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점심에 JP과 싸우느라 맛도 모르고 먹었던 음식이 '편백나무 찜'이다. 그 와중에 "나중에 집에서 해야지." 마음의 레시피로 담아 뒀었다. 편백나무로 된 찜기가 씬 스틸러였는데, 요리는 간단하다. 찜기 위에 숙주 깔고 우삼겹을 올려 10여 분 찌면 되는 것. 음식값의 반이 편백나무 찜기 값인지, 숙주와 고기는 얇게 펴놓은 정도였다. 찜기 값을 식재료로 몰아주는 방식으로 양에 승부를 걸어봤다. 수능을 일주일 앞두고 온라인 수업에 돌입한 수험생, 그리고 낮에도 자고 밤에도 자는 백수생 둘이 점심으로 맛있게 먹었다. 둘 중 누가 "이거 술안주 아냐?" 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유명한 짤, 이선균이 거품 반 맥주 반으로 따르는 그 장면에서 함께 먹는 게 이거랑 비슷했었다. 겨울이 오니 <나의 아저씨> 정주행 다시 가줘야 할 때가 되었는데... 고기 돌려담으면서 채윤이랑 '지폐 돌돌 말아서 만든 케이크 같다'는 얘길 했다. "부모님들이 그거 좋아하잖아. 엄마도 원해? 그런 케이크 좋아?" 안 좋겠냐? 돈인데! 모든 음식에는 수다가 있다. 오늘 먹은 편백나무 찜에는 편백나무가 없고, 저번에 싸우고 먹은 편백나무 찜엔 수다가 없었다. 뭐 하나 빠진 음식도 나름 먹을만 하고, 뭐 하나 빠진 시간과 경험도 두고두고 곱씹을 만하니, 괜찮은 일인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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