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에 한 번씩 인터넷 서점의 신간을 뒤지는데, '카페' 것두 '북카페'라는 말에 솔깃. 게다가 그런 주제가  홍성사에서 나온 책이라니 더 솔깃하여 '우리 지금 만나. 아, 당장 만나' 하고 일일배송으로 받아 읽은 책이다. <우리 동네 북카페, 아프리카 당나귀>


69년생의 약간 피터팬증후군 냄새가 나는 이 책의 저자이며 카페 <아당>의 주인장. 커피, 책, 젊은 사람, 좋아하는 것도 나랑 비슷하네! 근데 이 사람은 이미 카페도 하고, 게다가 책까지 냈네? 완전 부럽다 못해 질투가 나서 심기 불편해졌다.
부럽다못해 질투까지 났으니 이건 기냥 진것도 아니고 참패!






남편이 쉬는 월요일엔 카페 순례를 하기로 했다. 지난 주 가배나루에서의 감동이 잊혀질 즈음 새로운 월요일이 되어 안양에 있는 북카페 <아프리카 당나귀>를 찾았다.


어린이집이 있던 자리라서 지하실 까지 사용하고 있는 넓은 공간이 참 좋았다. 아파트 안에 있는데 아파트 정원을 끼고 있어서 뒤쪽의 풍경은 자연 속에 있는 듯 하였다. 초록색 원목 책꽂이도 맘에 들었다. 손글씨로 진솔하게 쓴 메뉴판이나, 메뉴판 앞에 '가훈:1인 1주문' 하는 식의 애교는 카페 곳곳에 가득했다.  중간에 없어진 메뉴는 과감하게 X표 하고 그 위에 '찾는 분이 없어서 안해요^^' 하면서....이런 진솔한 애교가 어떤 이들에게는 사람냄새나는 편안함을 줄 것이고, 나처럼 이미 혼자 라이벌 의식 충천한 사람에게는 '이 메뉴판 초면에 너무 들이댄다' 면서 말도 안되는 트집꺼리를 주기도....ㅋㅋㅋ 






드립커피 같은 건 없고, 에스프레소 메뉴들이 있었는데.... 커피는 그저 어디든 가서 마실 수 있는 진솔하고 편안한 ㅋㅋㅋ 커피였다.
다만 신수가 훤한 아르바이트 총각이 착하고 친정절하게 내준다는 거, 그거 좋았다.






음, 그니깐 북카페였는데..... 그린톤의 원목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들은 대충 저랬다.
분류는 거의 안하셨고, 어린이 책 어른 책 함께 대동단결하여 어우러져 있었고.
아마도 집에 꽂혀 있던 책들을 그대로 옮겨 놓으신듯 했다.






한 때는 '로렌스 크랩'이라고 번역되기도 했던 나의 래리 크랩님의 책도 발견했다.
으흐흐흐흐흐.......래리크랩님이 수호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계셨다.






여기는 창 밖에 정원 같은 것을 마주하고 있는 주인님의 책상. 제대로 된 깨끗한 책들은 저 쪽에 몇 권 꽂혀 있었다.ㅋㅋ 쥔께서 방금 인터넷도 하고, 큐티도 하고, 글도 쓰다가 나가신 흔적이 역력했다. 책을 통해서 만난 이 카페의 사장님은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을 맞아 당황하고, 방황하고, 인생이 무너져내리는 경험을 하기도 했지만, 혼자서 청소년인 아들을 키우면서 적잖이 버겁기도 하겠지만 행복해 보였다.
행복하게 카페를 하는 분이다. 그 행복이 그 분 안에 있는 예수 그리스도 때문이라면 카페를 하든 안하든 행복할 것이다.






한구석에 저렇게 신경 써서 만들어 놓은 책꽂이와 그 앞의 초록 소파. 저 예쁜 책꽂이와 소파를 보면서 그런 상상을 해본다.

아주 예쁘고 감각있게 만들어진 각 분야의 신간들이 잘 정리되어 한 손에 커피 든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면 말이다. 그 신간들은 교보문고에 깔리는 그 날 바로 저 책꽂이에 깔리는 거다. 그래서 우연히 커피를 마시러 들렀던 책을 좋아하는 손님이 '어? 내가 기다리던 이 책이 나왔네' 하면서 저 소파에 앉아 책을 펼쳐 든다. 한참을 책에 빠져 있다가 고개를 드니 밖은 이미 어둠이 내리고 있다. (이 손님은 그러는 동안 이미 두 세 번의 리필커피를-물론 첫 잔과 다름없이 신선하고 맛있는 커피를- 마셨을 것이다. )

ㅇ젠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도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던 고객님께서 일어나신다. 책에 빠져 있느라 침침해진 눈을 다시 맑게뜨며 '제가 좋아하는 저자예요. 책이 나온줄 몰랐는데.... 어우, 감사합니다. 커피도 몇 잔을 마셨나 모르겠네요. 잘 마셨습니다' 한다.카페를 나가는 손님은 신선한 커피의 향, 필연처럼 만난 책 한 권, 커피잔에 가득 담긴 책을 좋아하는 사장의 공감과 위로에 자신도 모르게 영혼의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그 콧노래가 사장의 영혼에 메아리를 일으켜 사장 역시 고된 일과로 무거워진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그리고 이렇게 중얼거린다.  '역시, 커피와 책과 사람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 이것 없이 무슨 재미로 살아? 아침에 카페 너무 힘들다고 그만둬야겠다고 남편에게 투덜거렸던 건 취소해야겠어' 라며 휴대폰을 돌린다. 0.1.0.8.8.2.9.0.5.0.*


ㅅ ㅅ ㅆ ㄱ ㅇ ㄷ!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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