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또 보고, 듣고 또 듣는 노래 영상이다. 교회 주일 예배에서 젊은 부부들이 드린 찬양이다. 작년 하반기에 했던  '육아 세미나'를 마친 후 일종의 간증 또는 종강 감사의 의식이었다. 이런 맑은 목소리, 남녀 두 파트 화음의 조화로 듣기 좋은 특송이 오랜만이다. 맑고 조화로운 목소리보다 더 좋은 것은 가사에 담긴 이들의 마음이다. 지난 몇 개월 느슨하고 진솔하게 함께 걸으며 발견한 이들 안에 있는 빛이다. 무엇보다 엄마 아빠의 목소리를 BGM으로 깔고 등장하는 아기들 얼굴이다. 보고 또 돌려보고, 듣고 또다시 듣지 않을 수 없다. 마음이 간질거리고 내 안의 좋은 것이 꿈틀거린다.

 

어떤 물질이, 자연이, 만물이, 사람이, 말랑하고 연할 때가 있다. 사람이든 무엇이든 그 말랑한 때는 일종의 골튼타임이다. 모양과 틀을 잘 잡고 싶다면 아직 말랑할 때, 딱딱하게 굳기 전에 매만져야 한다.  막 시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배움과 나눔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시작' 앞에 서면 존재가 말랑해진다. 심지어 귀여워지는 것 같다. 초6이었을 때는 왕초 의식으로 어깨에 힘도 들어가고 뻣뻣하다가 한 살 더 먹어 중1이 되면 그렇게 귀여워지는 그 신비! 신혼부부와 결혼에 대해 공부하고, 갓 부모가 된 이들과 육아를 배우는 것이 보람이 되고 즐겁다. 몇 년 전에 신혼부부 세미나를 함께 했었고, 이번에 다시 육아 세미나로 만나니 내겐 얼마나 큰 즐거움이었는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실 때, 그러니까 한 존재를 영적여정으로 초대하실 때,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

떠남으로 시작한다. 영적인 여정, 내적인 여정은 고향, 친척, 아버지 집을 떠나는 것에서 시작한다.  어머니와 아버지, 가족으로 형성된 나를 떠나서 하나나님 형상을 더듬어 가는 길이 내적 여정이다. 결국 인간 성장의 모든 여정은 여기에 준한다. 부모됨은 말할 것도 없다. 좋은 부모 되기 위해서는 내 부모를 보고 무의식적으로 배운 것들을 인식해야 하고 털어내야 하고 때로는 사력을 다해 벗어나야 하는 일이다. 때문에 이 역시 내적 여정, 영적 여정이다. 그 마음으로 육아 세미나를 동반했다. 육아의 기술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제의 나로부터 떠나, 내 부모와의 관계로 만들어진 나로부터 떠나 하나님께서 보여주는 땅으로 가는 것이다. 결국은 신앙 여정이다. 

 

어린 시절의 나를 새롭게 만나고, 어머니 아버지와의 관계를 떠올리는 것은 심리적 작업이 아니다. 그로 인해 생긴 하나님에 대한 오해를 풀어가는 것은 영적 여정이기 때문이다. 남성인 하나님, 우리 부모와 닮아서 매정하거나 무능하거나 무책임한 하나님을 떠나고 또 떠나는 "있는 그대로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품에 다다르는 것 말이다. 한 가정 한 가정, 한 커플 한 커플을 기도의 마음 안에 품었다. 좋은 부모가 아니라, 먼저 좋은 부부가 되길, 좋은 부부가 되기 위해서 자신과 화해하고 자신에 너그러워지기를. 무엇보다 하나님과 좋은 관계 맺기를.

 

너의 삶의 참 주인 너의 참 부모이신

하나님 그 손에 너의 삶을 맡긴다.

 

말랑한 영혼으로 영롱한 목소리로 부른 저 노래대로 되기를. 아이를 통해 투사된 욕망과 두려움을 신앙의 이름으로 포장하지 않고, 갈대상자에 태워 기꺼이 떠나보낼 수 있는 부모들이 되기를. 그 떠나보냄이 아이 삶의 참 주인, 참 부모이신 하나님께 맡기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기를. 무엇보다 부모들 자신이 자기 부모로부터 떠나 참 부모이신 하나님 품을 향해 성장하기를.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이 그렇게 되기를. 이 영롱한 노래의 반주는 우리 채윤이가 맡았다. 그래서 더욱 마음 깊은 곳이 흔들린다. 저들의 노래에 나를 맡겨 나도 우리 채윤이와 현승이를 떠나보내고 또 떠나보내고 그분의 손에 더욱 맡겨야 하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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