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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후 얼마 안됐을 때 학교 갔다 온 채윤이가
"엄마, 우리 반엔 아파트 사는 친구가 하나도 없어. 다 빌라 아니면 주택이야" 했다.
이에, 현승이도
"맞어. 내 친구도 그래. 빌라가 삼성빌라 같은 거(상일동 고급빌라를 지칭) 말고 다 쫌 갈색이고 더러운ㅠㅠ 빌라 있잖아. 그런 거야"
이 말에 얼마나 내심 좋았는지....


현승인 명일동에서 준사립이라 불렸던,
집이라면 아파트 밖에 없는 줄 아는 아이들이 대부분인 학교를 다니지 않았었나.
사교육열은 또 얼마나 높았던지... 입학하고 한 번 엄마들 모임 나갔다가
'안만나는 게 상책'이란 결론을 내렸었다.
깨끗한 고층 아파트로 상징되는 중산층을 빙자한 상류층의 이상에 사로잡힌 교육이여!
(너무 멀리 왔다. 그 다음으로 수습할 문장이 없네. 으헤헤)


빌라 사는 기쁨의 정점이다.
옥상에서 햇빛에 내말린 빨래. 것두 이불빨래.
겨우내 네 식구가 덮고 뒹굴던 극세사 이불이 봄햇살을 가득 머금는다.
햇살과 섬유가 조화롭게 빚어낸 그 잘 마른 빨래냄새.
남자들은 알까? 주부 아닌 사람은 알까?
냄새 하나로 마냥 가벼워지는 마음, 간질간질한 행복.


집에 있는 모든 수건을 삶아서 옥상에 말려볼까? 으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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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초부터 TV 없이 책장이 거실벽을 차지하고 있어서 여느 집 거실세팅이 나오질 않았다.
신혼 초 살았던 집들엔 소파는 커녕 채윤이 보행기 굴릴 공간도 안됐었으니까.... 음...
그 때 얘긴 패쑤~



수 년 동안 우리 집 거실의 1차 용도는 모.임.이었다. 목장모임, 목자모임.

좁은 거실에서 안쪽에 앉은 사람이 화장실에 가려고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나와줘야 하는데..... 바깥쪽에서 놀던 아기가 안쪽에 앉은 아빠에게 가서 안기러 갈 아장아장 할 틈은 비워놔야 하는데.... 이것이 관건이었고.


거실이 꽤나 넓어졌을 때도 장정 열 두 명이나 때론 그 이상이 둘러앉아 밥 먹고 움직일 순 있어야하는데... 가 역시 거실이 존재하는 제1의 목적이었다.


안 그래도 못 들였겠지만 소파가 우리집 거실 제1의 존재 목적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감생심 생각도 못했던 것이었다. 가끔 남편이 '여보, 집에 오면 침대 말고 몸을 편안히 기댈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 그게 참 아쉬워' 하곤 했었다.


소파를 들였다.
정말 맘애 드는 스탠드를 바라보며 편안히 몸을 기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자리가 생겼다.
믿겨지지 않을 만큼 좋다.
한편, 지난 수 년간 우리 집의 일상이었던 환대, 그 역할의 상징이었던 거실이 쉼표를 찍는구나. 하는 생각에 미친다. 젊은 부부의 갈등과 사랑이, 청년들의 희망과 절망과 열정과 사랑이 때로 눈물로 때로 웃음으로 가득찼던 공간말이다. 마음 한 구석 찬바람 한 줄기 훑고 지난다. 그리움일 것이다.


자주 소파에 앉아 여유를 부린다. 아니, 늘 앉아 여유를 누린다.
한 때 누군가를 위해 내어주었던 거실이 지금 오롯이 나와 식구들만을 위한 공간이 되었음에 별다른 감정은 건져올리지 않으려한다. 그저 오늘 주어진 것들을 감사함과 자유함으로 누리려고 한다.


예쁜 스탠드와 음악과 커피가 있는 이 거실에서 포근한 소파에 나를 누이며....







사진 : 왼쪽 두개는 소파 들어온 날 기뻐 날뛰는 엄마를 위해 채윤이가 찍어준 사진이고,
오른쪽 방금 전 엄마랑 티격태격하다 삐진 현승이의 무거운 마음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소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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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숨쉬다.
숨을 쉬다.
숨 쉬는 걸 쉬다.


작은 촛불 하나로 가득 찬,
이 고마운 공간이 있어 다시 숨쉬다.


푹푹 각자의 숨을 내쉬며 잠든 남편과 아이들의 사랑과 신뢰가 있어 숨쉬다.


내가 다음 숨을 내쉬기도 전에 내 곁에 이미 와계신 그 분의 숨을 쉬다.


깊고 긴 숨을 내쉬어 내리누르는 바윗돌 밑으로 산소 한 줌을 마음에 넣어주다.


다시 숨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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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월요일에 홍대거리로 나가 우리 가족 새해 첫 Family Day를 누리다.
마을버스를 타고 홍대 앞으로 나가 피아노 갔다 오는 채윤이와 전철역 만납니다.
싸고 맛있다는 스파게티집을 검색해서 찾아가 배불리 먹고 가배두림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아이들 어렸을 적엔 연말 연초에 남편과 둘이서 올해의 우리집 10대 뉴스를 선정하며 놀곤 했었는데

어느 새 아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중견가정(?)이 됐네요.






먼저 올해 돌아보면 좋았던 기억, 감사했던 것들 생각해보고 적기.
생각해보면 아쉬운 것과 감사한 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딱 붙어 있어요.
예를 들면, 아버님을 비롯해 여러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이 아팠지만

천국 가는 길이 평안하셨던 것은 감사한 일이고요.
새로 온 교회에서 너무 많은 것이 감사하지만 그것은 또 힘든 이별을 통과한 후 받은 선물이지요.






해가 거듭되며 들의 나눔의 내용이 달라지는 것을 보는 기쁨이 있네요.

이렇게 아이들의 마음이 자라는구나 싶군요.






카메라 들고 열심히 식구들 사진 찍는 줄 알고 챈이가 카메라 들이댈 때마다 긴장했더니만,

알고보니 다 지 셀카였더구만요.
뭘 가지게 되어 감사하다. 새해 소망은 뭘 가지고 싶다...

이런 식으로 '존재'보다 '소유'로 인한 기쁨이 주를 이루는 현승과 달리

채윤이는 존재로 인한 감사를 알아가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나눔의 내용과 상관없이 현승이에겐 (비록 가족이라 할지라도) 모두 자기에게 이목을 집중하고 이야기를 해야하는 이런 상황 참 어려워요. 여전히 부끄럽고, 어색하고, 장난으로 넘기고 싶은 마음이지만 꾹 참고 함께해 봅니다.






얼른 쓰고 사진 찍기에 여념없는 엄마,
쓰면서도 사진 찍는 거 벌써 캐치하고 브이질 하는 멀티태스킹 채윤,
끝까지 생각하며 성실하게 임무에 충실한 아빠,
틈만 나면 콧구멍이나 후비면서 닌텐도 생각이나 하는 현승,
네 식구가 취향도 성격도 참 달라요.






이렇게 다른 넷이서 한 방향을 바라보면 걸어가는 것,
다른 우리를 이해해가며 조화를 만들어내고 사랑의 이유를 발견해 가는 것이  가족일까요?
이렇게 넷이 마주하고 앉아 있으면 어른 둘, 아이 둘의 양육관계가 아니라 공동체를 이루는 동등한 구성원 넷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2012년도 소망을 적어보며 마음으로 약속합니다.
서로의 꿈이 현실이 되도록 기도록 도와줄께.
또 설령 우리가 바라는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괜찮을거야.
늘 그랬듯 우리는 우리에게 가장 좋은 길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으니까.
그러나 돌아보면 그 발자국마다 그 분의 은총이 아로새겨져 있었음은 확실히 알 수 있었으니까.

 

 



페북에서 본 어느 가정의 이야기에 힌트를 얻어 새해 가족끼리 꼭 지킬 구체적인 약속을 정하기로 합니다.

이거 안 지킨다고 쇠고랑 안 니다. 경찰출동 안 합니다 .

우리들만의 아름다운 약속입니다. 넷이서 차례로 싸인도 합니다.

 

 

 





마지막은 두 녀석 홍대 앞 거리쇼핑!
앵그리버드 폭탄새 귀마개로 귀를 틀어막은 현승,
헤어밴드와 핸드폰 고리, 도합 2000원으로 행복한 채윤.
마을버스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추워도 따뜻하네요.



블로그 친구 여러분, 새해에도 삶의 의미와 기쁨 가득한 하루하루 누리시길요.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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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센터에 20여일 짐을 맡기면서 못내 마음을 놓지 못한 것이 화분들이었다. 처음 견적받을 때부터 화분 때문에 징징거렸더니 따로 사무실에 보관해주겠단다. 마지막 짐을 보낼 때까지도 '가끔 들여다 봐 주세요. 물 좀 가끔 주세요' 하면서 노심초사...


수 년 간 그렇게나 애지중지 키웠던 내 분신같은 것들. 화분 하나 하나 다 사연이 있고 나름대로 성격과 개성을 가진 이 놈들. 그걸 유독 내게만 드러내고 보여줬던 놈들이었다.
20여일 지나고 가슴 졸이며 만나보니! 가장 아끼던 놈들부터 사망, 사망, 사망.... 부검결과 사인은 동사(凍死)다. 짐정리 하는 내내 창가에서 고개를 떨구고 말라가는 이 놈들을 보면서 누굴 원망도 못하고, 화분 몇 개 시들었다고 울기도 뭣한 며칠이었다.
다시 마음을 다잡아 먹고... 오늘 저녁 주먹만한 놈들 입양해서 옮겨 심고 다시 줄을 세웠다. 해놓고 보니 너무 예뻐서 한참을 앉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 본다.


<풀꽃>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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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을 따라 남으로 남으로 향하는 게 유일한 계획이었던 이번 가족 피정입니다.


저녁마다 서해의 낙조를 한 번 제대로 보길 바랬건만 비오고 바람불고, 올 겨울 최고 추운 날씨 갱신을 해댑니다. 그려. ㅠㅠ

오늘 마지막 종착지 해남 땅끝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막 출발하는 모노레일 잡아타고 전망대에 올라......
.세상에나 세상에나, 낙조를 보았습니다.
다도해를 배경으로 조국의 땅끝에서 지는 해를 네 식구 나란히 서서 바라보게 되었습봅니다.

우리 인생도 그러할 것입니다. 이 나그네 여정 끝에 죽음리라는 그 슬프고 아름다운 문을 통과하여,
해 같이 빛나는 그 나라를 맞이할 것입니다. 그 날 까지 죽음을 짊어진 오늘의 삶을 깨어 살아내고 누리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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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은.....


거실 탁자에 작은 소국이 시들 새 없고,
만날수록 그리운 만남이 끊이질 않고,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눈물이 마르질 않고,
... 지난 추억의 되새김으로 아쉬움이 그칠 새 없으니...

김창완의 노래 가사가 마음 언저리를 맴돌고 맴돈다.

'이별은 오늘 이야기 아니요. 두고두고 긴 눈물이 내리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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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거실 가득 목자모임 중. 때로 싱그럽고 진실한 발랄함으로 웃고,

때로 젊은 나이에 누군가를 섬기고 사랑하는 일에 지쳐서...
아니 그저 이프니까 청춘이기에 울었던,

3년여 동안 우리 거실의 가장 자연스런 일상이었던 목자모임의 풍경이다.
'내 마음 그리스도의 집'이 아니라 '내 집, 그리스도의 마음' 되길 꿈꾸며 몸과 맘이 지친 날에도 다시 일어나 식사를 준비하고 마음을 열어 맞이하곤 했다.
돌아보면 한 번 한 번의 모임으로 내 마음이 자랐으니...
돌아보면 발자국마다 은총이었네.





정식으로 인사도 못하고 지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았습니다.
가고 오는 해에만 인사를 못한 것이 아니라 블친님들께도 새해인사를 못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블로그의 만남은 또 하나의 가족입니다.
그 어떤 친구들보다 저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과 내면의 소리들을 가장 많이 들어주시니까요.
작년에도 늘 찾아주셔서 그래도 컴 앞에 앉아서 삶을 정리해서 포스팅하는 즐거움을 누리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로 마음을 표현해주시는 블친님들 더욱 감사하고요.


또 조용히 다녀가시는 분들. 평소 다녀가신 흔적조차 알 수 없지만
막상 만나보면 최근 포스팅까지 다 업데이트 되어 있으시며, 직접 얼굴보고 말로 댓글 달아주시는
이지연님! 김복자님! 김하정님! 정수현님!
더더욱 감사하고.... ㅋㅋㅋㅋ 이렇게 한 번 꼭 출석 불러보고 싶었습니다.
커밍아웃 같은 거 굳이........ 하시면 더 좋겠습니다.ㅋㅋㅋㅋ






새벽기도 부담없는 1년에 한 두 번 있을까말까한 밤이 송구영신예배 후였습니다.
1년 내내 '나 새벽기도 가야 해' 하면서 열 시만 넘으면 강박증에 시달리던 남편과 우와 새벽이 동터오도록 수다 떨고,
영화보고.... 늦늦늦늦잠으로 1월1일을 맞이하였습니다.

아빠와 아들, 딸과 엄마 사우나 데이트를 하고.
채윤이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크라제버거에서 저녁을 먹고.
카페에 가서 송구영신의 패밀리 데이를 하기로 했는데....
카페는 무슨! 나우웬 카페를 놔두고 어디로 간단 말이냐! 하면서 집에 와서 참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감사했던 것, 올 해의 소망을 각자 적어보고 나누었지요.

현승이의 감사와 소망은 듣다보니 살짝 목이 메입니다.
작년 여름 영빈이 형아랑 제주도 갔다온 것이 제일 감사했고,
현승이가 그렇게 고 싶었던 용기를 많이 게 되었대요.

채윤이는 작년에 좋은 담임선생님 만나서 격려받고 인정받으면서 정말 감사한 한 해였습니다.
처음으로 백 점이라는 점수도 받아봤고, 요즘은 반에서 '인기녀'라고 불릴 정도로 남자친구들에게 인기가 좋은데
이건 비밀입니다. ㅎㅎㅎ
학교가 그렇게 싫었던 채윤이가 방학인 요즘 '심심해서 학교 가고 싶다'고 하니까요.
정말 감사합니다. 주님!!!

엄마는 정말 영적인 발돋움 의 한 해였습니다.
정말 감사한 것은 그 알량한 발돋움을 위해서 영혼의 어두운 밤을 헤쳐 나갈 때 말입니다.
한 번의 짜증도 없이 기다려주고, 격려해주고, 끊임없이 사랑을 표현해준 남편 김종필님 입니다.
엄마의 나눔 중간에 아이들도 끼어들었습니다. 아빠가 얼마나 우리에게 좋은 사람인지...
아빠가 얼마나 온유하고 따뜻하게 우리를 대해줬는지...
아빠의 미친 존재감이죠!

아빠의 감사 중에서는 단연코 '아이패드 득템' 이 돋보였습니다.
태어나서 자신이 진짜로 갖고 싶은 걸 넙죽 고민없이 가져본 일이 거의 처음이라네요. ㅠㅠ
아빠는 이렇게 살기로 했습니다.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재고 참고, 양보하던 아빠가요.
이젠 갖고 싶은 걸 가질 기회가 생기면 갖고, 행동하고, 뛰어들기로요.
덜 읽고 더 많이 몸으로 움직이겠답니다.
혼자만의 공간을 고집하는 것도 내려놓기로 했나봅니다.
심지어 요즘은 애들 떠들어대는 거실에 나와 설교준비를 하는 아스팔트에 꽃이나 피면 볼 수 있는 장면도 보여줍니다.
주님! 이게 웬일입니까! 우리 남편이 달라졌어요!!!



작년 한 해 돌아보니 밝은 날이나 어두운 날이나 발자국마다 은총이었습니다.
남편, 아내, 아빠, 엄마, 아들, 딸, 누나, 동생의 이름으로 곁에 있어준 가족이 큰 선물이었습니다.
또 많은 만남들로 인해서 사랑을 나누고 배우고, 격려받고 했네요.


저와 저의 가족의 지난 1년 이야기를 가만히 돌아보니
<천년 동안 백만 마일>에서 도널드 밀러가 말하는 '좋은 이야기'의 구조가 딱 들어맞습니다.
한 인물(한 가족)이 무언가를 원하여 갈등을 극복하고 그것을 얻어 낸다!
연초부더 지난한 갈등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기도하고 직면하며 많은 보석 같은 것들을 얻었습니다.


소망을 품고 새해를 시작합니다.
눈 앞의 고통과 갈등이 일순간 사라지지 않더라도,
삶이 뭔가 제대로 가질 않는 듯하여 조급증과 원치않는 분노에 휩싸일 때라도,
여전히 삶은 부조리하고, 피곤하고, 안 풀리고, 억울한 것 투성이일지라도...
하나님 앞에 정직, 사람들에게 진실하게 하루하루 살아야겠습니다.
그래서 더 아름다운 나와 그 분의 이야기를 만들어가야겠습니다.



 

청년부의 시즌 투가 막을 열었습니다.
목자가 몰려와요.
열 여섯 명의 파릇파릇한 목자가 몰.려.온.다.라고 해야 맞습니다.
가운데 카메라빨 받는 처자가 이번 시즌 투가 주목하는 여인입니다.






차린 건 별로 없습니다.
그냥 모, 아웃벡 저리 가라하는 정도의 바베큐 립,
채영님이 피를 보며 만드신 담백한 스파게뤼,
어디 다서 돈 주고도 먹어볼 수 없다는 그 유일무이한 맛의 화끈 떡볶이,
명일 시장의 싱싱한 야채가 어우러진 샐러드.
그 정도? 약소하지요.






들이닥치지마자 시끄러웠습니다.
대개 키가 모님 보다 머리 하나나 둘 쯤 더 있는 애들이 막 떠들면서 모님을 우겨쌉디다.
그러더니 뭘 좀 멕이니깐 한결 조용해졌습니다.
먹어야죠. 일단 함께 먹어야 해요.
먹되 맛있는 걸 먹어야 하고, 맛있는 걸 먹되 반드시 사랑으로 만들고 사랑으로 먹어야 해요.
교회의 도움으로 우리 가족에게는 좀 넘치는 평수의 거실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곤 한데... 우아, 이 거실이 꽉 차고 흥부네 아이들처럼 엉덩이 붙이고 앉아 먹었습니다.






정성 담긴 선물과 카드를 주고 받기.
이런 거는 음성지원 되어줘야 한다~아 라고 마,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오, 자꾸 싫어하는 인간의 성대모사 나와주네.ㅠㅠ)
카메라를 등지고 커피장 앞에 숨어 앉아 있어서 수십 장 사진 속에 한 번도 찍히지 못한,
우리 우쭈쭈쭈의 목소리가 담긴 영상 틉니다.







이 까르르 까르르 하는 웃음 소리.
나중에 이들을 보내고 들으니 더 기분이 좋아지더라는...
그래서 여러 번 듣고 또 들어봤습니다.






선물 기가 막히게 뽑으셔서 귀여운 산타 머리띠 하고 한 시간 앉아 계셨던 이 분.
티앤티 투를 출산하시느라 가을 내내 몸은 여기 있었으나 마음은 동굴에 들어갔다 나오셨지요.






자기가 청년인 줄 아는 채윤이는 바닥에서 목자들 사이에 앉아서 먹겠다고 살짝 우기다가.
엄마가 눈에 힘 한 번 주니깐 '알았따고~오!' 하면서 입에 쭉 나와가지고 식탁에 앉더니...
립을 입에 대는 순간 사춘기적으로 삐졌던 그 마음 다 사라지고 고양이가 되어 뜯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향기이고 편지 되고 싶다는 이 젊은이들,
그리스도의 향이이고 편지가 되는 자리는 나를 포기하고, 내어주고, 남들 아래에 서는 자리임을
알기에 다짐의 한 마디 마다 눈물이 맺히지만...
하나 하나 안아주며 축복하고 싶습니다.

너를 통해 생명이 흘러가기를....
너를 통해 생명이 흘러갈거야.
그 생명을 남에게 흘려보내기 전에 너를 적셔서
너의 삶이 세상 무엇으로도 얻을 수 없는 햄볶는 일이 가득할거야.
그리스도 안에 있는 참생명은 너로 햄볶게 하고
반드시 너와 함께 하는 사람들로 햄볶게 할거야.

이렇게 햄볶는 크리스마스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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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게 사진에 대한 설명을 먼저 하자면 지난 달 며칠 이던가...
TNT 시즌1 목자들과의 마지막 MT였습니다. 늘 그렇듯 말할 수 없이 유쾌하고, 감동적이고, 한편의 마음을 아프기도한 1박2일이었지요.
고백하자면..... 저 이들을 좀 특별히 사랑했습니다.
언제부턴가 정신을 차리고 기도하는 시간이 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들이었고,
지난 2년 가까운 세월 동안 나의 내면을 가장 잘 비춰주는 사람들이 이들이었습니다.


저는 이들이 아파하는 것들 때문에 가끔은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겪었고,
아파하는 이들을 위해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나 자신이 미워서 무기력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제게 그런 의무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즉, 제게 이들을 특별히 사랑해야할 의무 같은 것이 있었던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저, 다만 제가 가장 사랑하는 남자가 저 외에는 마음에 다른 신을 두지 말아야 할터인데 언제부턴가 저 외에 다른 사람들을 마음에 품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고, 살짝 아내된 자의 예의로 질투를 했지만 그닥 질투가 나지 않았고 바로 그의 사랑이 제게 전염되었다고 하면 딱이겠구만요. 묶어서 한 뭉텡이로 '목자들' 이렇게 부르면 됩니다. 전 그저 이들이 그냥 하염없이 사랑스러웠고, 마음을 다해서 축복하고 싶었고, 이들이 하는 일은 무조건 만사형통이었으면 좋았겠었습니다.



아, 인정합니다.
저는 이들 개개인의 장점과 약점을 다 사랑하진 못했습니다. 아니, 많은 시간 동안 사랑하는 만큼 이들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음.... 부끄럽지만 이렇습니다. 저는 진짜 이들을 사랑하는데.... 저는 사실 매우 얕고, 경박한 인간인지라...
12인분의 식사를 정성스레 준비했는데 연락도 없이 5인분의 사람들만 찾아들었던 그 날 저는 진짜 일천하고, 얕고, 경박한 인간인지라 화가 나고 슬프고 사랑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이런 인간입니다.ㅠㅠㅠㅠㅠ


사랑하는데 제 사랑을 몰라주고 '모님과 도님은 누구누구만 더 사랑하진 않을까?' 하면서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 이들로 인해서 안타깝고 슬프기도 했습니다.  사랑하는데 사랑은 몰라주고 액면가만 바라보며 몰라줄 때도 혼자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래도 사랑했습니다.



나는 줄 것만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끔은 저들이 답이 없는 아픔을 안고 제게 찾아와 줄 때, 사실 나는 줄 답도 없는데.... 하면서도 고마웠습니다.
'나 그래도 괜찮은 인간인가봐. 이런 아픔을 갖고 내게 찾아와주네. 자존심도 강한 것이...' 이러면서 제 자존감이 높아졌드랬습니다.
결정적인 진로선택의 문제로 시간을 다투어 고민할 때 급하게 쪽지를 보내거나 급만남을 요청하는 것 때문에 그 순간 같이 혼란스럽고, 나라도 정신차리자 하면서 기도하고, 그러면서 또 행복했습니다.  
내 얘기는 귓등으로도 들리지 않을 고통스러운 상황이라고 여겼는데... 그런데도 '고통스럽다는 거 알아. 그래도 그 자리에 있어봐. 그러면 안돼? 너가 한영 청년부의 새로운 역사를 쓰면 안돼?' 라는 말도 않은 얘기를 씨부렸는데 어느 새 그 자리에서 상처를 딛고 일어난 그녀를 보면서 저는 한 없이 부끄러운 제 자신과 오버랩 되면서 배우고 또 배웠습니다.



그러고나서 생각해보니,
내가 준 건.... 뼈찜, 떡볶이, 카레라이스, 커피, 차... 정도의 일상의 작은 조각이었지만 받은 것은 하늘에서 오는 것들이었습니다.




 

아, 저는 미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저는 TNT1 목자들을 섬기며 행복했고 행복한 만큼 아팠습니다.
처음엔 늘 그렇듯이 철없이 시작하기 때문에(공동체라는 것에 꽂혀서 20대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목을 매고 살았는데 처음은 어찌 그리 늘 다시 철이 없을까요?) 내가 주는 것만큼 빨리 아웃풋이 되지 않는 것 같아 조바심 때문에 흔들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로 인해서 제 마음을 보았어요. 또 다시 배우게 됩니다. 공동체는 내 힘으로 세우고 거기서 내 입에 맞는 열매를 따먹는 곳이 아니라 무엇보다 나를 비춰주는 거울로서 주신 선물이라고요. 그 거울에 나를 비출 때 피해갈 수 없는 직면해야할 내 바닥이 있었던 것이지요.


'나는 사랑 때문에 밥을 하는가?
두려운 때문에 밥을 하는가?'

이 본질적인 질문에 맞딱뜨리게 된 것이지이요.

이 질문은 제 삶의 모든 영역에서 묻고 또 물어야할 질문이었습니다.

나는 사랑 때문에 남편을 위한  밥을 하는가?
(무책임한 아내가 될 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최상의 식탁을 차리려 애쓰는가?

나는 사랑 때문에 아이들의 스케쥴을 조정하는가?
(다른 엄마들은 온갖 학원을 보내고 공부를 시키는데 이러다 결국 우리 애들만 뒤쳐지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수학 문제집을 집어드는가?

나는 사랑 때문에 시어머니의 전화에 목소리를 가다듬어 친절을 뿜어내는가?
(다른 며느리들과는 다른 착한 며느리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 어머니께 잘 보여서 떨어질 떡고물도 안 떨어진다는) 두려움 때문에 시댁 전화번호를 누르는가?


나의 동기는 지금
사.랑.인가?
두.려.움.인가?


이 한 마디의 질문은 결국 나를 저들을 향해 다시 세우고, 
나 자신을 향해 다시 세우고,
무엇보다 나의 그 분의 삶을 지향하는 이정표가 되어주겠지요.







주님의 숲
  

어느 날 문득 당신이 찾아온 푸르른 저 숲속엔 
평온하게 쉴 수 있는 곳을 찾아
당신이 지나온 이 거리는 언제나 낯설게 느껴 
그 어디에도 평화없네 참 평화없네

그렇지만 당신의 앞에 펼쳐진 주님의 숲에 
지친 당신이 찾아온다면 숲은 두팔을 벌려 
그렇게도 힘들어했던 당신의 지친 어깨가 
이젠 쉬도록 편히 쉬도록 여기 주님의 숲에

당신이 느꼈던 지난 날에 슬픔의 기억들은 
생각하고 잊어버리고 또 생각하네

그렇지만 당신의 앞에 펼쳐진 주님의 숲에 
지친 당신이 찾아온다면 숲은 두팔을 벌려 
그렇게도 힘들어했던 당신의 지친 어깨가 
이젠 쉬도록 편히 쉬도록 여기 주님의 숲에


 

 

이들 어깨 위에 놓인 모든 짐들이 날이 갈수록 가벼워지기를 기도합니다.
진로와 결혼과 내면의 전쟁들로 지친 어깨에 날이 갈수록 새힘이 생겨서
어느 날 문득 또 다른 주님의 숲이 되어 있는 자신들을 발견할 날을 기대해봅니다.
아니, 지난 2년 간 이들은 누군가에게 충분히 숲이 되어주었지만.....


그러고보면,
우리는 내가 숲이 될 때 비로소 숲의 안식에 내 지친 어깨를 쉬게 될 수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해인, 윤진, 양수, 채영, 서정, 은혜, 윤미, 형준, 두리, 민경, 항석, 정숙, 치균 .
사랑했으므로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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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딴따라 가족 채윤넵니다.
남격합창단, 수퍼스타K로 부터 시작한 노래의 열기는 TV도 없는 채윤이네 가족까지 들썩거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작년 봄을 마지막으로 볼 수 없었던 딴따라 가족의 '가족 음악회'를 오랫만에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순섭니다. 수퍼스타K를 통해 오랫만에 이문세 노래들을 접한 기타리스트 김종필님이 연일 기타를 잡고 이문세 3,4집을 노래들을 튕겨대고 계신다고 합니다. 이에 마음은 장재인, 몸은 혜은이(우리 젊은 아그들이 아시려나 몰겠네요)인 신실엄마가 국적불명의 톤으로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을 부르겠습니다.


 





예, 손발 오그라드는 창법과 함께 노래의 분위기에는 거의 개의치 않는 백댄서들의 안무, 표정없는 기타리스트가 보여준 '부조화의 조화' 라 할 수 있는 무대였습니다.
다음은 삐그덕 댄스의 아이돌 스타, 김현승 군의 노래입니다. 직접 노래와 해설을 하겠다고 합니다. 기대해보겠습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방구' '똥' 소리만 나오면 뒤집어지고 감동받는 초딩 1학년다운 선곡과 노래였습니다.
다음은 청소년적인 시크함과 어정쩡한 완숙미를 추구하는 초딩 4학년 김채윤 양의 노래 <섬집 아기> 입니다.








네, 오랫만에 무대에 서서 좀 긴장이 되는 모양인데요... 다시 한 번 큰 격려의 박수로 채윤양의 노래를 청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번 <가을 밤> 못지 않게 일자눈썹과 함께 풍부한 감정이입이 돋보이는 무대였습니다.
이번엔 엄마와 딸이 함께 호흡을 맞춘 무대입니다. 평소에도 싸우지 말고 이렇게 좀 화음을 만들어냈으면 좋겠는데요.







계속 이어지는 무대마다 무뚝뚝한 기타리스트의 표정이 신경이 좀 쓰이는군요.
다음은, 질투의 티슈남이 '나도 거기 앉아서 엄마가 알토하면서 둘이 할거야' 하셨는데요...
한 번 보겠습니다.







듀엣의 화음을 맞추기는 커녕 가사부터 버벅거리시네요.
대신 웬만해서는 듣기 어려운 엄마의 기타반주에 맞춰 노래하면서 그느무 엄마를 독점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셨습니다. 티슈남과 티슈남이 죽고 못사는 엄마와 함께하는 무대입니다.







벌써 마지막 무대입니다.  역시 마지막 무대는 '가족의 자격' '가격합창단'의 합창무대가 되겠습니다. 제목은 '낮은 자의 하나님' 입니다.  중간에 은혜받은 따님은 부흥회 박수까지 쳐주신다는데 뜨거운 무대가 되겠는데요.








이렇게 해서 딴따라 가족의 가족음악회의 모든 순서는 끝이 났구요.
다음은 보너스 트랙입니다. 티슈남 아드님께서 어제 빌려보신 DVD 광고를 꼭 하나 넣고 싶다고 조르셨습니다. DVD 광고 끝에 대본에 없었던 돌발퀴즈가 하나 나왔습니다. 마지막에 진지남 아버님께서 기타로 튕기시며 좋아라하시는 멜로디는 출처가 어디일까요?
이거 맞추시는 분께는 갓볶은 원두 150g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자, 이것으로 딴따라 가족 채윤네 가을맞이 음악회 모두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가을 햇살처럼 맑고 푸르른 날들 보내세요. 꾸벅.


지난 방송보기 ↓ 클릭! ㅎㅎㅎㅎ
http://larinari.tistory.com/1073




오랫만에 저녁 메뉴로 오징어 불고기를 선택했는데, 베란다에 자리를 깔고 네 식구 판을 벌여보는 것은 어떨까? 주방장 제안에 식구들은 열화와 같은 오케이 땡큐 베리마치!를 외치다.






언제부턴가 우리집에 들여오는 화분들이 도통 죽어나가질 않는다. 주부 1,2년 차 때 진짜 많은 허브들이 내 손에 죽어나갔는데....ㅎㄷㄷ
1층 아파트에서만 살다가 높은 층으로 올라오니 햇볕 받쳐줘, 통풍 받쳐줘, 화분들이 참말로 이쁘게 잘 커준다. 해서, 요즘은 이맘 때면 이쁘게 줄 서 있는 화분 옆에서 책보는 맛이 어디 비길 데가 없다.





헌데, 요놈들 도열하고 있는 곁에서  직접 구워먹는 오징어 불고기라니.... 음하하하...
새롭게 떠오르는 심부름 짱 현승이가 사이다 사러 수퍼 간 사이에 젤 먼저 자리를 잡고 앉은 채윤이. 날이 갈수록 여성스러워진다는 평을 듣고 있는 요즘이다.






이런 음식은 화끈하게 매워줘야 제 맛인데 이빨 빠진 초딩 1학년 때문에 아주 소심한 고추장 양념이 되었다. 그럼에도 혹여 매워서 덜 드실까봐 '매운사람 꽃빵에 싸먹기'로 하고 이 듣도 보도 못한 조합이 만들어졌다.






덕분에 맛있게 먹고 있는 베란다 초록이들보다 더 귀엽고, 끔찍한 우리 집 꿈나무 두 개.






음식이 익어가고, 분위기가 익어가고, 창밖의 저녁 공기는 더 깊어져 가면서 어릴 적 저녁식사가 생각난다. 밖에서 정신없이 노는 동생 찾아오라고 엄마가 시키면 '운형아! 운형아!' 불러서 집에 돌아오고, 아버지는 방문에 모기장을 치고 압정으로 꼭꼭 박아 고정시키시고, 우린 마당의 수도에서 깨끗이 씻고, 그리고 평상에서 네 식구 앉아 먹었던 여름날의 저녁식사.






마지막으로 쫑쫑 썬 김치와 김, 참기름을 넣은 볶은밥으로 든든하게 마무리.


헌데......


사실을 얘기하자면.....


이 좋은 베란다 생활의 실상은 이렇다.







명성제국 본당신축 공사!!!!
새벽기도 갔다와서 한 20분 눈 붙여보려고 눕는 오전 7시부터 하루종일 저런 상황이니....
베란다에 섰는 우리 착한 초록이들이 하루종일 저 굉음을 들으면서도 이쁘게 자라주는 게 신기하다.


야누스의 두 얼굴. 우리집 베란다 생활.




1코스

제목 _ 꽃빵에 싸서 먹는 고추잡채
효과 _  주일 하루 종일 에너지 소모하면서 고파진 배를 채워주는 효과.
제작의도 _  너희들은 아무리 배고파도 암것이나 먹어서 배를 채울 존재가 아니다.
                 고급스럽게 채워라. 너희들은 고급스런 존재다.
        





2코스

제목 _
  돈나물 비빔국수(나중에 '월계관 비빔국수'로 개명)
효과 _  한 젓가락 정도의 상코롬한 비빔국수로 고픈 배를 급히 채우느라 잃은 미각
          회복하여 개운함으로 마무리하는 효과.
제작의도 _  딱 한 젓가락의 향긋한 봄내음이 담긴 비빔국수를 우아하게 먹으면서
                 손으로 게걸스럽게 먹던 1코스를 깨끗이 잊고 존엄성을 회복하라.







3코스

제목 _
아포가토
효과 _ 신선한 에스프레소 커피와 아몬드 아이스크림의 달달한 맛으로 디저트에
          기대하는 모든 맛을 한 번에 해결.
제작의도 _  계획했던 메뉴는 아니지만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온 센스와, '아이스커피
                 먹을래?'의 질문에 따른 고객들의 반응을 취합하여 누군가 뜬금없이 외친
                 '아포가토!'
그리고 바로 그것을 만들어 내놓은 제작자의 환상조합으로 만들
                 어진 코스.
3코스 후에 '사모님은 능력자' 라는 뜨거운 반응이 터져나옴.
                 으흐흐흐흐...

먼저 솔리스트 소프라노 김채윤양의 할렐루야 들으시겠습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다소 난해한 음역을 구사하는 솔리스트 김현승군입니다.





 
부활의 능력이 우리의 뼈속 깊이,
우리 일상의 구석구석에 뿌리내려
흔들리지 않는 기쁨과 소망이 되기를....



 

"
죽음아, 너의 승리가 어디에 있느냐?
죽음아, 너의 독침이 어디에 있느냐?"

죽음
의 독침은 요, 의 권세는 율법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승리를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그러므로 나의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굳게 서서 흔들리지 말고, 주님의 일을 더욱 많이 하십시오. 여러분이 아는 대로, 여러분의 수고가 주님 안에서 헛되지 않습니다. 고후(15:5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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