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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는 살아있다_간장게장 본문

음식, 마음의 환대

친정엄마는 살아있다_간장게장

larinari 2009.05.16 10:47

간장게장을 담궜다지요.
아직 살아 움직이는 알이 가득찬 암게를 누가 주셨어요.
워낙 비싼 놈이니깐(암게니까 놈이 아니구나....) 가끔 엄마생신 때나 몇 마리 사서 꽃게찜을 해봤지 우리 먹자고 사보질 않았었지요. 이런 기회에 나도 꿈에 그리던 간장게장 한 번 담아보자 했습니다.


안 해 본 요리를 할 때는 네이버님께 물어보는 것이 제일 빠르고 정확하지만 웬지 이럴 때는 꼭 엄마한테 전화하고 싶지요. '엄마! 간장게장 어떻게 담궈?' 이렇게 물어볼 때 확인되는 엄마의 존재감이란... 결혼한 딸만이 알 수 있는 느낌이지요. 엄마 역시 이런 질문을 받을 때 '아, 우리 딸이 아직 나를 필요로 하는구나' 하시며 내심 좋아하시고 의욕에 넘쳐 설명하시는 걸 느낄 수 있지요.

'그거, 솔로 게를 깨끗이 씻어서 진간장이다 푹 담궈. 그리고 며칠 있다가 그 간장 따라내고 끓여서 한 다시 담궈놔' 게장이 그렇게 쉬워? 하면서 디립다 진간장을 쏟아 부어놨지요.


그런데... '이거 너무 짠 거 아냐?' 아무래도 찝찝합니다. 아무래도 네이버 선생에게 확인해봐야겠다 싶어서 보니깐 그게 아니드라구요. 아, 순간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우리 엄마가 그래도 한 요리 하셨는데 이렇게 터무니 없이 가르쳐주시다니.... 엄마.....
마음을 추스리고 엄마한테 전화했습니다. '엄마 그렇게 하면 너무 짠거 아냐?' 했더니 '이~ 게가 딱딱혀서 갠찮여' 하십니다. 아! 엄마가 어렸을 적에 해준 간장게장은 꽃게가 아었어요. '독게'(충청도에서는 그렇게 불렀는데 '돌게'라는 뜻으로 추정됨)라는 아주 딱딱한 민물게 였습지요. 아주 딱딱한 게를 아주 짜게 게장 담가서 망치로 두드려 깨서 살을 발라서는 거기에 갖은 양념을 해주셨지요. 아! 맞다. 엄마는 꽃게로는 간장게장을 한 번도 안해보셨던 거예요. 꽃게로는 항상 양념게장을 하시고 독게로는 간장게장을 하셨지요. 그런거였어.
마음을 놓고 네이버 선생이 가르쳐준대로 간장에 물을 섞어 파, 마늘, 생강, 청양고추, 마른고추 넣어 팔팔 끓여서 부었습니다.


한참 요리 중에 엄마 전화가 다시 왔습니다. '야, 너 그 게가 싱싱허믄 찌게 끓여서 먹어. 된장좀 풀고 끓여서 너도 먹고 김서방도 줘라. 니가 어려서부터 게찌게를 좋아혔잖어. 알었지. 싱싱허믄 찌게를 끓여. 그리고 게는 딱쟁이가 위로 오게 넣어서 간장 부어야 헌다' '알았어. 엄마. 그런데...' 뚜우뚜우뚜....
당신 말씀만 끝나면 바로 전화 끊으시는 거 주 특기. 그 뚜우.... 하는 소리의 여운에서 나는 들었습니다. 엄마의 침 넘어가는 소리를... 엄마가 지금 게찌게를 드시고 싶은 것입니다. 싱싱하고 알이 가득찬 놈으로 끓인 걸 말이죠. 담번에 엄마한테 갈 때는 게를 사갖고 가서 찌게를 끓여드릴 참입니다. 물론 제가 처음으로 담궈본 간장게장도 한 마리 가져다 드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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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Comments
  • 프로필사진 BlogIcon 采Young 2009.05.16 11:53 신고 어흑. 저 노란알...선생님 넘 이러지마세용 ㅠㅠ 밤낮으로 이런 사진들을...
    ㅋㅋㅋㅋ
    저 지금 완전 씽크로율100% 공감중이에요.
    우리 엄마도 저랑 저나하다 끊을 때 보면
    이미 엄마말 끝마무리 쯤엔 목소리가 멀어져만 가고 있어여.
    왼쪽 손은 이미 폴더 접을 준비하고 계실 뿐이고 귀에서 전화기는 이미 멀어져 있을 뿐이고~~~ㅋㅋㅋ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5.17 09:01 아뉘... 집사님 실망이신데, 이거.ㅋㅋㅋ
    엄마들의 전화습관에 대해서 연구를 한 번 해봐야겠다.
    나는 우리 엄마가 전화세 때문에 그런가? 하고 추정을 해봤었는데 챙, 윰 엄마들 까지 그러시는 건 전화세도 아닌 것 같고...
  • 프로필사진 yoom 2009.05.16 12:20 다행히 오늘은 낮에 사진을 봐서 다행입니다 ㅋㅋ
    하하 우리 엄마두!! 할 말 하구 그냥 끊으셔요
    가끔은 이미 끊으셨는데 주변에 사람들 있을 때는 너무 민망해서
    끊어진 전화기 붙들고 혼잣말 한적도 있어요.
    '응 엄마 이따 봐 끊을께~~'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5.17 09:02 주부가 되어 요리포스팅 하다보면 말이다 젤 짜릿한 보람은 내 포스팅 보고 누군가 밤에 뭘 먹었다는 얘기야. 요리 포스팅에 목숨 걸고 사는 날이 오면 내 맘 이해할 것이다. ㅋㅋㅋ

    하긴, 뭐 윰 니가 뭘 알겠니.
    니가 모 추석에 송편 한 말을 빚어보기를 했겠니... 명절 때마다 30여 명 식구들 국을 끓여보기를 했겠니..ㅋ
  • 프로필사진 신의피리 2009.05.16 17:06 난 꽃게찜이랑 양념게장은 좋아하는데, 간장게장은 영~ 안 넘어가네~
    당신 다 드시구랴~ (꿀~꺽)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5.17 09:03 당신의 시큰둥한 반응에 완전 허무하고 있음 ㅡ.,ㅡ
  • 프로필사진 BlogIcon mary-rose 2009.05.17 00:33 신고 아니, 저런 알배기 꽃게장에까지 손을 대다니..
    그냥 속이 꽉 찼구만.

    나두 간장게장은 영~ 안 넘어가. 딱딱한 돌게라면 모를까..
    다 드시구랴~ (나두 꿀~~ 꺽. 흰쌀밥에 비벼서.)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5.17 09:04 아~ 그러세요? 저는 간장게장은 세상 사람이 다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간장게장 안 넘어간다는 도사님을 본격적으로 한 번 갈구려다가 바로 밑에 hayne님 댓글 보고 참았어요.ㅎㅎ
  • 프로필사진 hayne 2009.05.17 16:23 난 도사님이 간장게장을 아내를 위해 양보하는 멘트려니 하고 따라한건데.. 아니라고?

    알배기 꽃게장을 마다하는건 꽃게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그저 쫌 비싸오니 백화점 매장에 노란알 드러내고 누워있는 게장 가재미눈으로 슬쩍 쳐다볼 뿐이고.
    꽃게, 전복, 니들이 수고가 많다 한마디 건네고 갈 뿐이고.
  • 프로필사진 forest 2009.05.17 20:51 저두요.. 간장게장도 양보하시는 도사님이시구나 했었는데요.^^
    아무래도 시큰둥한 반응 속에 있는 '위대한 양보'를 잘 못보신 듯 하옵니다.

    그나저나 간장게장 이 앞을 계속 서성이다가 침샘이 현승만큼 될까 저어되어 이만 다른 포스팅 올라올 때까지 그만 올까 생각 중입니다. ㅋㅋ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5.17 23:53 에유~ 두 분 도사님께 너무 점수가 후하셨쎄여.
    저 양반이 간장게장, 특히 알백이 간장게장 잘 못드신다니깐요. 노란 알을 보고 '아우 징그러' 하면서 입에 잘 못 넣으시는게 채윤, 현승님하고 똑같으시다니깐요.

    그러다보니 저도 영 목에 걸려서 안 넘어 가네요.
    무슨 조처를 취해야겠습니다.모 장미다방과 간장게장을 합체시킨다든지 이런거요.ㅎㅎㅎ
  • 프로필사진 hs 2009.05.18 23:15 야~~!저 위에 꺼 정말 맛있겠어요.
    전 게등 손을 이용해서 먹는 것,잘 못 먹는데 저거는 정말 맛있어 보이네요.
    어르신들께 여쭈어 보는 거 너무 중요하죠?
    삶을 통해서 얻은 지혜가 있고 또 어떤 선물보다노 기쁘시게 해 드리는
    선물이 되거든요.^^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5.19 09:03 손으로 잡고 묻히고 그러는 음식을 남자분들은 대부분 안 좋아하시나봐요. 저희 채윤이 아빠도 그런 음식은 딱 질색이던데.ㅎㅎㅎ
    엄마가 보통의 톤으로 통화를 하시다가 '무슨 음식 어떻게 해?' 이런 질문을 하면 답하시는 목소리 톤이 꼭 한 톤 업이 되시더라구요.^^
  • 프로필사진 myjay 2009.05.21 00:44 처음 이 만행을 보고 침을 백만 리터를 흘렸다는...
    이 포스팅을 계기로 배틀은 포기했습니다.ㅜㅜ
    그냥 요리는 스승으로 모실까 싶기도하구요.ㅋㅋ
    근데 간장게장 진짜 장난 아니게 맛있어 보이네요. 쩝~
    밤마다 사진 보며 눈물을 흘립니다. 캬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9.05.21 18:10 신고 만행! 인정합니다.
    저도 당해본 경험이 있기에...^^
    그렇다고 포기하시깁니까? 이러시면 재미 없습니다.
    대입 때 이과, 문과 가산점 주는 것처럼 저는 주부이기 때문에 非주부인 myjay님께 일단 가산점을 드리고 요리배틀 계속 가죠.^^
  • 프로필사진 엄마 2010.04.13 11:08 겁나 맛있겄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04.14 11:53 신고 엄마 아들한테 그동안 냉면 값으로 게장 사오라고 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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