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지도자과정 마치고 저녁에는 학교 수업이 있는 날이다. 수업 들어가기 직전 전화가 왔다. 동네 친구다. (실은 교회 집사님... 인데 나를 '사모'아닌 '나'로 대해주시기에 '친구'하기로. 동네 친구이며 교회 친구) 통화는 못하고 여차저차 용건은 겉절이를 전달하겠다는 거다. 얼씨구나! 수업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들러 받아가겠다 메시지 보냈는데. 어느새 우리 집에 배달까지 해놓은 상태다. 동네 친구 덕에 의미 있는 야식 타임이었다.

아침에 채윤이가 "요즘 김장하는 때 같은데... 이럴 때 겉절이에 보쌈 해먹는 거 아니야?" 했다. "글치, 겉절이에 보쌈이지!" 그 말에 막막 식욕도 돋고, 어떤 식욕이 돋으면 자극받는 그리움... (왜 식욕은 자꾸 우리 엄마로 향하는 거야?!)에 조금 간절해진 상태였다. 그런데 겉절이 배달이라니! 늦은 하굣길 마트에 들러 보쌈용 고기 한 덩어리를 사서 막 달려와서 압력밥솥에 막막 고기를 앉혔다. 축구가 시작되는 시간에 딱 맞췄다.

축구 좋아하는 채윤이. 사람들 많이 모여서 얼싸덜싸 하면 에너지가 솟구치는 채윤이가 좀 안 됐다. 월드컵 첫 경기 하는 날, 그것도 카타르(지난 여름 미국 오가는 경유지로 질리도록 엉덩이 비비면 앉아 있던 카타르...)에서 말이다. 거실에 모여 앉아 야식 차려놓고 으쌰으쌰 하면 얼마나 좋아하겠는가. 엄마는 축구의 'ㅊ'도 몰라. 동생 놈은 방에서 혼자 본다고 해. 그나마 같이 봐줄 아빠도 없어. 게다가 내일 11월 25일은 채윤이 생일.

생일상 차려줄 여력은 없고. 생일상 대신 전야제로 보쌈을 차려줬다.

'음식, 마음의 환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식, 김치수제비  (1) 2022.12.31
먹고 마시고 수고하고 감사하고 누리고  (1) 2022.12.10
job-chae  (0) 2022.11.12
편백나무 없는 편백나무 찜  (2) 2022.11.09
구운 가지와 토마토 스파게티  (0) 2022.11.0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