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아프다는 얘기를 들으셔서인지...
두어 주 전에 집에 전화를 하셔서는 김서방한테 그러셨답니다.
'신실이가 너머(무) 보고 싶어서 전화혔어'
그 말씀 듣고 그 주 주일 저녁에 잠깐 다녀왔는데 성이 안 차셨는지 자진해서 딸 집에 오셨습니다.
'좀 와서 지내다 가세요' 그렇게 졸라도 이런 저런 핑계로 안 오시더니요.
그래서 이번 한 주는 엄마랑 같이 지냈습니다.
식사 마치고 나서 먹은 것 그대로 두고 시간 가는줄 모르고 얘기를 나누고요.
엄마 얘기가 끝이 없습니다.
올 초에 마음에 새긴 말씀을 가지고 기도하다가 '내가 아무리 늙었어도 처음 믿음을 되찾어야겄다' 싶어서 교회당 대청소하는데 고무장갑과 걸레를 들고 가셨답니다. 노인네가 웬일이시냐고 다들 놀랐지만 끝까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청소를 하셨는데 너무 감사하고 기분이 좋으셨답니다. 요약하자면 이건데 이 얘기를 위해서 등장한 인물이 몇 명인지, 그 사람들이 한 말의 대사까지 다 하시니...ㅎㅎㅎ 잘못하다간 맥을 놓치기 십상이지요.
한참을 얘기 하시더니 '고맙다. 내가 딸이 있응게 이런 얘기도 들어주지...'하셔요.

마침 이번 주 에니어그램 공부가 '어린 시절 돌아보기'라서 내 어릴 적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지요.
그리고는 '엄마! 나는 엄마 아부지한테 칭찬 받은 기억이 없어. 분명히 나를 엄청 이뻐한 건 알겠는데 도대체가 이쁘다하고 잘한다 하는 말을 못 들은 거 같어' 했어요.
좀 있다 침대에 누워있는데 옆에 오셔서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그러시네요. '그릉게 말여. 이르케 이쁜 딸한티....왜 그런 말을 내가 안 혔을까? 참나 너머(무) 너머(무) 귀허고 아까운 딸인디...'






엄마는 하루종일 성경을 읽으십니다. 올 해 벌써 성경을 1독 하시고 다시 창세기로 가셨답니다.
그리고 틈이 나면 기도를 하십니다. 새벽에 거실 불이 켜져 있어서 나와보면 엄마가 혼자 기도를 하고 계십니다. 생각해보면 그나마 내 삶에 아름다운 구석이 있는 건 엄마의 기도가 있어서 입니다.
'우리 신실이 이 땅 우에서 새벽별 같이 빛나게 해주세유' 하는 기도 말이죠.

이제는 '우리 엄마 오래 살게 해주세요' 하는 마음의 소원도 내려놓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시간을 아껴 엄마의 얘기를 들어 드리고, 맛있는 걸 사드리고 하면서 엄마와 함께 할 날들을 금쪽같이 여기며 감사하고 누려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엄마.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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