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영상 예배 최고의 수혜자는 남편 JP이다. 정확히 말하면 JP 목사. 인기가 말할 수 없이 치솟았다. 가장 어렵고 까칠하고 무서운 교인인 아가들에게! 도대체 아가들이 왜 이리 목싼님, 목싼님 하는 거지? 처음엔 영문을 잘 몰랐는데 영상 예배 효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양복 쫙 빼입고 일주일에 한 번씩 티브이에 나오는 남자다. 알 수 없는 무슨 말을 떠들어 대는데 엄마빠가 그 시간만 되면 순해지고 착해져서 고분고분해진다. 주일 예배 시간이다. 그 분위기에서 아가들은 목싼님에게 꽂힌다. 엄마빠 시선이 가 있는 거기에 머무르다 괜히 그 남자를 좋아하게 되는 거다. 목싼님보다 젊고 훨씬 잘 생긴 제 아빠가 결혼식에 가려고 양복을 입고 나서니 "하아, 아빠 너무 멋지다! 꼭 목사님 같애...."라고 했다는 간증도 있다. 목싼님 인기에 거품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비싼 아가(기본적으로 아가들은 다 비싸지만)가 집에 왔다. "목싼님 집에 갈까?" 이 말에 기대에 부풀어서 온 거다! 평상복 목싼님을 보고 동공지진이다. 양복도 안 입고... 니가 왜 여기서 나와... 혼란스러운 눈빛. 어디서 봤는데, 익숙하고, 좋은 사람인데, 낯설어... "목사님 집에 가자"는 말에 아가는 영상 속으로 들어가는 줄 알았겠지. 게다가 이 목사님 평소와 다르게 살갑고, 막 웃고, 막 기타 들고 반짝반짝 작은 별을 쳐주고... 아가는 정말 당황했다.

 

양복도 안 입고, 설교도 안 하는 목싼님은 잠시 그러다 조용히 사라졌다. 어디서 본 듯한 호들갑 아줌마가 나타나 호들갑에 호들갑을 떤다. 그게 나다. 정말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놀아줬다. 프라이팬 덕후 아가인지라, 온갖 프라이팬과 냄비 다 꺼내 주고. 얼음도 좋아하니까 미리 얼려놓은 얼음까지. 얼음이 녹아 국물이 되었을 때 소면도 대주고, 바질도 꺼내 주고... 냉 바질 국수라는 신메뉴도 같이 만들었다. 피아노도 쳐주고... 혼신의 힘을 다했는데. 

 

마지막엔 목싼님이었다. 인사하자고, 뽀뽀하자고 들이대는 나에게 저리 가라, 얼굴 치워라 소리를 지르고. 목싼님을 바라보는 눈빛은 나긋나긋했다. 분하다. 분하고 억울하다. 충분히 이해된다. 막 들이대는 거 나도 싫다. 싫겠다, 정말. 어쩔 수가 없다. 밀당이 안 된다. 좋으면 막 들어가게 된다. 참아지질 않는다. JP가 얄밉다. 양복 빼 입고, 영상 빨로 얻은 인기, 거품 낀 인기가 증말증말 질투가 난다. 밀당을 못하는 나여, 좋은 걸 참지 못하는 나여. 화로다 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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