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놀이터가 하나 생겼는데 서현역에 있는 알라딘 중고매장이다. 걸어서 왕복 5km라서 운동 삼아 다녀오기 딱 좋은 거리이다. 가족들의 주문을 접수하여 백팩 따악 메고 비오는 길을 걸어 알라딘중고매장을 다녀온다. 돌아오는 길,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어깨에 맨 가방에 누가 작은 돌멩이 하나 씩 티 안나게 집어 넣는 듯. 걸을수록 무거워진다. 무거울수록 뿌듯함은 더 크다. 식구들 각자에게 꼭 필요한 책을 구했고, 도합 이만 몇천 원이라니~ 이것 참, 무겁지만 가볍다. 



수년 전 아주 무기력한 날('영혼의 어두운 밤'이라고도 하지)을 보내던 시절이 있었다. 책이 유일한 도피처였다. 그때 우연히 손에 잡은 책이 <책만 보는 바보>였는데, 영락없이 내가 책만 보는 바보였다. 요즘은 전에 없이 소설에 빠져 보낸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소설 <잠>이 '꿈'에 관한 내용이라는데 낚여 두 번도 생각하지 않고 예약주문을 했다. 이 책을 손에 잡으면서 뭔지 모르게 마음을 못잡고 있는 터에 '소설만 보는 바보'의 삶이 시작되었다. 밀렸던 소설읽기 숙제 아니고, 놀이나 몰아서 하자.


옆에서 힐끗거리던 현승이가 <잠1>을 집더니 휘리릭 읽고, 2권 어서 읽어내라고 성화였다. 그러더니 '베르나르 베르베르, 완전 내 스타일' 하고 빠져들었다. <웃음> 1,2권을 금세 읽고 <뇌>를 비롯한 다른 작품 사내라고 자꾸 주문을 넣는데. 일단 사와서는 기말고사 마치고 읽기로 하고, 몰래 책을 감춰 버렸다. 거실에 분 소설 열풍에는 아빠의 부채질도 있었다. <82년생 김지영>을 사들고 오는 바람에 이래저래 뽐뿌질이 된 것이다.


지난 금요일 저녁에 글쓰기 강의를 하였다.  글쓰기 강의, 그것도 비신자를 대상으로 하는 강의라서 내심 혼자 짜릿했다. 쓰는 얘기를 하자니 읽는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엄마가 글을 쓰고 책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아이들은 어떤가? 하는 질문을 받았다. 아이들이요?! 

TV 없는 거실 18년 째이다. 아이들이 태어나서 천장 보고 누워 있던 시절부터, 보행기를 타고 기동력을 가진 때도, 네 발로 기어다니던 때도, 그 이후에도 배경은 늘 책으로 둘러싸인 거실이었다. 그런 거실에서, 잠들기 전 침대에서 엄마 아빠는 '세트로 책만 보는 바보'였다. 아이들 독서교육이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이 어디 있는가?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 아닌가. 헌데 현실은 그 반대. 책에 멀미가 난 것이다. 게다가 엄마 아빠의 사랑을 뺏어간 책은 나쁜 놈! 한동안 두 아이 모두 그 어느 집 아이들보다 책에 관심이 없었다. 아, 환경의 역습이구나! 큰 기대를 하지도 않았지만 진즉에 '책 읽는 아이'로 키우는 것은 포기했다.


인생이 그리 짧지 않으니 뭐든 속단 내릴 필요는 없지 싶다. 어젠가부터 아이들이 책을 읽는다. 책에 관한 한 덕후 기질이 있는 현승이는 꽂히는 책에 깊이 꽂히고. 작년에 꽃친을 했던 채윤이는 그때 그때 꽂히는 대로 짧은 흥미를 가지고 읽는다. 요즘 거실이 조용해서 둘러 보면, 넷 중 셋은 책을 들고 있는 그림이 많다. 이게 웬일이니! 아빠, 엄마, 현승이는 비슷한 소설을 돌려 보는 동안 채윤이는 의외로 <언어의 온도>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반지성적인 이미지로 각인된 채윤이의 요즘 취향이 살짝 적응이 안 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제가 좋다니까! 큰 기대는 없이 '글이 그렇게 좋으면 하루 한 편씩 필사를 해봐' 했는데. 대박, 얘가 그 말 듣고 꾸준히 필사를 하고 있다.


아침 먹고 설거지 가득 쌓아 놓은 채 소설 한 권 붙들고 앉아 하루를 보내는 요즘, 소설만 보는 바보'다. 꼭 써야 할 글에는 손도 머리도 움직이지 않고, 사는 게 자꾸 씨리라라라(아, 이거 오랜만! 재방송 링크 한 번 더! ㅎㅎㅎ ), 될 대로 돼라, 약간 핀이 나간 상태이다. 그러니까 바보라는 건데. 이런 날도 있지, 이 또한 지나가리, 힘이 나지 않을 때는 힘 내지 말자, 하며 살고 있다. 거실에 나말고도 바보 셋이 더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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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고 존경하는 목사님 부부가 있습니다. 목사님과 사모님보다는 '두 시인'이라 부르면 좋을 사람들입니다. 배움을 얻지 못하는 만남이란 없지만, 만나 대화할 때마다 내 마음에 특별한 깨달음의 씨앗을 뿌리는 분들입니다. 나이는 우리 부부보다 한참 어리지만 존경이란 말이 아깝지 않습니다. 합정동의 화력발전소 앞 오래된 주택에서 백만 볼트 배터리 장착한 두 아들을 키우고 살았습니다. 내외가 둘 다 천생 시인이었고, 집사님(이라 쓰고 사모님이라 읽어야)은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남달라서 흙과 햇볕과 바람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그런 공간에 갇혀 에너지 폭발하는 아드님들을 키운다는 것은 우울감을 부르는 일이다 싶어 늘 조금씩 걱정이었습니다. 이사 하라고, 이사 하라고, 남편이 시인 목사님을 찔러대곤 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살던 집을 허물고 다시 집을 짓는다는 주인의 통보를 받은 것입니다. 남편과 나는 쾌재를 불렀습니다. 교회사임하고 쉬던 어느 날, 곧 흔적도 없이 사라질 시인의 집에 초대받아 갔습니다.


밖에서 보던 집이 아니었습니다. 현승이가 살짝 옆으로 오더니 '엄마,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이나 아니면 일본 영화에 나오는 집 같아.' 소곤소곤합니다. 에너지 백만 볼트의 아드님들 덕에 멀쩡한 가구가 남아 있을 리 없고, 번듯한 인테리어 소품 따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멋스러운 집이었습니다. 꿈이 꿈틀대고 있다고 할까요. 광목천으로 가려진 선반, 책꽂이도 없이 멋대로 쌓여 있는 시집을 비롯한 책들. 바로 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집입니다. 집은 집이 아니라 사는 사람이라는 진리를 새롭게 실감합니다. 그리고 시인의 가족은 한 달 만에 합정동의 좀 더 넓고 쾌적한 빌라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좋은 가격에 한 달 만에 집을 구하고 이사.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걸 보면서 옆에서 얼마나 부러웠는지요. 석 달이 넘도록 집이 나가지 않아 마음 졸이던 우리 상황과 비교되었지요. 아버지 하나님의 차별대우에 섭섭하고 화가 났습니다. 내 일처럼 기쁘면서도 진정 내 현실을 떠올리면 괜스레 마음에 찬바람이 불었습니다.


'이 녀석아, 내가 누구냐! 네 하나님이다.' 다 시기가 있다는 듯 우리집 이사 역시 해결되었습니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손놓고 좌절한 시점에 적절한 만남, 적절한 다리놓음, 고마운 배려로 된 일입니다. 남편이 무척이나 원했던 교회 앞 동네, 걸어서 5분 거리입니다. 3개월 체증이 내려가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안도감과 기쁨도 잠시. 이사할 집의 치수를 재러 가서 자세히 보니 처음 슬쩍 봤던 것보다 더 낡았고, 각이 안 나오는 공간이며, 뭔가 상당히 견적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거실 가득한 책꽂이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지, 주방과 거실이 하나인 휑한 공간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근심이 많아진 찰나, 새로 이사한 시인의 집에 잠시 들렀습니다. 역시나 평범한 구조의 빌라는 이야기거리 꿈틀꿈틀 하는 공간이 되어 있습니다. 부럽다, 부럽다 하면서 우리 집 공간 배치가 걱정이라는 얘기며 이사 이야기로 수다를 이어가는 중이었지요. 내 귀를 뚫어 마음과 영혼까지 헤치고 들어오는 시인의 목소리입니다.


"그 집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본 시점이었어요. 그 공간 안에서 펼칠 수 있는 상상력이 바닥 났을 때 이사를 하게 된 거예요."


아, 상상력! 볕도 들지 않은 좁은 집을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만들었던 것은 끝없는 상상력이었구나!  한 대 얻어 맞은 듯한 깨달음이었습니다. 이 한 마디로 온갖 선입견의 성들이 무너져내립니다. 반듯한 사각형의 아파트 거실, 자본주의적으로 획일화 된 집의 형태에만 고착된 그림이 사라지고 온갖 상상력의 풍선이 날아 오릅니다. 일단 이사 하고 짐을 넣어봐야 할 일이지만, 상상력이 뭔가 크게 일을 낼 것 같은 예감입니다. 이사 전날에 집사님 두 분의 도움으로 아이들 방에 페인트 칠을 하게 되었습니다. 벼르고 벼르던 일인데, 마음에 쏙 드는 거실 탁자를 마음에 드는 가격에 구입해 놓은 터였고요. 이사 당일, 짐을 들이며 순간순간 막막함을 견뎌야 했습니다. 포기하고 않고 상상력의 풍선을 날려대다 보니 아주 마음에 드는 거실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한 통속이던 거실과 주방이 분리되기까지. 벽에 붙어 있던 그릇장이 등판때기를 드러내며 주방을 가려주었고, 쓰던 컴퓨터 책상은 안성맞춤 아일랜드 식탁으로 거듭납니다.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이런 거실이 나오다니! 나의 상상력이 대견하여 누구라도 붙잡고 자랑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아직 거실만 살려놓은 상태입니다. 채윤이는 나무틀 창문이 한 벽을 차지하고 있는 제 방에 도통 들어가려 하지 않습니다. 오래 된 싱크대에 좁고 꽉 막힌 주방이며, 세탁기 들어 앉은 화장실 등은 정을 붙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상상하라, 끝까지 상상하라! 채윤이를 데리고 2001 아울렛에 가 마음에 드는 커텐을 고르게 하고 달아주었습니다. 칙칙한 창이 가려지니 비주얼이 달라집니다. 토요일 오후에 비데 설치하러 오신 기사님. '토요일인데 오후까지 일하시네요.' 한 마디 건넸는데. 쌓인 게 많으신 모양인지 토요일 근무에 대한 고충을 쏟으십니다. 급 친해진 형국. 화장실을 보시더니 '와, 한 벽이 창문이네요' 하십니다. '그러게요. 이런 화장실 처음 보시죠?' 했더니 '좋죠. 습하지도 않고.....' 그 말에 다시 귀가 뻥 뚫립니다. '아, 맞다! 창문 열고 건조시키기 좋고, 욕실이 늘 뽀송뽀송하겠네. 다음 날 아침에 창문 가득 들어오는 햇살을 마주하고 (우리 집에서 해가 제일 잘 드는 곳이 화장실) 일을 보는데, 해.....행복하대요. 자, 이렇게 화장실도 애정으로 접수.


문제는 주방입니다. 거실과 분리되기는 했지만 가 서고 싶지 않은 싱크대 앞입니다. '나의 성소 싱크대'는 다 틀렸다, 싶지요.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부엌 한 벽의 장식용(으로 추정되는) 기다란 창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1도 기대하지 않고 밀어봤습니다. 어, 혹시 열리는 거 아냐? 아, 아니구아. 열리지 않습니다. 혹시? 하고 옆으로 밀어봤더니...... 대애박! 옆으로 밀리며 창이 열리는 것입니다. 소리 지를 뻔했습니다. 주님, 밖이 보이는 주방입니다. 감사합니다. 다육이 두 개를 가져다 창틀에 세우고 포스트잇에 몇 글자 적어 싱크대 문에 붙이니. 오, 나의 성소 싱크대 앞!입니다. 주방까지 애정으로 접수. 이로써, 집의 구석구석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심심하면 남편과 마주앉아 작명놀이 하곤 하는데요. 몇 년 전에 지은 이름입니다. 내 집 그리스도의 마음. 물론 <내 마음 그리스도의 집>의 패러디이고. 내 마음에 그리스도를 모셔야겠지만 내 집 구석구석이 그리스도의 마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영적이라는 것이 물적인 것과 반대개념이 아니기에, 영적인 삶은 고통과 혼란을 포함한 일상의 모든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기에 말입니다. 내 집구석이 그리스도의 마음이 된다면! 제가 입버릇처럼 말하듯 '누추하여 거룩한 현재'를 삶이 아니겠습니까. 결혼 후 열한 번 이사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수월하게 된 적이 없다며, 좌절도 낙심도 했지만. 그 어떤 집보다 더 애정하는 내 집이 될 예정입니다. 내 집 그리스도의 마음, 내 집구석 그리스도의 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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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예배, 가족회의..... 무엇이라 불러도 좋을 가족의 quality time을 family day라 부릅니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일주일에 한 번 같이 게임하고, 노래하고, 기도하다 한 방에 몰려서 잠자기.

이렇게 보내기도 했습니다.

해마다 송구영신 예배를 마치고 맞는 1월1일에는 Big Family Day입니다.

일단 늦잠을 자고, 사우나에 가거나, 맛있는 걸 먹으로 가거나, 예쁜 카페에 가기도 합니다.

페데를 위해서 강화도까지 가서 맛있는 케잌을 먹고온 날, 엄마의 장이 꼬여버려 일이 꼬여버렸습니다.

며칠을 보내고 조금 늦은 2017년 빅 패밀리 데이 세러모니를 가졌습니다.





해의 이슈를 마인드맵으로 그리며 가볍게 1년을 돌아봅니다.

그리고 작년 페데에 썼던 각자의 기도제목을 꺼내보지요.

방금 그린 마인드맵과 겹치는 단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감회에 젖어 잠시 말을 잊습니다.

그리고는 2017년의 기도제목을 각자 적고 돌아가며 나눕니다.

마지막은 서로를 위해, 우리의 일 년을 위해 기도하고 마치지요.





평소 생각이 깊고 마음 헤아리는 감각이 남다른 현승이는 이상하게 멍석을 깔면 돌변합니다.

가족끼리 이러는 거 아냐!

오글거려인지 분위기를 깨는 말과 행동으로 눈총을 받곤합니다.

헌데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스스로 진행자를 자처하더니 마인드맵을 그려라, 기도제목을 써라, 이 순서로 나눠라,

그리고 대각선 방향에 앉은 사람과 기도제목을 맞바꿔서 돌아가며 기도해라.

군더더기 없는 진행으로 엄마의 버럭 없는 평화로운 마무리를 했습니다.


한 해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들 마음이 모아놓은 기도제목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제 엄마 아빠의 입장과 마음까지 헤아리는 아이들의 기도제목입니다.

"엄마 아빠의 아들 딸로 태어나게 해서 미안하다."

신파조 대사 같은 말이 자꾸 마음에 사무치는데..... 엄마의 기분 탓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보내고 맞이하여 이 거룩한 현재를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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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됐든 지나치게 애 쓰는 건 건강에 좋지 않다.

쉴 새 없이 일을 하거나 공부하면 몸이 상하고,

가만히 앉아서도 머리를 끝없이 돌리며 애를 쓰면 마음이 상한다.

힘에 지나치도록, 기름을 짜내듯 내 존재의 진액을 추출해내면

짧은 시간 찬사를 받으며 성취감 느낄 수 있겠으나 몸과 마음을 상하게 된다.

인간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손내밀어 닿는 곳에서, 내민 손을 잡아주는 사람과 기쁘게 잘 지내는 것이

평범한 사이즈의 마음 그릇을 가진 나의 최선이다.

얼마나 자주 내 그릇에 넘치는 '완벽한 관계'에 매여 살았던가.

지금도 얼마나 자주 그 유혹에 빠져들어 근심하고 실망하고 짜증내고 있는가.

겸손을 가장한 오만함이며.


보잘 것 없고 을씨년스럽기만 한 우리 동네 작은 길가에 벚꽃이 터지던 날.

내민 손 잡아준, 동생같은 집사님(이라 불리는 청년같이 생긴 사모님)들과 놀았다.

음식을 간단하게 하시는데도 뭔가 근사하다는 칭찬에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추지 못하고

레시피 공개를 빙자하여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부끄럽다.

둘이,

다섯이,

넷이,

셋이

멤버 수가 바뀌면서 대화의 깊이도 훅 들어갔다 빠지고,

눈물 짓다 깔깔거리고.

추가 요금 없는 커피 리필은 기본.

하루의 만남이 풍성하기도 하다.


선물받은 것 사진 찍어 올리는 거 민망한 일인데,

일상 노출증 환자로서 참을 수가 없다. 에라~ 공개한다.

남기고 간 선물들을 모아 놓으니 꽃다발 같다.

화룡점정은  아래의 종이 액자이다.

present is present

구역장으로 갈팡질팡 하는 나를 '정리해주는 지혜자' 역할을 하는 집사님 선물인데

어쩌면 이렇게도 오늘을  정리해주는 선물. 

오늘이 선물이고, 선물은 바로 오늘이다.

오늘 여기서 내민 손 잡아주고 계산없는 말을 주고받는 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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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한 번 같은 멤버와 동일한 자리에 서서 사진을 찍듯.

매년 1월 1일에는 가족이라는 멤버가

'Big Family Day'라는 이름으로 모여 마음의 사진을 찍습니다.  

Family Day (패밀리데이가 뭐꼬? 궁금해요? 궁금하면 오백 원 말고 파란글씨 클릭!)

중에서 거한 F.D라고 할까요?


송구영신예배 후유증으로 11시 기상, 밥 먹고 또 뒹굴다 또 낮잠, 5시 기상.

그리고 슬슬 나가서 돈주고 먹는 저녁을 먹고 들어옵니다.

촛불을 밝히고 아빠가 딩가딩가 기타소리로 바람을 잡으면 신청곡 날아듭니다.

'지금까지 지낸온 것' 엄마 아빠 감동으로 첫곡을 부르기 시작했더니

올드한 건 딱 질색인 중등부 찬양팀 반주자 출신 고등부 채윤이 입이 엄청 삐죽거립니다.

요즘 기타 좀 하는 현승이가 신청곡을 외치는 대신 반주자로 나섰습니다.

김종필 아들 십삼 년이면 기타반주 되는군요.


2015년 마인드맵 그리기.

늘 그렇듯 가운데 '2015' 써놓고 나면 어떻게 다 채울까 막막해요.

하나 둘 쓰다보면 '아, 그런 일도 있었지. 맞아, 맞아' 어느 새 꽉 들어찬 마인드 조각들.

작년에 썼던 감사제목과 기도제목을 꺼내봅니다.

'와, 나 기도제목 다 이루어졌어!!!!!!' 채윤이 말입니다.

각자 조금씩 숙연해져서 일 년 전에 썼던 내 마음을 읽어봅니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포스트잇에 적어나갑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또 기도하고.....


작년에 자기 기도제목을 읽고, 지난 한 해 감사한 것과 올해의 기도제목을 발표합니다.

'아, 나는 딱히 기도제목은 아니고 그냥 바라는 걸 쓴 거야. 기도할 일을 아니야'

손발 오그라드는 이런 분위기 어려워하는 현승이는 매년 같은 말입니다.

아침에 '엄마~아' 하고 부시시한 얼굴로 나와 안기는 아이들 키가 

밤사이 쑥 자란 느낌이 드는 것처럼

아이들의 기도제목을 듣다보면 1년 사이 쑥 자란 것 같아 놀랍니다.


2015년은 채윤이의 해인 것 같습니다.

가장 많이 아팠고, 가장 많이 기뻤고, 가장 많이 성장했습니다.

채윤이가 꼽는 올해의 찬양은 '또 하나의 열매를 바라시며' 랍니다.

언젠가 찬양팀 기도회에서 이 찬양을 부르며

'감사해요 깨닫지 못했었는데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라는 걸....

고마워요 그 사랑을 가르쳐준 당신께 주께서 허락하신 당신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섬기며 나도 세상에 전하리라.....'

가사 한 구절 한 구절 마음으로 닿아와 눈물 콧물했다고요.

그 사랑 일깨워준 엄마 아빠, 그리고 중등부에서 만난 좋은 선생님, 감사하답니다.


어느 새 많이 자란 아이들과 한결같이 온유하고 너그러운 남편.

함께 시작하는 2016년, 부족한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게 해줍니다.

돌아서면 귀찮고 얄미울 껌딱지 셋이지만 새해, 새로운 고마움으로 왈랑왈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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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이다. 아니 7년 만이다. 매주 이렇게 모여 밥을 먹고 농담도 따먹고 찬양하고 기도하며 서너 시간 보내곤 했었다. 얼굴 본지가 4년, 이렇게 모인지는 7년이 지났는데 한참 농담을 따먹다 보니 바로 지난 주에 만났던 것 같았다. 처음 가정교회라는 이름으로 처음 모임을 시작했을 때 다들 파릇한 신혼이었고 현승이는 기저귀를 차고 침을 질질 흘리던 아기였다. 긴 시간 함께 했다. 신티리이모, 신티리이모 했던 아이들이 몰라보게 컸고, 결정적으로 신티리 이모를 몰라봤다. ㅠㅠ 난 사실 며칠 전부터 마음이 설렜고, 한 가정 씩 들이닥치는데 마음 같아선 줄을 세워놓고 하나씩 찐하게 끌어안고 싶었다. 심지어 애들 아빠들까지 안을 뻔 했다. 언제나 그렇듯 일단 반가움은 바로 정신없음이 된다. 그래, 이 모임은 정신없는 맛이 있었어!

 

# 1

얘기 나누다보니 한참 이 모임을 할 때의 내가 지금 이 부부들의 상황이었다. 초딩과 유딩 사이. 큰 아이 초딩 또는 예비 초딩, 작은 아이는 애기. 생각해보면 힘든 시기이다. 이때의 나를 돌아보면 듁음이었다. 남편은 신대원 기숙사에 가 있고, 하루에 세 군에 음악치료를 하러 다녔다. 까막눈으로 초등학교에 간 채윤이 받아쓰기, 그림일기로 저녁은 전쟁이었다. 무엇보다 내 내면의 전쟁은 사춘기 이상으로 치열했었다. 그때 저장된 기억이 구슬이 하나씩 튀어 올랐다. 신앙 섬이 무너지면서 우정섬, 신뢰섬 등이 차례로 무너지던 시기. 홍상수 영화 제목처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거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거나 둘 중의 하나일 만큼 비정상적인 시기였다. 아니, 그렇게 내면의 전쟁이 치열했건만 어떻게 매주 이들을 만나서 웃고 울고 할 수 있었을까? 그 시기가 그 시긴가? 의문이 들었다. 그 시기가 그 시기이다. 내면의 성들이 그렇게 무너지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건 함께 하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일까? 이들에 대한 어떤 책임감 같은 것들? 그런가봉가.

 

# 2

어떤 소모임의 리더가 되면 자주 마주하는 문제인 것 같다. 계속 들어줄 것인가, 어느 지적질을 할 것인가. 리더가 되면 답을 알고 있어야 할 것 같고, 그 답을 줘야 할 것 같은 강박을 조금씩이라도 느낀다. (하긴 리더가 아니라도 우리는 모두 타인의 문제가 보인다고 생각하거나 착각하기 때문에 지적질 본능은 어쩔 수 없다) 남편과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 같다. 그리고 정한 가정교회에서 나눔의 법칙은 '경청과 질문'이었다. 잘 듣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 물어봐 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조언은 상대가 물어볼 때만 내놓기로. 어쩌면 그것을 몸으로 체득하는 연습이 수년 목장모임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열매 같다. 내가 사는 얘기도 그렇지만 결국 같은 패턴을 맴돌며 부부가 갈등하고 화내고 섭섭해한다. 4년이 지나도 7년이 지나도 그 패턴은 비슷하다. 여전히 같은 문제로 기뻐하고 힘들어 하는 모습이다. 처음 이들을 만났을 때를 생각하면 참 많이 변했다, 생각하다가도 변한 게 하나도 없네, 하며 웃는다. 나와 남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무렴.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지. 그때도맞고지금도 맞다. 그때도틀리고지금도틀리다. 중요한 건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이 좋다는 것!

 

# 3

생각해보니 우리 식구말고 내가 한 밥을 제일 많이 먹어준 사람들이다. 이들 때문에 요리실력이 늘었고 요리창착꼼수 9단이 되었다. 그저 같이 밥을 먹는다는 건, 먹을 수 있다는 건, 오래 오래 삐지지 않고 마주앉아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흔하고도 희귀한 일인가. 한때 내 삶에서 가장 소중했던 타인들이었다. 가끔 꺼내보는 기억의 구슬 하나가 있다. 수현이네 장남 병준이는 태명이 우리 채윤이와 같은 '푸름이'였다. 병준이가 태어나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엄마당, 아빠당, 병주니당, 틴티리이모당......' 이런 감동적인 명언을 남겼다. 띤띠리 이모를 가족대우 해준 것이다. 아이들이 주는 직급은 그야말로 직급 그 자체이다. 난 이 명언이 너무 맘에 들어 특별한 기억의 구슬로 간직하고 있다. 물론 기억은 과거의 일이라서 가끔씩 꺼내봄으로 족할 뿐이다. 그렇게 그리워할 뿐이다.

 

# 4

다들 돌아가고 정리를 하는데 얼마 전 복면가왕에서 들을 '양화대교'를 자꾸 마음으로 부르고 있었다.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한 4년 후에 다시 보자고 농담하며 헤어졌다. 기억의 관계로 돌아가 가끔 구슬이나 꺼내보는 사이로 살아가겠지만.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고 마음 먹어서 행복하게 되고, 아프지 말자고 약속 걸어 아프지 않을 걸 알면서 자꾸 부르게 되는 노래이다. 그걸 알기에 이렇게 절절하게 심금을 울리는 것일게다. 늘 같은 문제를 나누면서도 속시원한 해결책 한 번 만나보지 못했고 눈이 번쩍 뜨이는 기도응답 없는 것이 살아가는 여정이다. 이들과 함께 하던 시절에 속시원한 해결책을 줄 수도, 뾰족한 도움을 줄 수도 없어서 속울음 같은 기도를 해야 했었다. 해 줄 건 기도 밖에 없어. 라고 말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노래는 무력한 언니의 기도 같은 것이다.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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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하게'

이것은 내게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재미'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꾸준하게 하는 성격이 못 되지만 흥미가 있는 것은 너무 꾸준해서 문제라서.

 

엄마 역할로 가면 이것은 죄책감의 원인이 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을 때 하는 자유가 중요한 사람을 엄마로 둔 아이들도 안 됐고,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갈수록 죄책감만 키워가고 있는 엄마 자신도 마찬가지이다.

 

칭찬 스티커 몇 장을 모으면 선물을 준다 이런 행동주의식 토큰 강화법은 (내가 나를 아니까) 거의 시도해보지도 않았다. 아이들보다 내가 먼저 시들해질 것이 분명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1년에 한 번 하는 빅 패밀리 데이가 참 좋구나.

1년에 한 번만 꼭 지키게 되면 꾸준함으로 A+ 학점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현승이까지 글을 제대로 쓸 수 있게 되면서 시작한 것이 어느 새 5년이 되었다.

네 식구가 자기 수준에 맞게 1년을 돌아보고 새해 계획을 세운 후에 

포스트잇에 적어서 나누는 형식이다.

작년부터는 마인드맵을 도입해서 함께 가족의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먼저 가진다.

 

이 집의 아빠 김병약 씨는 휴일 다음 날 같은 때 꼭 새벽기도 당번이 걸린다.

그리하여 꼭 휴일을 노는 듯 안 노는 듯 노는 것 같지 않은 노는 날 만드는 재주가 있다.

올해도 1월2일 새벽기도 담당이라 1일에는 마인드맵만 그리고,

2일에 포스트잇 쓰기를 진행하여 빅패데는 이틀에 걸친 축제였다.

미안한 마음을 상수동 교베이커리의 치즈케잌에 담아 퇴근을 했고

한층 자란 아이들과 재미있고 의미있는 포스트잇 쓰기, 기도하기 시간이었다.

 

수 년의 자료가 모이면서 많이 뿌듯했다.

이 정도면 나도 꾸준한 엄마! 흠흠. 죄책감 따위!

게다가 블로그를 뒤지면 그날 그날 사진과 감상이 다 나온다.

작년까지만 해도 어른 둘, 아이 둘이라 분위기 잡으려면 신경전이 팽팽했었는데,

채윤이가 약간 어른 쪽으로 넘어오다 보니 사뭇 더 진지하고(우리 가족이 진지해야 얼마나 진지할까) 훈훈한 분위기였다.

 

 

가족의 기억이 기록이 되고, 기록이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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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빠르게 지나가고 다시 맞은 Big Family Day입니다.

마인드맵으로 2014년을 되짚어보고 새해의 다짐, 바램을 나누고 기도하는 시간입니다.

아빠 사정으로 올해는 1,2부로 나누어 진행합니다.

2014 마인드맵 그리고 나누며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며칠 전 송년모임에서 '2014, 우리집의 세 가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어서 엄마 아빠 둘이서만 미리 머리를 맞댔었는데, 넷이 뭉쳐도 그때와 다르지 않네요. 

송년회에선 세 곡의 노래로 지난 2014년을 정리했는데, 세 곡의 노래 들어보실랍니까?

 

 

첫 곡은 김광석이 부릅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한 해가 다르게 숨은 개성을 드러내고 있는 현승이가 2014년엔  K-POP에 푹 빠졌습니다. '나 혹시 병 걸린 거 아냐? 노인병? 왜 나는 아이돌 노래가 좋지 않고 엄마 아빠 어렸을 적 가수들 노래가 좋지?' 걱정도 하면서 김광석, 신승훈, 윤도현에 푹 빠졌었습니다. 남들 스마트폰 붙들고 게임할 때 아이패드 붙들고 김광석 노래를 듣고 또 들으며 시간을 보내곤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곡은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노래 중에서도 '그대의 머리결같은 나무 아래로 덜컹이는 기차에 기대어 너에게 편지를 쓴다' 입니다. 왜 좋냐고 자꾸 물으면 안됩니다. '몰라! 그냥 좋다고~오. 안 좋아할 걸. 괜히 이 노래 좋아했어' 빡칩니다. 그리하여 현승이 덕분에 올해에는 거실에 브람스나 바흐 할아버지 대신 김광석 아저씨로 가득 찼었습니다.  

 

 

다음 곡은 서태지의 <Come Back Home>

 

 이 곡도 현승이가 꽂혀서 잘 부르는 노래이긴 하지만 주인은 채윤이입니다. 5학년 말 쯤 질풍노도 기차를 타느가 싶더니 올 2학기를 지내면서 눈에서 독기가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채윤이가 컴백홈! 대번에 알아듣고 '아, 내 영혼이 돌아왔다고?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동안 머리에서 뭐가 쓱 왔다가 이젠 빠져나간 느낌? 하하하하' 합니다. 채윤이가 말하는 '영혼이 돌아온 대표적인 증.상.(이랍니다. 증상ㅋㅋㅋ)'은 엄마 아빠를 사랑하게 되었고, 뭔지 모르겠지만 고맙고 더 좋답니다. 컴백홈에는 또 다른 의미도 있습니다. 실기시험을 앞두고는 학교 마치면 선생님 스튜디오나 연습실로 가서 9시 10나 돼서 집에 오는 생활을 해야합니다. '아,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싶다. 집에 가고 싶다' 하며 다니죠. 집이 있으나 집으로 돌아올 수 없는 외롭고 고독한 시간을 견디고 견디면서 채윤이의 음악이 무르익겠지요.

 

 

마지막 엄마 아빠의 노래. 신해철이 부릅니다.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2014년은 4월 16일에 멈춰있습니다. 아니 엄마 아빠의 삶은 2014년 4월 16일 전과 후로 나뉠지도 모릅니다. 부모로 사는 삶을 다시 생각했고, 이 땅의 시민으로 사는 것에 대해서 아프게 돌이켜봤으며, 무엇보다 이 절망의 시대에 예수그리스도의 제자로 사는 것에 대해서 원점(이 어딘지도 모르지만)으로 가 섰습니다. 목회자인 남편의 공황 같은 번뇌는 더 깊습니다. 둘 다 잡노마드라 어떤 일이나 상황에 포획되어 사는 편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이만하면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편이지요. 그러나, 2014년은 집요하게 물었습니다. 지금 주도적 자발적으로 하나님 나라를 살고 있나고, 나의 나됨을 사는 자리에 있냐고요.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을 사는 것은 내가 태어난 목에 합당하게 사는 것 즉, 나를 온전히 피우는 것이라 믿기에 진지하게 내게 묻습니다.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이 세 곡의 노래가 저 한 장의 마인드맵에서 반복 재생되고 있습니다.

들립니다. 잘 들립니다. 2014년의 노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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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이 돌아가고, 설거지를 마치고, 소파에 앉아 폰에 담긴 사진을 들여다 본다.

어머! 사진 속 커피잔에서 소리가 들린다.

커피 한 잔의 여유,

아니고 커피 여덟 잔의 와글와글 북적북적.

목사님 넷, 집사님 넷, 나름 형아들 셋, 아가 하나.

'나름 형아들'을 돌보던 진짜 현승이 형아 하나, 방에 처박힌 이모같은 채윤이 누나 하나.

시끌벅적 정신없이 맛있는 송년의 밤이었다.

 

 

 

 

 

 

우리 교회가 '사모'라는 호칭을 쓰지 않고 '목사 부인' 또는 '집사'로 쓰기 때문이다. 남편과 한 팀에서 일하고 있는 목사님 가정들이 모이니 목사-집사 네 커플이 된 것이다. '사모님'이라는 말을 그다지 싫어하지 않는다. 딱 두 경우만 조심해준다면.

 

1. 사람 많은 곳에서 큰 소리로 '사모님, 사모님' 부르지 않기.

(그래서 늘 주장해왔다. '스름 믄은데선 은니르그 블르라')

2. 내 연배 또는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님' 빼고 '사모'라고 부르지 않기.

(특히 손아래 사람이 '정신실 사모'라고 부르면 옛자아가 부활하여 성대 근처에서 분노의 한 마디가 부글거린다. '야! 사모가 뭐야, 사모가. 사모님이면 사모님이고, 신시리면 신시리지. 사모라고 하지마! 헤헤. 다른 게 아니고.... 그렇게 부르는 네가 천박해보일까봐 그래.')

 

집사님들 넷이서 음식을 하나 씩 준비해 모이니 와, 풍성해졌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완전 귀여운 사모님인 집사님은 손수 치킨을 사오기도 했음.ㅋㅋ 커피를 마시며 나름 진지해지고 싶었으나, 기타 들고 노래도 해보곤 했으나 와글와글에 묻혀서 묻히는대로 좋았다.  

 

 

 

 

 

사모님이란 호칭 대신 쓰는 '집사님'도 그다지 편하지는 않다. 그런데 날 정말 행복하게 하는 '집딴님' 이란 목소리가 있다. 바로 사진의 저 녀석들. 

인형 많은 집딴님. 현승이 형아 엄마 집딴님.

이 녀석들 선물을 준비해서 보물찾기로 주려고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아직들 문맹이시라 글자는 안 되겠고,  자기 사진 붙은 선물을 찾으라고 해야겠다! 오후 내 선물을 사고 준비했다. 모임 중에 보모 담당(보부?) 현승이랑 치밀한 작전을 세웠다. 식사를 마친 후에 내가 아이들을 거실로 유인하면 현승이가 선물을 숨기는 것이다. 중간에 선물을 옮길 수 없기 때문에 현승이 방 책장 높은 곳에 일단 숨겨두었다. 

현승이가 식탁에서 식사를 하다 사색이 되어 엄마를 불렀다. '엄마!!!! 해언이가 선물을 찾아냈어' 방에 가보니 아이언맨이 선물을 꺼내 들고 '집딴님, 이거 뭐예요? 어, 형아 얼굴이다. 어, 내 껀가봐. 우리 줄 거예요? 이거 비밀인가봐.' ㅠㅠㅠㅠㅠ

선물 빨리 회수하여 베란다에 다시 숨기고 '맞아, 비밀이야. 조금 있으면 비밀의 열쇠가 풀려. 너희가 접시에 있는 고기를 다 먹고 빈접시를 가져오면 비밀의 열쇠가 풀려.' 바로들 꾸역꾸역 고기를 입에 넣는 '나름 형아들'! 그래서 극적으로 이벤트를 성공시켰다.

 

오늘의 보부, 현승이 형아를 다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조용한 리더십의 보부 현승이 형아가 얼마나 인기가 좋은지. 거실에 있는 엄마 아빠들에게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아이들을 흥분시킬 줄 아는 동네 형아이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데리고 놀았는데. 괴물 놀이도 해주고, 때리라고 하고 맞아주고 그랬단 말야. 빨리 나 칭찬해줘. 더 쎄게 칭찬해줘' 이러는 아직 형아가 덜 된 형아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오늘 가슴에 남은 한 문장. 현승이 형아가 다른 놀이를 위해서 준비하느라 잠시 사라졌던 모양. 아이들이 현승이 형아~ 현승이 형아~ 목놓아 부르면서 찾아다녔다.  그렇게 찾으러 다니다 네 살 해언이가 16 개월 된 은유를 붙들고 말했다. '애기야, 너 현승이 형아 어딨는 줄 알아?' 16 개월 된, 걸은지 40일 된, 동안(童顔) 은유는 '현승이 형아가 대체 뭔지? 먹는 건지?' 하는 표정으로 에라 고기나 먹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이고, 웃다가 눈물나. 이 장면은 앞으로 몇 개월간 내 우울 치료제로 사용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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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올해도 어김없이 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해의 소망을 나눠보는 Big Family Day를 가졌습니다.
('빅'이라 부르는 것은 보통의 패밀리 데이와 차별화를 위한 표현인데,
아이들이 커지면서 이 시간을 갖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어렵게 모인다해도 유쾌하게 진행되고 마무리 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통제하려는 자, 자유로우려는 자들 간의 전쟁이지요.
그 무섭다는 중2가 되는 채윤, 갈수록 보면서 '남자다잉~' 소리가 절로 나오게 만드는 현승.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의 요소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전화위복의 놀라운 은총으로 좋은 시간을 가졌답니다.


전화 轉禍
집에서 멀지 않은 프로방스 마을에 빵이 맛있는 카페에 가서 패밀리 데이를 갖기로 했습니다.
(들떠서 장소를 논의하는 것은 4학년 김종필과 정신실,
도통 관심도 없고 그냥 집에 있으면 안 되냐는 어르신 채윤와 현승)
오후가 되어 갔더니 웬일이니, 웬일이니. 우리만 거기를 찜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차가 많아서 들어가기를 포기하고 바로 앞 헤이리로 방향을 틀어 
어찌 어찌 케잌이 맛있게 생긴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케잌도 먹고 차도 마시고, 웃긴 동영상도 찍으며 낄낄거렸는데
막상 이야기를 나누려니 채윤이가
'집에 가서 하면 안 되나? 이런 데서 그런 거 하기 쪽팔리다'랍니다.
게다가 수요일이라 아빠는 수요예배 있는 날이고 아빠 출근시간 임박.
내색은 못했지만 엄마 속에선 부글부글 가 불타오릅니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위복 爲福
교촌치킨이 먹고 싶다던 채윤이,
아빠가 수요예배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서 주문해서 먹으며 패데를 하기로 했습니다.
아쉬워서 냉장고 뒤져보니 두부 한 모 나오길래 두부김치 조금 해가지고 먹는데.....
치킨과 두부김치가 엄청 맛있어서 .
개콘 얘기가 나와서 넷이 의기투합해서 분위기 완전 좋아져서 복.
무엇보다,
낮에 한 번 판을 엎었던 (특히)채윤이와 현승이, 사람이라 미안한 줄 아는지 매우 적극적 참여.
이거 완전 복.
마인드맵을 도입해서 신선한 방식의 나눔에 즐거움이 더해져서 복.




2013 우리 가족.
마인드맵을 통해서 순위 없는 우리 가족 뉴스를 정했습니다.

. 엄마 아빠 공저의 책출간
. 아빠 현승 일본여행
. 엄마 미주 코스타
. 아빠, 채윤 뼈 부상
. 할머니가 사주신 치료기계
. 한 방에서 넷이서 자기 다시 시작
. 채윤이 염색하고 귀뚫고 화장하기
. 현승이 스마트폰
. 빠짐
   - 현승이는 책에 빠짐
   - 채윤이는 샤이니에 빠짐
   - 엄마는 포코팡에 빠짐
   - 아빠는 얼이 빠짐 (아, 욱껴. 김종필 아빠 짱!)


 

 

작년 재작년에 자신이 썼던 포스트잇을 받아들고 읽어보았습니다.
네 식구가 각자 조금씩 자라가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그리고는 각자 작년 한 해 감사했던 일,
올해의 기도제목을 적어 나눕니다.
각자 얘기를 들을 때마다 모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잠시 조용히 자신의 1년을 돌아보며 기도하고,
메모를 바꿔들고 한 사람 씩 다른 사람을 위해서 기도하고,
엄마의 마무리 기도로 마쳤습니다.
대표기도 하는 엄마가 눈물 흘리며 기도하다 현승이 기도제목의 '퍼시픽림'을 너무 진지하게
읽는 바람에 잠시 빵터졌지만 다행히 잘 마쳤고,
울다 웃은 엄마 엉덩이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기분좋게 마치고 세 식구가 잠자리에 든 후에도 엄마는 오래 깨어있었습니다.
아까 켰던 초를 끄지 않고 식구들이 써놓은 것을 바라보면 다시 기도했습니다.
내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가족을 위해 더욱 기도하는 엄마가 되겠습니다.
남편과 두 아이
사역으로 피아노 연습과 공부로, 독서와 레고놀이로 바빠서 자신의 처음 기도제목을 잊더라도
올 한 해 엄마는 잊지 않고 자주 기도의 촛불을 켜야겠습니다.


갈등과 고난이 복과 은총이 되는 일상은 올해도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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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 : 아빠, 아빠, 우리 반에 재수생 있다. 첼로 전공인데 재수했대.
아빠 : 궈어~래?
현승 : 재수생이 뭐야?
아빠 : 음....... 재수 없는 학생.
현승 : 아, 진짜! 재미 없다고~오. 재수생이 뭐야?
아빠 : 뭐냐면, 재수 있는 학생.
현승 : 아, 진짜~아!

 

(현승이 떡국에 든 파를 계속 골라내고 있다.)
엄마 : 현승아, 너 그러지 마.
현승 : 뭐?
엄마 : 떡국 먹을 때 그렇게 파를 하나씩 하나씩 골라내면 안 돼.
현승 : 왜~애? 파 먹기 싫다고오.
엄마 : 그래도 그러면 안 돼. (톤을 낮추고 긴장된 표정으로) 왠 줄 알어?
현승 : (살짝 긴장) 왜?
엄마 : 귀찮어. 하나씩 골라내면 귀찮어.
현승 : 아, 진짜. 안 웃겨!!!

아빠 : 오, 여보. 그 개그 어떻게 하는 건지 알려줘. 나도 그 개그 잘하고 싶어.



채윤 : 아빠, 장재인이 말초신경을 다쳤대.

아빠 : 말초신경을 다쳐? 말초신경이 뭔 줄은 알어?
채윤 : 그럼.
아빠 : 뭐야?
채윤 : 여기 등, 등 아픈 거......



(밥 차려주고 소파에 앉아 있던 엄마, 말초신경에 빵 터짐)
채윤 : 왜 웃어? 엄마 왜 웃어? 엄마, 미워. 엄마랑 영어 공부 안 할 거야.
아빠 : 그걸 영어로 말해 봐.
채윤 :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이 노 스터디 맘~

(참으로 지적인 채윤이의 거침없는 반응은 언제나 큰 웃음.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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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의 화원에 어린 백합꽃이니
은혜 비를 머금고 고이 자라납니다
주의 은혜 감사해 나는 무엇 드리리
사랑하는 예수님 나의 향기 받으소서

나는 주의 품안에 자라나는 아이니
찬미하며 주님을 믿고 따라갑니다
주의 사랑 감사해 나는 무엇 드리리
사랑하는 예수님 나의 마음 받으소서

 


작은 꽃, 작은 화분에 왜 이리 마음이 가고 보듬고 싶은가 했더니

내 안의 나를 비추어 보여주는 것이 이것이었습니다.
누군가 나를 예쁘다 하며 바라봐 줄 것을 기다리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사랑 많이 받는 아이로만 머물고 싶은 마음은 여전합니다.
부동의 자세처럼 보이지만 
사랑받고 싶고 주목받고 싶어서 향기를 뿜어내느라 안간힘을 쓰는 세월이었습니다.


다시 봄이 되어 거실의 작은 화분들을 매만져 줬습니다.
그리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바라보고, 오며 가며 또 바라보곤 합니다.
나 자신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듯 작은 화분들을 바라봅니다.
이제 '누군가'가 아니라 '나 자신'이 나를 사랑스럽게, 자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어야겠습니다.
오랜 세월 한 번도 내게서 눈을 떼지 않은 그 분이 조금씩 더 믿어지기에
나 역시 작고 초라한 모습이라도 스스로를 사랑스럽게 여길 수 있습니다.
내 속의 '나'들이 햇볕 드는 창가에 죽 나와 서 있습니다.
바라보기만 해도 좋습니다.


어린 시절에 불렀던 찬송가가 저절로 새어 나옵니다.
'나는 주의 화원에 어린 백합꽃이니 은혜 비를 머금고 고이 자라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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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1월 1일 입니다.
해마다 1월 1일 저녁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카페에 가거나 카페 같은 거실에 모여 앉아 새해 첫 '패밀리 데이' 세러모니를 갖습니다.
지난 한 해 돌아보며 감사한 것들을 적고,
새로운 한 해를 맞으며 기대하고 바라는 것들을 적어 나눕니다.



한 해 두 해, 포스트잇이 쌓여 가면 가족의 역사가 되겠지 싶네요.
아이들이 없거나 어렸을 때는 남편과 둘이서 '올해의 우리 가정 10대 뉴스'를 꼽곤 했지요.
현승이 까지 글씨를 쓸 수 있게 된 몇 년 전부터는 각자 자신의 정리하며 나누고 있습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2012년 마지막 날은 근심과 걱정으로 인한 우울감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갑자기 밀려오는 한두 가지 압박에 마음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그런 탓에 하루 종일 먹구름 낀 마음이었고 가족들과 마음을 나누기가 어려웠습니다.
우리 집의 '갑'인 엄마가 그러고 있으니 세 식구 모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겠지만
인내해주고 찔러주고 말 걸어주면서 모임을 시작할 수 있었고 즐겁게 마칠 수 있었지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카페에서 나오니 펑펑 눈이 또 내리고 있습니다.
눈만 보면 강아지가 되는 현승이가 펄쩍펄쩍 뛰어다니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네요.
근심을 머리끝까지 쌓은 채로 송구영신 예배에 갔는데 주어진 말씀은 아래와 같아요.
여전히 믿음이 작은 자이지만 어쩌면 내년 패밀리 데이에는 이 말씀을 살았던 또 다른 이야기를 가족들에게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아마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 암요.

머리끝까지 쌓인 근심 위에 저렇게 그 분의 자비와 은총이 덮인다면요. 
탐스런 눈송이가 너풀너풀 내려와 내 머리와 어깨 위에 덮이는 것처럼요.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몸을 위하여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 목숨이 음식보다 중하지 아니하며 몸이 의복보다 중하지 아니하냐.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

너희 중에 누가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 자라도 더할 수 있겠느냐.

또 너희가 어찌 의복을 위하여 염려하느냐.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하여 보라 수고도 아니하고 길쌈도 아니하느니라.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도 입은 것이 이 꽃 하나만 같지 못하였느니라.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지는 들풀도 하나님이 이렇게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일까보냐. 믿음이 작은 자들아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이는 다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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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일보다 중요한 일을 먼저 하라는
(격언도 아니고 금언도 아닌 누가 했는 지 모르는 좋은) 얘길 기억하고 있다.



급하고 중요하고 막 해야하는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올 땐 어찌해야 하나요? 금언님, 격언님!


금토일월 까지 뭘 먹고, 식구들 뭘 멕이고 어떻게 지냈는 지 기억도 안나는 날을 보내고.


보내고. 다 보내고..

주부의 일상으로 돌아와 설거지, 빨래, 무엇보다 바닥에 스팀 한 번 취이~익 뿌려줬다.
한경희주부님은 어쩌면 이런 발명품을 다 생각해내셨을까?


바닥에서 빛이 난다.
마음까지 반짝거리는 오늘 아침의 이 깔끔한 여유로움에 대한 감사와 영광을
한경희 스팀청소기 CEO님께 바친다.



(그렇다고 급하고 중요한 일이 다 끝난 것도 아님.
말하자면 오늘 마감인 원고를 이제부터 쓰기 시작할텐
데 말이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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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떨어질라.
제대로 눈맞추고 구경도 못해 본 벚꽃이며 목련들 다 떨어지라.
그래도 비오는 날 일하러 학교 안 가고, 일하러 안 가는 게 어디냐며.


비오는 날은 뭐다?
비오는 날은 만사 귀찮아하기다.
만사 귀찮아서 집어치기 위해서 빨아서 말려놓은 오리털 파카며 겨울옷을 집어 넣자.
그러다보니, 겨울옷 정리 끝.
비오는 날은 뭐다?
만사 귀찮아 하기 위해서 겨울옷 정리다.


 

 




 

 

 






비오는 날은 뭐다?

당근 커피다.
비오는 토요일에 남편님도 함께 놀며 마주앉아 마시면 좋겠지만,
남편은 뭐다?
주말엔 하나님 꺼고, 교회꺼다.
커피 내릴려고 보니 다 떨어져가네. 일단 볶아놓고 마셔야겠네. 커피 볶기 달달달달.....
비오는 날은 뭐다?
만사 귀차니즘 발동하고 커피 마시기 위해 커피 달달 볶기다.

 

 

 

 

 

 

 

 

 

 


비 오는 날은 뭐다?
국물 뜨끈한 라면이다.
매운 거 못 먹는 놈, 국물은 싫은 놈.... 다 고려해야 하는 비오는 날 점심은 뭐다?
나가사키 짬뽕, 순한 맛 너구리, 짜파게티 식당 아줌마도 화 내실 제각각 메뉴다.


 



비 오는 날은 뭐다?
감기 때문에 머리 아프고 콧물도 나오고 다리에 힘도 없다며 수영 따위는 제끼는 거다.
비오는 날은 뭐다?
옷은 약간 가볍게 입고 떨어지는 체온은 이불로 감싸주는 거다.
비오는 날은 뭐다?
만사 귀차니즘 발동이다.

비는 너한테만 오나부다. 팔자 늘어진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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