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카페는 뒷문이다 본문

Cafe Nouwen

카페는 뒷문이다

larinari 2010. 4. 18. 15:33
광나루에는 <커피나루>라는 카페가 있었습니다.
주택가 초등학교 앞에 떡허니 자리잡은 커피집입니다.
충무로에 있는 <가배나루>랑 이름이 비슷하고 여기 저기 블로그에서 인기도 많아서 '혹시 분점인가?'하는 생각도 잠시 하게 됐지만 전혀 그렇진 않았습니다.






카페에 앉으면 익숙한 골목이 눈에 들어올 뿐이기에 카페에 앉았다가 보다는 카페와 집의 중간 정도 되는 공간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금 색다른 편안합이 있습니다.






독일식이라는데 KFC나 파파이스에서 파는 비스킷에 딸기쨈을 발라 먹는 것, 아니면 베이글이나 샌드위치가 먹을만해 보였습니다. 조금 지켜보니 장신대 올라가는 길목을 막고 신학생들에게 '브런치를 먹어라'고 꼬시는 거였더군요.ㅎㅎㅎ






특이한 점은 주민으로 뵈는 할머니 한 분이 오셔서 베이글과 아메리카노를 시켜서 혼자 드셨는데 '오늘은 좀 늦게 나오셨네요' 하고 인사하는 걸 보니 매일 오시는 분 같이 보였습니다. 사실 이 할머니는 우리가 카페를 찾고 있을 때 어느 집 대문을 열고 나오셔서 우리보다 몇 걸음 뒤에 걸어오셨던 분이지요.
또 밖에서도 할아버지 한 분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서 혼자 드셨어요. 이 할아버니는 주민인지, 아차산을 찾으신 등산객인지 알 수 없습니다.
아무튼, 그 할머니를 뵈니 '동네 카페란게 이런 거구나' 싶습니다.






여긴 테이크아웃을 훨씬 더 많이들 해가는구나 싶네요. 주택가 안의 주택을 개조한 카펜데.... 히야, 대박나셨드라구요. 장사는 목이 좋아야 하는데 이런 데서 카페가 이렇게 될줄이야..... 카페에 앉아서 바로 forest님께 문자를 했지요.
'언니, 1층 전세좀 주세요. 카페하게요.ㅎㅎㅎ' 하구요. 답문 '반갑긴 한데 도대체 장사안목이 있는거유? 이런 곳에 뜬금없는 카페라니' 이러며 홈플러스 근처에 있는 털보님&forest님 댁 1층에 카페를 열었다 닫았다 했습니다.






카페에 앉아 있을 때는 '주택개조'라는 생각만 했는데 나오다 보니깐 이렇더라구요. 그러니깐 커다란 주택의 옆구리 쫌 터서 낸 카페더란 말입니다. 살림집이 바로 여기고... 이거 진짜 괜차~안타!


새로 시작한 일이 있습니다. 거기서 '두렵지는 않나요?' 하는 말에 '두렵긴한데...괜찮아요. 저는 언제라도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했더니 '그게 에녀그램 7번의 뒷문이죠! 7번들은 뒷문이 없으면 죽죠'라는 말에 공감을 했습니다.
음... 7번들에게 뒷문이란 '언제든 도망갈 구멍이 있어. 힘들어지면 튀면 되는거야. 힘들게 버틸 일은 없는거야. 적당한 순간에 치고 빠지면 돼'
그렇습니다. 그 뒷문으로 나가야 마냐는 다른 문제이지만 7번들은(아니 어쩌면 7번이 아닌 10번, 11번, 165번....등 어떤 사람이라도 ㅋㅋㅋㅋ) 고통스런 현실을 감내하는 방식으로 '뒷문'이라는 '환상'을 붙들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게 페에 대한 꿈은 '뒷문'과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카페를 하고 싶은 것 반, 언제든 모든 일은 그만둘 수 있어. 카페를 하면 돼. 라고 나를 달래는 뒷문으로 붙들고 있는 거 반. 카페는 그렇습니다.
그 뒷문을 꼭 열고 나가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뒷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끔 탁한 공기에 숨이 쉬어지지 않을 때 코를 내밀고 호흡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언젠가 뒷문을 열고 나갈 일이 있다면 그게 도망치는 일은 아니었으면 싶습니다. 도망치는 곳에서는 또 뒷문을 달아두게 마련이니까요.


'Cafe Nouwe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록이들 겨울 더부살이  (9) 2010.11.30
커피 중독  (23) 2010.08.30
카페는 뒷문이다  (12) 2010.04.18
커피, 책, 사람은 찰떡궁합  (14) 2010.04.10
또 갈겁니다.충정로 가배나루  (16) 2010.03.31
육적인 인간, 영적인 커피에 상처받습니다  (21) 2010.02.20
12 Comments
  • 프로필사진 BlogIcon 해송 2010.04.18 21:06 신고 계속 카페 시리즈~~!
    어서 꿈을 이루셔야 할텐데....^^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04.19 10:32 신고 그러게요.
    제 마음에 씨앗이 하나 심겨진 것 같아요.
    그게 싹을 틔우고 자라서 꽃이 피든 열매를 맺든하길 바라고 있어요.
    그렇게 쓸쓸하던 목련나무에 하얀 꽃들이 달린 걸 보면,
    자연의 섭리처럼 물주고 햇볕 쪼여주고 조용히 기다리면 자연스럽게 될 날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가끔은 조바심이 날 때도 있구요.ㅎㅎㅎ
  • 프로필사진 BlogIcon 采Young 2010.04.18 22:44 신고 사실 카페라는 건 오다가다 들려지는 길목에 있는 게 짱인 것 같아요.
    오다가다 단골이 되고 오다가다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서 그 때 그 카페 많이 갔었지 하면서 떠올리면 왠지 기분 좋아지는 카페 있잖아요 ㅎㅎ

    사실 그래서 정말 기억에 남는 카페는 커피가 맛있는 카페도 아니고
    분위기 좋고 인테리어 끝짱나는 카페가 아니라
    "자주가는" 카페인 거란 느낌이....문득 듭니당
    충정로나 광나루의 가베나루들의 매력이 그거인 거 같아요. 오는 사람이 다들 습관처럼 오는 손님들이라서 주인과 손님 사이에 어색한 기운이 없는 편안함이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04.19 10:33 신고 그러게. 맞는 말 같다.
    정말 좋은 카페는 자주 갔던 카페지.
    나도 그런 생각을 했어. 동네 카페가 되어야 진짜 카페가 되겠구나....ㅎㅎㅎ

    명일동에 커피 맛있고 분위기 좋고 친절한 카페 하나 있었음 좋겠다.ㅋㅋ
  • 프로필사진 dreamrider 2010.04.19 08:19 저의 뒷문은 뭘까요? 사모님은 정말 글을 잘 쓰시는 거 같아요.
    자꾸 생각하게 하고 반성하게 만들거든요..ㅎㅎ
    2번 날개여서 그런가? ㅎㅎ

    오늘 하루도 화이팅! 입니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04.19 10:37 신고 댓글 첫 줄 때문에 마지막 줄 화이팅이 이미 효과를 발휘하고 있습니다.ㅎㅎㅎ
    저, 6번 날개여유~^^

    dreamrider님 주말은 사랑하는 가족들과 시간을 좀 보내실 수 있었나 모르겠네요.
    저처럼 헐렁헐렁 하게 사는 사람들보다 dreamrider님 같이 열심히 바쁘게 일하시는 분들에게 진정한 화이팅은 더 필요한데요... 저는 어떻게 화이팅을 보태드릴까요?
    꿈을 향해 항해하시는 dreamrider님께 나침반 되신 그 분의 분명한 위로와 이끄심이 확씰하게 느껴지는 한 주가 되시길 기도하고 축복할게요.^^
  • 프로필사진 forest 2010.04.19 13:40 아, 울집도 저렇게 예쁘게 변신할 수 있는건데...
    주인 잘못만나 그냥 내버려두고 있네요. ㅋ
    우리 집이 한골목만 밖으로 나와 있다면 해볼만 할 듯...
    근데 살아보면 골목 하나 차이가 소음을 상당히 줄여주거든요.
    주거 개념으로 보면 딱 좋은데, 카페 개념으로 보면 좀 후미진 곳에 있는 거지요.
    하여간 주인의 손길에 따라 저리 달라질 수 있다니... 좀 혹하긴 하네요.^^
    왠지 라리님의 손길이 닿으면 써프라지즈~ 하면서 달라질 듯.^^

    오늘도 어딘가로 가셨을라나요?
    이 집은 카페 후기로 연일 덥히시고, 울 털보집은 연신 4대강 반대로 덥히시니...
    두 분 참 집요하고 멋지십니다. ㅋ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04.19 15:35 신고 사실 그 날 필님과 마주 앉아 거의 도면구성 끝났습니다.
    ㅋㅋㅋㅋ
    얼렁 1층은 비워주세요.
    2층으로 살림 다시 올리셔야겠어요.

    털보님께서는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하는 일로 집요하신데,
    저는 쫌 부끄럽네요.ㅎㅎㅎ
  • 프로필사진 mary 2010.04.19 14:02 외국영화에 보면 딱 이런분위기의 동네카페모습 가끔 나오쟎아.
    노인들 2-3 모여 두런두런 얘기하거나 그냥 거리보며 커피마시는 모습,
    우리나란 왜 요런게 없을까 싶었거든.
    이거 보니 희망이 생기네.
    도망칠일이 없는 뒷문이 이게 된다면 단골 찜!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04.19 15:37 신고 명일동만 해도 주택가 안에 카페가 꽤 생기고 있어요.
    자고 일어나면 카페가 생기니...
    우리 나라도 정말 유럽처럼 될 모양이죠?

    뒷문은 일단 문 열고 나가면 앞문이 되는 것이니깐요.
    ㅋㅋㅋㅋ
    언제든 열고 나갈 기회가 생기면 좋겠어요.
  • 프로필사진 MYJAY 2010.04.21 08:08 주택 옆구리 터지는 소리, 아니 카페군요.^^
    저의 로망도 커피전문점 주인이 되는 건데
    전 커피에 관심이 그리 많지 않아서 아마 어려울 거 같습니다.
    그냥 일하면서 잡글이나 써야할 듯.ㅜㅜ
    그리고...
    ...
    DREAMRIDER님, 술먹고 저한테 전화하지 마세요.
    (그냥 아무 의미없이 한번 폭로해봤음.^^)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0.04.21 10:38 아~ 미쵸. 이런 의미없는 폭로 대박 좋아요.ㅋㅋㅋ
    갑자기 살아야겠다는, 블로그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가 충천합니다. ㅋㅋㅋ

    Dreamrider님! 선배님 말씀 새겨 들으시고요.
    저같으면 안 참습니다. 백주대낮에 이런 폭로를 하시다니요. 저라면 혼자만 myjay님의 치명적인 약점 하나 정도 폭로해버리겠습니다. 이럴 땐 참으시면 안돼요.
    ㅋㅋㅋㅋㅋㅋ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