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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인, 꼬마 철학자

시인의 눈, 생활에 닿다

larinari 2012.12.21 09:11

(홈플러스 주차장을 걸으며)
엄마, 집에 간 다음에 바로 시 써도 돼?

내가 시에 대해서 새로운 걸 알았어.
나는 실제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시를 쓸 수 있다는 걸 몰랐거든.
허난설헌의 시를 보니까 그냥 실제로 일어난 일을 시로 썼더라고.
그래서 지금 막 시가 하나 생각났어.

(아, 허난설헌!

초3의 남자아이가 시에 대해서 배우기에 이 얼마나 가깝고 적절한 선배님이란 말인가!)

그리하여 시인 김현승, 생활시에 눈을 뜨다.





 

변덕쟁이 대형마트

 

시 : (티슈남) 김현승

대형마트는 나를 기쁘게 해준다.
대형마트에서 나오면 내 손에 장난감이 있다.

아니다. 아니다.

대형마트는 나를 슬프게 해준다.
대형마트에서 나오면 장난감 대신 화와 짜증을 갖고 나온다.



엄마의 한 줄 논평 :


장난감, 특히 레고를 향한 끝없는 시인의 욕망을 대형마트에 투사하여 드러낸 좋은 작품입니다.시인에게 새로운 영감을 준 허난설헌의 작품은 엄마도 한 번 찾아서 읽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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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 프로필사진 임집사 2012.12.21 14:36 실명일단 바꾸고.ㅎㅎ 수요일날 교회에서 현승이봤어요^^교회차마시는 로비에서 발표회준비하는 아이들로.꽉찼는데 그중에 앉아있는데 화악.알아보겠더라구요.발표회때도 비디오화면에도 나오고...주일학교애들 너무잘하더라구요 초등부도 너무잘해서 감동^^!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2.12.22 09:46 신고 작년에 오자마자 성탄절이었어요.
    큰 애는 저랑 청중석에 앉아 있고 현승이는 유년부 할 때 나가서 노래하고 했었는데...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생글생글 웃으면서 여유있게 하더라구요. 이번에는 본연의 모습으로 긴장해서 뻣뻣해가지구...ㅎㅎㅎ 영상에 나왔던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게 해요. 부끄러워 죽겠나봐요.
    그나저나 교회 갈 때마다 '월리를 찾아라' 대신 '임집사님 찾아라' 놀이를 해야겠어요.^^
  • 프로필사진 신의피리 2012.12.22 10:14 이 시는 1연과 2연의 대비에 묘미가 있습니다.
    1연은 대형마트에 들어가기 전 시인의 욕망을 엿보게 합니다.
    그러나
    시인은 권력에 눌려 그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결국엔 2연에 나타난 바, 그의 현실은 장난감 대신 화와 짜증만 남습니다.
    이 좌절된 욕망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자신의 좌절된 욕망을 어떻게 해서든 충족시키려고 합니다.
    그리하여 결국 이번 성탄절에 시인은 변덕쟁이 대형마트에 굴복한
    엄마를 통해 욕망을 충족하게 될 것입니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2.12.22 17:20 신고 굴복은 아빠가 했습니다.
    말하자면 이렇지요.
    아빠가 변덕쟁이 '대형마트'에의 굴복이 아니라
    '변덕쟁이 대형마트'를 쓴 아들 놈에 대한 귀여움을 못 이겨 가장 큰 레고를 사주고 싶어서 몸이 바짝 달았다는 게 진실입니다.
    엄마가 인심 다 잃어가며 지켜내는 가정 경제를 근간부터 흔드는 행위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프로필사진 임집사 2012.12.22 13:43 저는 모님보다는 2살정도 적은나이인듯해요^^근데 아이는 훨씬 크답니다.수요일발표회때 목사님께서 자리안내해주셨는뎅 ㅎ현승이 무지귀여웠는데 역시 쑥스러워했군요 교회에서 뵈면 제가 먼저 인사드릴께요!글 기다리고있으니 많이 올려주세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2.12.22 17:21 신고 카스에서도 뵙고....ㅎㅎㅎ
    언젠가 친교실에서 반갑게 뵐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털보 2012.12.22 22:00 이거 뭐 시를 눈앞에 두니 한마디 안쓸 수가 없네요.
    이시는 첫연을 보면 미래를 현재로 가져오고 있습니다. 장난감이 아직 손에 쥐어지지 않았는데 그 장난감이 이미 내 손이 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죠. 시인은 미래의 현재화라는 이러한 특이한 화법을 통하여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현재로 바꾸어 미리 누리려고 합니다. 그러므로 대형마트는 들어갈 때는 마치 모든 미래를 현재로 가져와 채워줄 듯한 환상의 장소입니다. 그 환상이 시인에게 기쁨을 안겨줍니다.
    그러나 둘째 연에 이르면 시인은 미래가 오늘의 손에 들려있는 환상에서 깨어나 오지 않는 미래로서의, 말하자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시하게 됩니다. 그 순간 손에 잡혔던 장난감이 펑하고 증발하면서 빈손이 남게 됩니다. 대형마트의 오늘을 직시한 시인은 대형마트가 기쁨의 장소가 아니라 환상으로 사람을 농락하는 몹쓸 장소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에 대한 화와 짜증이 치밀어 오릅니다.
    이 시는 미래를 오늘로 가져다주는 듯한 환상으로 사람을 현혹한 뒤 돈없는 어린이에게 엄마 아빠를 졸라보라고 몹쓸짓을 시키는 대형마트의 자본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고 있는 아주 뛰어난 시입니다.
    아자, 김현승 화이팅, 계속 자본에 저항해라. 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2.12.24 00:09 신고 아하!
    이것은 저항시였군요.
    다시 저항시를 쓰고 읽어야 하는 날이 오는 건가요? ㅠㅠ

    그나저나 현승이가 시인이 된다면 정말 이건 뭐 천혜의 조건을
    타고난 거예요. 열 살 짜리 시를 이리도 평론해주시는 털보 아저씨를
    친구로 가진 아이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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