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지도자과정 개강 주간이다. 꽃봉우리들이 막 터지기 일보 직전, 생명들이 고유의 무언가를 터뜨리기 위해 일발 장전한 봄날이었다. 2기 지도자과정 마친 목사님, 올해 내적 여정의 새로운 벗으로 오신 그분의 아내를 만나러 갔다. 창덕궁 근처 전시회이다. "Ego"라는 이름을 단 전시회. 여러 의미로 새로운 날을 향해 가는 벗님의 그림을, 그림에 담긴 묵상을, 젊은 부부의 소망을 관람했다. 관람에 그치고 싶지 않아서 몇 정거장을 걸었다. 걷다, ㄱㄷ, 기도, ㄱ ㄷ. ‘걷다’는 가끔 ‘기도’로 읽어도 좋다.
벌써 준비해두셨다는 지도자과정 2기 선생님들이 준비한 선물을 받았다. 마이크다. 작년 한 해, 현장 모임과 줌 모임 병행하며 아슬아슬하게 진행된 2기이다. 올해 3기 하반기에는 온라인으로 해외까지 연결될 예정인데, 이렇게 꼭 필요한 선물이라니. 롤링페이퍼도 함께였는데, 첫 줄에 이렇게 쓰여 있다.
“에니어그램을 배우러 갔는데 1년 동안 사랑을 배웠어요.”
어떻게 알았지? 에니어그램 표방하고 사랑을 하려는 것인데. 알아준 마음의 고마움과 함께 경고로도 들린다. “에니어그램만 가르치지 말고 사랑을 하세요. 영성은 사랑입니다.” 라고 읽는다. 에니어그램 배우러 왔다가 사랑을 배운 분이 있는가 하면, 사랑받으러 왔다가 에니어그램만 하는 것을 보고 실망하고 돌아간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 아니라면 연구소를 할 이유가 없지만, 지금 여기서 살아내지 못하는 나의 누추한 처지도 본다. 이상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 사이, 둘 중 하나만 나라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으려 하고, 둘 다 나이며 둘 다 내가 내가 아니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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