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저렇게 피부도 몸도 안 좋다며 밀가루 음식을 끊어야겠다고 했다. 채윤 따님께서. 둘이 점심 먹어야 하는데 냉장고에 당장 먹을 것은 고사하고 식재료조차 변변치 않았다. 배달 음식으로 합의를 보고 서칭을 시작했다. 무슨 영화 볼까, 뭐 볼까, 찾다가 영화 한 편 볼 시간이 지나간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의 '음식' 버전 같다. 뭐 먹을까,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되는데... 하면서 밥 해서 먹고 설거지까지 해치울 시간 보내는...
"하아, 수제비 먹고 싶다!"
글루텐을 끊겠다는 채윤이의 뱃속 깊은 곳에서 나온 탄성이었다. 어느 분식점 메뉴를 보다 내지른 탄성. 이것 저것 다 패스하고 더는 먹을 것이 없다는 시점이었고. "김치 콩나물국 남은 거에 수제비 반죽 넣으면 바로 얼큰수제빈데...."라고 '삶은 요리'인 나의 또 다른 자아가 말했다. 채윤인 그걸 낚아챘고. "대박! 얼큰 수제비! 그거 먹을래."
백신 후유증으로 계속 누워 있기로 했던 나는 어느 새 일어나 수제비 반죽을 하고 있었고, 밀가루 끊기로 하고 까다롭게 배달 음식 메뉴 고르던 채윤이는 해맑게 설레는 상황. 그나마 나는 나이도 먹고 상황 파악이 되어 "이래도 되나... 밀가루 음식 끊겠다는 애한테 수제비를 먹여도 되나..." 정도는 생각했다. 뭔가 이건 아니지만, 그래도 뭐 할 수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냉동실에 딱 한 마리 남은 전복을 함께 끓여 채윤이 그릇이 담아 주었다.
전복아, 전복아, 글루텐의 나쁜 성분, 비싼 니가 어떻게 해 줘. 해 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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