하기로 말이다.

칭찬.
들어도 들어도 기분이 좋은 것이 칭찬이고, 신나게 일하게 만들고, 고래를 춤추게 하는 것.
그러나 중독이 되면 독이 되는 것.

우리 시어머님께 적응하면서 내가 제일 힘든 것이 칭찬의 문제였다. 나는 선천적으로 칭찬에 유달리 약한 사람이고, 결혼 전 우리 집의 풍토가 서로 칭찬하는 것이 일상인 분위기였던 탓에 정말로 칭찬에 인색하신 어머니를 기쁨으로 섬기는 것이 어려웠다. 죽어라 섬겨도 따뜻한 칭찬 한 마디 듣지 못하고 기진맥진했던 날이 얼매나 많았던고...
그런데 그런 어머니께 적응해가면서 내게 아주 최고의 약이 된 것 같다. 칭찬을 바라면서 일하고 섬기는 것이 애시당초 가당치가 않으니 소신껏 하는 것이 훈련이 될 밖에... 생각해보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ㅎㅎㅎ

주일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토시 하나 안 틀리고 지겹게 남편에게 묻는 게 있다.
'오늘 우리 찬양 어땠어?' 사실 이걸 묻는 건 어땠는지를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칭찬을 해달라는 얘기다. 어느 때부턴가  나 스스로 내 질문의 저의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렴풋이 '가급적 묻지 말아야겠다'라는 생각도 했었다. 하나님께 드리는 찬양이라 하면서 남편의 칭찬 한 마디를 꼭 들으려 하니까 말이다. 그래도 쉽지가 않았다. 묻지 말아야지 하면서 자꾸 묻고... 최근 '칭찬'이 주는 위험에 대해서 많은 얘기들을 나누면서 결심을 했다. 진짜로 묻지 말아야지!특히나 칭찬을 기대해서는 더더욱 묻지 말아야지!

칭찬. 다른 사람에게는 열심히, 진심으로 많이 많이 하고!
내게 들리는 칭찬은 중독이 되면 독이 된다는 걸 명심하고 '저 분 오늘 기분 좋으시구나' 하면서 마음에 담아 '자기 의'로 쌓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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