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윤이는 가끔씩 옷 가지고 속을 터지게 할 때가 있다.
남편을 채윤이가 그럴 때마다 엄마를 닮아서 그렇다면서, 내가 속상해 하면 '당해 봐라' 하면서 쾌재를 부르는 것 같다.

나름대로 지금 이 순간 반드시 입어야 할 옷이 있어서 고집을 부릴 때가 있다. 어제는 한복을 입겠다고 난리다. 웬만하면 입고자 하는 것 입혀주는데, 고모님 돌아가시고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상태에서 한복을 입겠다는 채윤이에게 너그러워지지가 않았다.
몇 번 설득하다가 '그럼 너 혼자 알아서해. 엄마는 모르겠어' 하고 방에서 나와 버렸다. 그러자 영락없이 채윤이는 울기 시작. '시끄러우니까 방 문 닫고 울어. 다 운 다음에 문 열든지 나오든지 그래' 하고는 거실에 나와 있는데....

한참 지나 채윤이가 조용해졌다. 순간 안 됐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방에 가 보니 장난감 상자 위에 앉아서 손을 깍지 끼고 조용히 있는 거다. 내가 들어서니 채윤이 하는 말.

' 나 지금 엄마가 채윤이 돌봐주라고 하나님한테 기도했어. 그런데 엄마가 들어왔네~' 이러는 거다.

야! 엄마보다 낫다 야. 채윤이 기도에 하나님이 즉각 응답하셔서 엄마가 방으로 들어가게 마음을 움직이셨나보다.
평소 성경말씀을 응용해서 채윤이가 심심하다고 하면 '노래해(찬양해)' 그리고 속상할 때는 기도하는 거야. 이렇게 말했었는데.... 그게 생각이 났던 것일까?

진심으로 '니가 엄마보다 낫다' 하는 생각이 든다.

2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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