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가 오셨습니다.
아무리 맛있는 걸 해드리고 싶어도 엄마 입에 맛있는 건 애호박 새우젓국 밖에는 없답니다. 그런 엄마 마음을 잘 알지요.
'엄마는 생선살 싫어한다. 뼈만 좋아한다'는 말에 진짜로 엄마는 생선뼈만 좋아하는 줄 알았다는 어느 작가의 이야기 같은 거지요. 늘 가장 싼 야채, 특히 이 계절에 가장 싼 야채가 호박이고 엄마의 입맛은 가격에 맞춰 정해졌습니다. 오래 전부터 그랬지요.
고기반찬을 해드려도, 예전부터 좋아하시던 굴비를 해드려도 '속이서 안받어서 그려. 나는 호박이 제일이여. 너 자꾸 반찬 신경쓰믄 나 빨리 간다.' 하시네요.






엄마가 오셔서 짐을 풀면서 손에 비닐로 싼 걸 하나 들고 나오시며 겸연쩍어 하셨습니다. 그걸 냉장고에 넣으시면서 '이거 다시다여. 느이 집이는 다시다 없잖여. 호박 끓일 때 다시다 좀 느야 맛있어' 하셨어요. 아침에 새우젓국 넣어 끓이면서 다시다 한 숟갈 듬뿍 넣어 드렸습니다.



전에 채윤이 어렸을 적에 이유식으로 먹일 시금치 죽에 다시다 넣으시는 시어머니를 보고 기겁을 했던 생각이 나요. 시어머니 역시 고향의 맛 다시다를 과다복용 하시지요. 물론 가족들도 함께 과다복용하고요. 그러시며 '나는 미원은 안 쓴다. 미원은 몸에 나뻐' 하셔요.ㅋㅋㅋ


아침에 요리하며 다시다 한 숟갈  팍팍 아낌없이 써줬는데, 그거 한 숟갈 쓰자마자 엄마와 시어머니가 동시에 사랑스러워지네요.
'고향의 맛. 다.시.다.' ㅋㅋㅋㅋㅋ



  1. BlogIcon 신의피리 2010.08.10 10:56 신고

    갑자기 미원 팍팍 들어간 김치찌개가 먹고싶네.
    입맛 다시다....

    • BlogIcon larinari 2010.08.13 11:41 신고

      오늘 저녁 엄마가 가져온 다시다 팍팍 넣어서 김치찌게 콜?
      맛있게 먹고 바로 회장실로 호출될 당신, 안 봐도 비됴!ㅋ

  2. hs 2010.08.10 13:37

    ^^어머니의 말씀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신경쓰이는 대목이죠?
    자식 사랑하는 마음에 마음에도 없는 말씀들을 늘 하시니까...
    어머니 모습이 참 화~안 하세요.
    마음도 그러실 것 같구요. ^^
    사모님도 언제나 환하시고....^^

    • BlogIcon larinari 2010.08.13 11:43 신고

      평생을 기도로 살아오신 분이라...
      집에 오셔도 하루 종일 기도하고 성경보고 허리 아프면 누우시고 그러시네요. 그렇게 1년에 성경을 3독을 하신다니.. 새삼 노년이 되면 엄마처럼 단순하게 그 분과 동행하며 살아야지 싶어요.^^

  3. iami 2010.08.10 14:21

    저희 어머닌 물 만 밥이 제일 맛나시다지요.^^
    다시다, 가끔은 써 주셔야 합니다.

    • BlogIcon larinari 2010.08.13 11:43 신고

      저도 사실 콩나물국은 어떻게 해도 맛이 안나서 다시다 비슷한 걸루다 살짝 써주고 있습죠.ㅎㅎㅎ

  4. 이쁜 조카 2010.08.10 21:30

    김치볶음밥, 김치찌개 등 거의 모든 음식에 '다시다를 넣어야 맛이 산다'는 지론을 가지고 계신 아버님 ㅡ.ㅡ
    함께 살기 시작한 초기에 임산부였기에 무척 신경쓰고 스트레스 받다가 결국.. 매일 국을 2개씩 끓였었다는.. 우리 부부가 먹을 국, 아버님이 드실 국 ㅋㅋ
    그러다가 함께 산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아버님 입맛을 싱겁기로 소문난 집안에서 시집온 며느리 입맛으로 거의 맞춰가고 있는 중입니다요 ㅎㅎ

    우리 시어머니께서도 요즘 성은이 감기땜에 밥 잘 안먹는다고 했더니.. 찹쌀죽에 새우젖과 깨소금을 듬뿍 넣어서 맛있게 만들어주라시더군요. 음.. 9월부터 어머님 올라오셔서 성은이 봐주시면서 평일에 함께 지낼텐데 적잖은 갈등이 있을 것 같아요 ㅋㅋ

    • BlogIcon larinari 2010.08.13 11:46 신고

      예전에 아이들 어렸을 적에 그런 글을 썼었는데...
      내 손으로 두 아이 양육할 처지 못되어 부모님 도움을 받는다면 그 분들의 양육권을 기꺼이 인정해드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어.
      주양육자로서의 부모님의 권한을 인정해 드리니 그나마 좀 낫더라. 하이튼 쉬운 일은 아닐텐데 우리 지희 지금까지도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할거야.

  5. 새아가 2010.08.10 22:13

    얼라~ 어머니가 다시다 싸가지고 가셨네요. 집에 계실 때도 냉동실에도 안보이던 다시다.. 아마 비니루에 꼭꼭 싸서 농속에 보관하셨던 것 같아요. 언니 더운데 고생 많으세요..

    • BlogIcon larinari 2010.08.13 11:47 신고

      ㅋㅋㅋ 그러게. 검은 비닐봉지에 꼭꼭 싸매신 것이 어디 장롱 구석에서 나온 삘이더라.
      짧은 시간이지만 며느리 방학을 잘 누려. 엄마는 내가 여기서 정신교육 다시 시켜서 보내드릴테니.ㅋㅋㅋ

  6. forest 2010.08.12 10:57

    울 어머님이 쓰시던 다시다를 다 없앴더니
    어머님이 부억에서 반찬을 해도 맛이 없다고 저에게만 하라고 하셔요.^^

    가끔 다시다 팍팍 들어간거 먹어줘야 해요.^^

    • BlogIcon larinari 2010.08.13 11:54 신고

      저희는 시댁에 가면 진한 다시다 팍팍 들어간 찐한 국물의 찌게 대박으로 먹어요. 근데 진짜 맛있긴 해요. 휴유증은 쪼금 있지만요.ㅋㅋㅋ

  7. myjay 2010.08.12 13:23

    하긴.. 아내는 다시다를 안 쓰는데
    어머니는 다시다를 자주 쓰셨던 거 같네요.
    새로운 발견! ^^

    • BlogIcon larinari 2010.08.13 11:55 신고

      한 요리 하시는 myjay님은 다시다 안 키우시나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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