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이 운영하는카페래~
라는 정보 하나만을 가지고 이런 저런 경로로 정보를 수집해서 찾아간 충정로에 있는
<가배나루> 또는 <커피나루> 이야기 입니다.





목사님이 운영하신다는데 막상 가보니 목사님이 아니라 도사님이 운영하시는게 아닐까 하는 분위기였어요. 커피 내려주시는 분들이 한결 같이 현승이가 좋아하는 털보아저씨 동생 쯤으로 보이는 분들이었거든요.
환상 속으로 그리기는, 목사님이 클래식컬한 분위기의 완전 금연을 표방하는 클래식컬한 카페를 운영하면서 주일에는 예배를 드리는 공간으로 쓰지는 않을까? 하는 거였지요. 일단 전~혀, 그런 분위기 아니었구요. 막상 가보니 책에서 봤던 카페네요.


 




딱 점심시간에 도착을 했더니 주변의 종근당 직원들인지, 회사원 것두 여직원들이 홀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아, 너무 시끄러워서 실망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이층은 조용하다 싶어 올라가보니 흡연석이라서 너구리를 잡고 있었구요. 어쩔 수 없이 바리스타님들 일하는 것이 한 눈에 뵈는 자리에 마주하고 앉았는데.... 이것이 행운일 줄이야.
기냥 바로 코 앞에서 드립을 해주시네요. 홀을 가득 메우신 회사원들께서는 거의 에스프레소 관계된 커피를 드셔서 바쁘신 중에도 핸드드립 하신 핸드가 남아있으셨던 거지요.






핸드드립 커피를 종이컵에 마시다뉘.... 이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 지난 번 강릉의 하슬러 카페에 갔을 때는 다시 들고 가서 '잔에 주세요' 해서 마셨었는데요. 워낙 바빠 보이고 커피햐이며 때깔이 너무 좋아서 그런 저런 컴플레인을 할 새가 없었습니다.
하~ 커피맛 예술! 예술! 예술!
가만보니 커피만 예술이 아니라 바뤼스타님들이 모두 알티스트 같이 생기셨어요. 이 분들이 커피를 가지고 예술을 하시는구나..... 하고 종이컵에 담긴 코스타리카를 마시고 있는데 '아, 테이크 아웃이 아니셨어요. 그러면 잔에 드릴껄. 이따 한 잔 더 드세요' 하시는데 '이거 리필을 해준다는 건지, 리필은 그냥 에스쁘레소 뽑아서 아메리카노로 주시겠지?' 했어요.






종근당 여직원들 죄 빠져나가시고 조용해졌을 때 한 잔 더 드릴까요? 하시면서 처음과 똑같이 어마어마한 양의 원두를 한 잔 분량으로 담으시고 드립을 해주셨습니다. 우와, 진짜 이렇게 원두를 소비하면 원가나 나오려나? 싶은 마음에 살짝 미안해졌습니다. <설득의 심리학>에 따르면 사람을 이렇게 미안하게 만드는 건 결국 다음에 또 오게 하고, 블로그에 포스팅을 해도 이렇게 긍정적인 글을 쓰게 만드는 거지요. ㅎㅎㅎ








사실 카페의 분위기나 의자(난 왜 이리 의자에 집착하지?) 등이 제 분위기는 아니지만, 알트에 가까운 커피맛과 첫잔과 다름없는 정성의 리필커피에 감동받아 나왔습니다. 처음에 가지고 갔던 환상은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잊었고요. 너무 시끄럽고(이건 손님 탓이니깐), 조금 산만한 분위기, 그리고 정리는 잘 안된 주방....ㅋㅋㅋㅋ 이런 것도 다 오케, 오케이, 오케!






'내 비록 커피 그 이상의 카페를 꿈꾸지만 됐다. 됐어. 이 정도의 커피맛이면 난 반드시 또 오고야 만다' 라며 나왔습니다.  테라스에 놓인 의자에 '마음을 여는 가배나루 커피공장' 이 문구를 보면서 '맞아. 내 맘을 열었어. 커피 맛있고, 인심 넉넉한데 맘이 열리지. 열리고 말고..... 좀 지저분하면 어때?(아래 사진에서 제 뒤에 있는 가방들이 바뤼스타님 가방들. 기냥 대충 가방 떤져 놓고 커피 내리고 그래도 누가 뭐라지 않고...ㅋㅋㅋ) 커피가 맛있는데...'했지요.






커피도 커피고, 함께 결정해야할 일도 있어서 맘 먹고 집을 나선건데 커피에 취하신 건지 제이퓌께서 도통 혼수상태를 면하지 못하시네요. 조금 아쉽게 자리를 박차고 나왔습니다. 충정로에서 광화문까지 걸으면서 약간 정신줄 정비하시고, 서울광장과 광화문 광장을 지나며 '우리 마음의 대통령'과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립더군요.ㅜㅜ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보니 가배나루가 더 맘에 들어졌습니다. 이번에도 또 검색을 해서 들어간 곳이 박원순님의 블로그였어요.ㅋㅋㅋ 박원순님이 직접 인터뷰를 하셨더라구요. 그러니까 소문이 그냥 소문은 아니었어요. 사장님(본인은 사장이라고 불리기를 싫어하시더군요)이 신학을 하신 분이 맞고요. 이 분이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철학이 있는 분이셨어요. 분점을 내지 않는 이유, 1년이면 전직원이 한 번씩 베낭 메고 해외로 여행을 나가는 이유, 아낌없이 퍼주는 이유.... 들을 읽으면서 내가 감동한 것이 단지 커피 때문만은 아니었구나. 싶었습니다.


카페라면 맛있는 커피를 팔아야 하고,
맛있는 커피에 마음을 담다보면 말로 하지 못하는 커피 내리는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든 전해지게 되어있다니까요.


또 가야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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