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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일상

내게도 간증거리는 있다

larinari 2012.08.18 21:50



CBS 라디오 '새롭게 하소서'에 출연하게 되었다. 섭외 전화 받고 '간증'이라는 말에 걸려 순간 버벅버벅했다.


'간증!' 내 마음에서 일단 튕겨나가는 단어이다. '간증'이라는 이름으로 교인들 간에 은근한 경쟁심을 부추기는 것에 대한 알러지 반응이다. (알러지 반응 이상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트라우마 일지도....) 경쟁심은 이내 일부 피간증자들에게 '더 열심히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죄책감을, '내놓을 만한 간증거리 없는 삶'에 대한 자괴감을 낳는다. 무엇보다 '이렇게 봉사하니 연봉이 오르더라. 교회에 충성하니 나만 직장에서 살아남았더라.'는 식의 성공일변도의 간증은 하나님에 대한 이해마저 왜곡시킨다. '좋은 것'이 '나쁜 데' 사용되는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물론 간증하는 당사자가 아니라 그것으로 교인들을 통제하는 지도자, 목회자들에 혐의를 두는 것이다. (당사자에겐 나름대로 의미 있는 하나님에 대한 체험일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 경험으로 인한 상처가 있어서 간증이라는 말만 들어도 마음이 딱딱해지는 것, 어쩔 수 없다. 요즘 같은 때 진정한 간증은 차라리 '간증되지 않은 일'에 숨어 있다고 믿고 있다. 헌데, 내게 간증을 하라니.... 간증이라면 나는 정말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는데 자연스런 인터뷰 속에서 지난 몇 년 간의 이야기가 줄줄줄 나왔다. 그러면서 타협이 되었다. 나의 이야기를 하라면 할 수도 있겠구나....


내가 나의 삶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내 마음의 변화다. 내가 얼마나 자기중심적 삶을 살고, 자기중심적 사랑에 겨워 자뻑하고 있는 지를 그나마 깨달아가고 있다는 것! 사실 이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지난 7년여 동안 남몰래 영혼의 어두운 밤을 통과하며 내게 일어난 기적이다.


처음 섭외 전화가 왔을 때는 얼토당토않은 일이라 생각했다. 두어 번의 긴 인터뷰를 통해 오히려 내 말로 내 자신에게 간증하는 시간이 되었다. 희한한 일이다. 그렇긴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을 불특정의 사람들에게 드러내야한다는 것이 많이 두렵다.


'저렇게 멀쩡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하나님은 대체로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는 하나님으로 인해 분노하고 두려워 떠는 날이 대부분이구나.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저렇게 흔들거리면서도 꽃이 피는구나. 나도 그렇겠구나.' 이런 공감이 있는 간증을 하게 되면 좋겠다.

 

**************

 

라고 페북에 썼고, 녹음했고, 방송됐습니다. 많은 것들을 배우고,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배우고 돌아보고 느낀 것들을 다시 나눌 날이 있겠지요.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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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 프로필사진 한숨 2012.08.20 16:58 aod로 잘 들었습니다.
    자뻑을 깨닫는 기적!
    청년 몇 명에게 오우연애를 선물하며 저자 사인받는 비법을 알려주었어요.
    표지만 보고도 환호를 하더군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2.08.20 22:18 신고 헉, 부끄부끄... 그리고 감사합니다.
    녹음하며 생각처럼 말이 풀리질 않아서 영 기분이 찜찜했어요. 이런 거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싶기도 했었구요. 부끄러워서 어째요.^^;;
    제가 출장 사인이라도 나가겠습니다. 충성!
  • 프로필사진 신의피리 2012.08.29 12:16 있는 모습 그대로
    살아온 삶 그대로
    배우고 느끼고 절망하고 희열에 휘감긴 얘기 그대로
    ...
    그렇게 말할 수 있게
    물어봐주고
    들어주면 안되나?

    목회자의 아내, '사모'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 사람 정신실의 이야기로 만들어가지 못한
    그 프로그램... 참 아쉽다.

    그래도,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진정성 있게, 얘길 잘 했어.
    담에 다시 할 기회 있으면
    당신 스타일 대로
    조금 더 까불어도 될 것 같애. ^^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2.08.29 15:35 신고 내가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사모'라 불리는 순간 그 프레임에 딱 갇히게 되는구나를 실감했어.
    목사, 사모, 목회자.... 이런 프레임만으로 세상을 보지 않도록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 '하나님'에 대해서 경험하는 것이 사람마다 가지각색일텐데 '하나님' 얘기만 나오면 자신이 모든 걸 다 아는 양 설명하려는 게 목사콤플렉스 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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