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즐거움은 '새로운 것'을 마주하는 설렘인데, 새로운 것은 낯선 것이기도 하다. 늘 걷던 길을 벗어나는 것이다. 늘 걷는 길은 대체로 예측 가능하다. 저만큼 가면 大자로 누워 있는 고양이가 있고, 오른쪽 탄천엔 사람들이 많을 거고, 왼쪽으로 가서 올라가면 조용하겠지만 그늘이 없어 더울 거고... 낯선 곳으로의  여행에도 나름의 '예측'을 장착하지만 그 예측이 모두 머리로 하는 것이다.  검색하고, 그려보고, 충분히 예측하고 떠난다. 직접 몸으로 걸어보는 것과는 다르다. 그래서 여행은 체험이다. 인공위성 사진으로 들여다보는 것과 직접 가서 거기 서보는 것의 차이는 얼마나 큰 것이다.

 

 

예기치 못한 즐거움과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사이를 오가는 것이 여행이다. 그 사이를 오가며 며칠 코스타 일정과, 시카고 뉴욕 여행을 마치는 마지막 날에 뉴저지에 있는 켈리 님을 만났다. 한국행 비행기를 타려면 코로나 검사 음성 결과 확인이 필요하다. 48 시간 이내의. 손쉽게 무료로 할 수 있다는 것이 '검색'을 통해 했던 예측이었는데, 그새 상황이 달라져 있었다. 검사절차도 절차지만 1인당 200불의 검사 비용이 든다니! 여행 중 예측 못하는 많은 것 중에 타격감이 가장 큰 것은 사실 비용이다. 뉴욕 여행 중에 만나기로 한 켈리 님에게 이 사실을 알렸더니, 현지인 메리트에 타고난 정보 수집력을 발휘하여 문제를 해결해버렸다. 최소 비용으로, 자가검사 키트를 이용해 비대면 검사를 하는 것이었다. 이 검사로 얻은 결과지를 인정해주는지, 한국 당국에 메일까지 보내어 확인까지! 그리고 뉴욕 출발 당일 호텔로 와 검사 진행까지 깔끔하게 해 주셨다.

 

적지 않은 예측 불가의 사고를 경험한 여행이었다. 정말 사고였다. 출발 전날에는 일행 중 연구소 D 쌤이 공원에서 사고를 당했다. 천만다행으로 최소한의 상처를 입었지만, 다시 생각해도 아찔한 사고였다. 외적인 사고만이 아니다. 내적 전쟁도 만만치 않았다. 여행의 즐거움이 적지 않았지만, 예측 못한 어려움으로 겪은 고충 역시 그에 못지않았다. 코로나 검사 문제가 해결되고도 여전히 남아 있는 걱정은 "우리 양성 나오면 어떡하지?"였다. 비행기는 어떡하고, 10여 일의 체류를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냐고? "설마 하나님께서 그것까지 하시겠어? 그럼 너무 하지. 겪을 고난은 다 겪었지!" 셋이서 쓸데없는 예측 수다를 주고받곤 했는데, 다행히 모두 음성! 안도의 한숨!

 

켈리는 그렇게 우리에게 선물이었다. 두 딸(채윤이와 D쌤)은 켈리 님이 뉴욕 천사라고 했다. 존재 자체가 선물이었는데, 직접 만든 카드에 세 사람 따로따로 선물을 준비해 오셨다. 이메일 한 통으로 시작된 인연이다. <나의 성소 싱크대 앞>을 읽고 받은 감동으로, 그 밤에 바로 보냈다는 그 이 메일이 만남의 시작이었다. 책이 나올 때마다 멀리 미국에서 구매를 하고, 응원을 보내오고. 이러다 이 분 만나는 거 아냐! 싶었는데, 정말 한국에서 만나는 역사가 생겼다. 연구소 '일일 글쓰기 강좌'를 했던 2019년 가을. 20년 만에 한국에 나가는 언니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글쓰기 강좌에 등록을 하시겠다는 거였다. 어머, 이 분은 받아줘야지! 그리고 그날 글쓰기 모임은 두 분의 글로 더욱 풍성해진 기억. 그대로 헤어지기가 아쉬워 내가 데이트 신청을 했고, 두 분과 함께 남한산성에서 보낸 시간의 기억이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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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음성 확인까지 하고, 안도하며 체크아웃하고, 점심 대접까지 받았다. 여행객 또는 이방인으로서는 검색해서 찾을 수도 없고, 엄두도 내지 않을 식당에서 근사한 점심식사를 했다. 센트럴파크가 내려다 보이는 창가에서! 이 표현을 하자니 다시 눈가가 뜨거워진다. 2주간의 일정을 잘 지냈다고, 안팎의 사고를 잘 견뎌냈다고 베풀어 주시는 잔치상 같았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베푸시고...(You treat me to a feast, while my enemies watch. You honor me as your guest, and you fill my cup until it overflows.)" 이번 코스타의 주제는 'Let us feast'였다. 이 아름다운 오찬으로 이방인 셋은 환대를 경험했다. 내 영혼의 잔이 넘쳤다. 켈리 님, 천사 맞다. 그분이 보내신 천사였다.

 

 

 

 

좋은 사람

Carl Jung은 '동시성'이라 하고 우리 동네에너 '성령의 인도하심'이라고 한다. 도모한 일이 흘러가다 누군가의 도모를 만나 내 통제 밖의 일이 되는 것. 그리고 일을 도모한 각각의 사람에겐 계획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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