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5일 오후 3시, 홍대 정문 앞

 

 

 

혼자 갔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또 다른 '나'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아기띠를 매고 노란 나비를 든, 또 다른 나.

 

 

 

말 없이 걷고 또 걸어 산울림 소극장을 지나고

신촌을 지나고 이대 앞을 지난다.

커다란 노란 리본 붙인 휴대폰을 가진 또 다른 나.

 

 

양복 입고 구두 신고 정장 가방을 든 또 다른 남자, 나.

 

 

 

 

아현을 지나 충정로로 향한다.

노란 선글라스 쓴 예쁜 아이를 안고 걷는 팔이 아픈 엄마, 나.

 

 

 

두 시간을 걸어 광화문에 도착할 즈음에는 맞은 편에서

수많은 '나'들이 깃발을 들고, 노란 스카프를 매고 몰려왔다.

 

 

 

광화문 광장 '기억의 문' 앞에 도착했을 때는

수많은 '나'들이 아이를 잃은 영문도 모른 채

슬픔 대신 억울함으로 1년을 보낸

또 다른 '나'와 합류하였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이 명료한 노래를 반복하여 불렀다.

내 기도가 되었다.

 

 

 

 

 

 

'리멤버 0416'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란 칠월, 불 기도  (2) 2015.07.11
주부수영 끊은 사연  (6) 2015.05.29
노란 사월, 걷는 기도  (2) 2015.04.25
노란 사월  (2) 2015.04.22
투사, 치유자  (2) 2014.09.26
수줍은 아이 광장에 서다  (4) 2014.08.25
  1. iami 2015.04.26 08:38

    집에서 광화문까지 걸어가셨다니 대단하십니다.
    대단한 "나"들이 였겠어요.

    • BlogIcon larinari 2015.04.26 09:34 신고

      물소리길 걸을 때와는 차원이 다르더라구요. 매연을 흡입해가며 걷는 기분 참. 이 시대 대한민국의 공기 같았어요. ㅎㅎㅎ
      그길을 아이를 안고 걷는 엄마도 있었고, 초딩 저학년 아이도 있었으니 정말 대단한 '나'들이죠.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