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피곤하고 무기력한 아침 이예요. 무기력은 어젯밤 해결되지 않은 정서의 연장인 것 같아요. 어제 저녁에도 여전히 목욕탕 세면대에는 물에 적셔진 현승이의 내복과 손수건들이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손.빨.래... 이제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 세면대에 널부러져 있는 손빨래 꺼리를 보면, 보는 그 순간 기운이 쪽 빠지고 마음이 상해버려요.
'애들 옷은 그 날 그 날 손빨래 해라. 물도 덜 들고 빨리 빨아 말려서 또 입혀야 한다. 현승이는 침을 많이 흘려서 하루에도 몇 번씩 갈아 입혀야 해' 몇 번 말씀 하셨는데 말을 안 들었죠. 내 생각에 모았다가 세탁기 한 번 돌리는 것이 물도 절약되고, 퇴근해 돌아와서 매일 손빨래로 보내야 하는 시간이 아깝기도 했어요. 결국 어머님이 특단의 조처를 하신 것이죠. 아예 빨래들을 세면대에 모아 놓기. 이쯤 되면 손빨래 관철을 위해서는 막 가시겠다는 거죠. 여기다 대고 계속 세탁기 빨래를 하게 되면 나 역시 막 가자고 대드는 게 되겠죠.
당신 알죠? 나 손목 약해서 걸핏하면 물리치료 받으러 다니는 거. 밤에 애들 재우고 손빨래 하노라면 '시집살이'라는 말이 생각나요. 어머니 들으시면 콧방귀 뀌실 소리지만....이럴 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며느리들은 이런 생각을 하죠. '딸이라면 이렇게 하실까? 하루종일 일 하고 들어 온 딸에게 굳이 손빨래하도록 강요 하실까?' 이렇게요...

JP 당신 편지를 받고 오래 망설였어요. 내가 나서서 도와주기에 가장 어렵고 미묘한 문제이기 때문이죠. 당신도 알죠? 그렇지만 당신이 지고 있는 짐, 가능한 한 전부 다 내가 대신 지고 싶어 한다는 말에요. 그리고 또, 그런 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어머니께 당신의 고충을 대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아슬아슬한 줄타기인지도 잘 알리라 생각하구요. 그러니 우선,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요? 애기 빨래들, 우리 같이 나눠서 해 봅시다. 내 빨래도 아니고 애기 빨래를 부모님 앞에서 하는 거 썩 내키는 일은 아니지만, 세수 하러 들어갈 때 어머니 눈치 못 채게 내 얼른 할게요.
얼마 전 전화요금 문제로 우리가 옥신각신 하고 난 후,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死卽生! '어차피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되었으니, 우리 것과 부모님의 것을 나누려고 하는 모든 시도에 대해 완전히 포기하자' 라는 생각이었죠. 부모님과 우리 사이에 합리적인 분배를 도모하는 건 비생산적일 뿐만 아니라, 매우 우둔한 일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가 따로 독립해서 사는 거라면 다르겠지만, 애들 양육 때문에 어차피 한 지붕 아래서 살기로 했다면, 한 푼의 미련 없이 다 드리자. 달라고 하기 전에 미리 드리고, 공휴일에 시간 내라고 하면 기꺼이 쉼을 포기하고, 관리비 내라 하면 전화요금도 내자, 라구요... 애들 양육 때문에 우리가 선택한 거니까, 우리가 하는 희생, 사실 희생 축에도 못 낄 거에요.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거 혹 당신에겐 무리한 요구가 될까요?
그리고 며느리가 딸같이 대접받길 원하는 마음 내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번 일로 '만약 딸이였다면..'하고 생각하는 건, 당신의 상상력이 너무 앞서 나간 듯 싶군요. 여보! 당신은 이미 시집간 딸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어머니께서 당신의 속내를, 그 아픈 과거와 부끄러운 일들을 선뜻 며느리에게 얘기했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그렇게 당신은 어머니의 유일한 신앙 상담가 역할을 하고 있잖아요!

SS '사즉생(死卽生)이라! 역시 원칙의 왕자답게 당신께서 또 한 말씀 주셨구만요. 死! 양육이라는 큰 짐을 우리와 나눠지고 계시는 부모님께 우리가 뭔들 못할까? 이렇게 생각하면 어머니와 나 사이에 문제 될 것이 아무것도 없지요. 그러나 어디 사람 마음이 그런가요? 한결 같이 그런 마음이면 좋으련만 내 상태가 안 좋을 때는 별 거 아닌 것에 다 걸려 넘어지고 불평하고 그렇게 되죠. 언제나 하는 얘기지만 내가 원칙을 몰라서 투덜거리는 건 아니죠. 하긴 당신이 덩달아서 내 감정에 공감해 준다면 훨씬 더 내가 마음을 추스르기가 힘들 거예요. 그래요. 원칙으로 가죠.
예전에 어머님이 채윤이 앞머리 맘대로 짤라 놓으셨을 때 생각나요. 그리 예쁘지도 않은 얼굴에 짤뚱하니 올라간 앞머리가 간난이 같아서 처음 보는 순간 많이 속상했었죠. 그 때 머리도 그렇고, 이번 손빨래 건도 그렇고, 현승이 이유식에 조미료 넣으시는 것도 그렇고.... 걸리는 것이 한두 가지 아니지만 문제는 섣불리 어머니께 말씀드릴 수가 없다는 것 이예요. 웬만한 관계는 잘 대화하면 어느 정도 해결을 볼 수 있는데 어머니와의 관계는 어설피 대화하면 상처만 남길 수 있다는 것이죠. 당신 말대로 부모님을 아이들의 양육자로 인정하고 맡기는 이상 어찌 됐든 1/2의 권리는 부모님이 가지고 계신 거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포기도 쉽고 불평도 덜해지는 것 같아요. 또 어찌 보면 나 같은 성격은 그런 훈련이 절실히 필요하기도 해요. 내 손으로 어떻게 다 해보려고 하는 욕구가 강한 거 말이 예요. 아이들 양육하는데 있어서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환경을 100% 다 통제할 수 없는데, 설령 내가 집에서 아이들을 키운다 해도 마찬가지구요. 그렇죠? 이런 생각을 하다니...나 정말 훌륭하죠? ^^
‘딸 같은 며느리’라는 말에 대해서는 내가 할 말이 많네요. 써 놓고 보니 그런 생각은 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딸이라면 아마 그렇게 안 시키시겠죠. 그리고 나는 딸이 아니라 며느리니까 그렇게 시키시는 거구요. 그러고 보니 많은 시어머니와 며느리들이 '딸 같은 며느리’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나 역시 예외는 아니였구요. 뭐 궁극적으로 좋은 관계를 표현하고자 그렇게 표현하는 때가 더 많다는 것은 알겠지만 사실 그 환상으로 인해서 관계가 더 어려워지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나는 며느리다. 나는 딸이 될 수 없다.’라고 관계 설정을 하는 것이 오히려 쉽지 않을까요?
‘난 널 딸같이 생각하는데......’ 이런 표현을 하시며 섭섭해하시는 시어머니, 또 그렇게 표현하시며 정작 딸하고 다르게 대접받는 것 때문에 상처받는 며느리 많이 본 것 같아요. 여보! 나는 이제부터 딸 운운하지 않아야 겠어요. ‘딸 같은 며느리’는 피차에 결국 이루지 못할 목표를 설정해 놓고 끊임없이 좌절하게 만드는 명제 같이 느껴져요. 나는 그저 좋은 고부간이 되는 꿈을 가져야겠어요.
그러고 보니 어머니가 예전에 하신 말씀 생각나요.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엄마’로 부르는 것에 대해서 말씀하시면서‘엄마라고 부른다고 시어머니가 친정엄마 되는 것 아니다. 뭐라고 부르든 잘 지내면 되는 거다’ 이러셨거든요. 아! 난 어머니의 이런 합리적인 면이 마음에 든다니까. 너무 차갑다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잘 보면 그 차가움이 합리적인 것의 또 다른 얼굴이라니까요.

JP 요새 당신이 어머니와 작은 갈등을 느끼고 있는 걸 보니, 새삼스럽게 신혼 초가 생각나는군요. 칭찬을 주고 받는데 익숙한 환경에서 살아온 당신에게 칭찬이라고는 쑥스러워서 눈꼽만치도 못하는 우리 가족이 얼마나 가혹하게 느껴졌을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지요. 내가 어머니께 전화해서 며느리 칭찬 좀 하시라고 큰 소리로 항변(?)했던 거 기억나요? 나로서는 거의 불효자식 소릴 들을만한 엄청난 발언이었죠. 그렇지만 다신 어머니께 그런 얘기 안해도 될 정도의 상황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편 합니다. 간혹 어머니께서 툭 던지는 말씀이 사실 마음에 걸리거든요. 당신도 들어서 알다시피 우리 어머니 종종 그러잖아요. '기껏 키워 놨더니 지 새끼하고 지 처 밖에 모르는 놈' 이라구요. 그렇다고 기죽을 일은 아니지만, '그거 다 아버지한테 배운 거에요.' 라고 발뺌하는 것도 이젠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
간혹 당신이 어머니로부터 상처받는 것들을 보고 들으며 대체로 당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긴 하지만, 사실 당신의 입을 통해 어머니의 허물을 듣게 되는 건 아들로서 정말 괴로운 일이에요. 설령 당신 말이 옳다 하더라도 말이죠. 그렇다고 당신보고 혼자서 알아서 다 해결해라! 말도 꺼내지 마라! 그런 뜻은 아니란 걸 알죠?
결혼하고 보니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얼마나 힘든 짐을 알게 모르게 부과해 왔는지 보게 되는군요. 게다가 그런 구조적 모순을 거부하겠다고 종종 다짐하곤 하면서도 몸에 배어있는 가부장적 습관과 사고가 생각보다 커서 당신을 더 힘겨운 구석으로 몰아가도록 한 몫 거들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구요. 나는 처가에 가면 늘 최고 손님으로 대접받으면서 당신이 시댁에서 부엌때기처럼 일하는 걸 보면서도 역지사지를 잘 못해요. 이런 나 자신을 보면서 나를 포함한 땅의 남자들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어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답니다. 그렇기 때문일까요? 머리로는 알면서도 '자식'과 '남편'이라는 두 역할 사이에서 책임있게 부모를 공경하고 아내를 사랑할 줄 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새삼 생각해 보게 되네요.
당신은 어머니가 차가운 면이 있다고 했죠? 그걸 알았을 때 사실 나는 좀 당황스러웠어요. 어머니의 그런 면을 알긴 알았지만 나는 그게 그리 큰 문제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거든요. 아마도 어머니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이 나랑 무관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아들이 어머니 편에 서서 사람들을 볼지언정 다른 사람들 편에 서서 어머니를 볼 수는 없는 거잖아요. 아무튼 어머니를 객관적으로 보고 그런 모습을 수용해야 한다는 사실은 마치 금기를 범한 것 같은 죄의식이라고나 할까요? 뭐 그런 위기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내인 당신의 입을 통해 어머니의 약점을 듣게 되는 건 늘 '불경스러움과의 싸움'이나 마찬가지였죠. 자식 된 도리로서 어머니의 약점을 수용하는 일, 이 땅의 남자들에겐 정말 종교적인 배교 쯤 되지 않을까 싶군요.
오늘은 이쯤 쓰지요. 내가 내 자식 생각하면 한없이 사랑스러운데, 그 애들이 나중에 커서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나로부터 독립한다는 생각을 하면 뭔가가 혼동스러워져요. 부모의 역할이란 뭐고, 또 자녀의 역할이란 뭔지.. 또 그런 역할 정립을 제대로 학습하지 못한 우리 부모님들을 섬기면서 우리가 어떻게 하는 게 지혜로운 일인지, 정말 제대로 알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되네요.

SS 사실 어머니의 ‘차가운 면’은 어머니를 이해하고 적응하는데 제일로 어려웠던 부분이었지만 이젠 많이 달라졌다는 거 당신 아직 모르나 봐요? 내가 말하지 않았었나요? 어머니의 ‘차가운 면’은 여러 얼굴을 하고 있죠. 일단 칭찬에 매우 인색하시다는 것. 기억나요? 작년 당신 생일 때 내가 휴가 내고 당신 생일상 차렸잖아요. 그것도 아침 식사로 말예요. 내 나름대로 퇴근하며 장 봐가지고 밤늦게 까지 또 새벽에 일어나서 온갖 솜씨를 다 동원해서 부모님 입맛 당신 입맛 고려해서 한 상 차렸건만..... 식사하시기 전 어머님이 하신 말씀은 딱 한 마디였죠. “이걸 언제 다 차렸니? 먹자.” 끄~~~~~ㅌ!!
언젠가 어머니와 오랜 시간 앉아서 어머님 살아오신 얘기도 듣고 하면서 어머니가 칭찬할 마음이 없으셔서가 아니란 걸 알았어요. 칭찬하는 방법을 잘 모르신다는 거죠. 표현이 안 되지만 마음까지 없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부터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또 ‘차가운 면’은 자식들을 독립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신념에서 비롯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우리 친정 엄마처럼 이 땅의 대부분의 어머니들처럼 자식 일이라면 뭣이든 아낌없이 주는 분이 아니시죠. 그런데 그건 며느리로서 반대급부가 있긴 해요. 지나치게 주시지도 않지만 지나치게 간섭하지도 않으시잖아요. 그 점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죠. 그러고 보면 어머니들 역시 강점이 있고 약점이 있는 거 같아요. 우리 엄마는 자식일이라면 뭐든 양보하고 포기하시지만 그 만큼 말하자면 간섭도 많으시잖아요. 반면 어머님은 웬만한 일에는 우리 뜻대로 하도록 두시죠.
많은 남성들이 결혼하고 부모로부터 ‘떠나기’를 잘 못하는 것 같은데 당신이 그런 면에서 잘 떠난 사람이라면 그 배후에는 어머님의 ‘차가운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젠 나도 어머님의 '차가운 면' 을 감사하고 있다니까요.

JP 결혼과정과 그 이후를 돌이켜 보면 나는 부모로부터 독립이 생각보다 순탄했던 것 같아요. 나는 줄곧 '남자가 부모를 떠나' 라는 말씀을 지키려고 했던 내 노력의 열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죠. 근데 당신 편지를 받고 보니 그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군요. 우리 부모님께서도 자식을 당신들의 품에서 떠나보내려고 꽤나 애쓰셨을거란 생각이 드니 새삼 감사한 생각이 드네요. 그렇지만 그게 다는 아닐 거에요.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과도한 간섭과 여전히 그 간섭에 익숙해진 나의 미숙한 습성 사이에서 당신이 얼마나 현명하게 모자 관계를 끊을 땐 끊어버리고 이을 땐 이어줬는지 내가 모르는 바 아니에요.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해요.
결과적으로 다 지났기 때문에 하는 말이긴 하지만, 내가 당신과 백년가약을 맺은 이후 나와 우리 부모님이 참 많이 밝아지신 것 같아요. 우리 가족 안에 우리도 어찌 할 수 없는 음울한 분위기가 있었는데, 나는 그게 정말 싫었는데, 어느 새 부턴가 그런게 없어진 것 같아요. 어쩌면 우리 두 사람을 맺어주신 그분의 뜻 중에 우리 가족의 치유도 거기에 해당하는지도 모르겠네요.

SS 서방님! 과찬의 말씀이옵니다. 소녀 부끄럽사옵니다~ 호호호... 고마워요. 여보~ 그렇게 생각해주다니... 그건 사실 내가 노력한 일이라기보다는 제 천성이 엔터테이너인 걸요. 한 가지 자신할 수 있는 건 있어요. 당신 내 옆에서 지켜봐 아다시피 저는 시부모님께 계산하지 않고 섬기고 순종하려 했어요. 가끔 이런 조언을 들어요. ‘시부모님한테 처음부터 너무 잘 하지 마라. 잘 하는 며느리한테는 기대가 갈수록 높아져서 나중에 잘해도 잘하는 줄 모르신다.’ 어떤 때는 정말 이 말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이건 아닌 거 같아요. 물론 친정엄마께 하듯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섬김과 공경이 늘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공경하는 것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인 것 같아요. 앞에서 말한 통념을 받아들이고 시부모님을 두고 계산을 하면서 섬기다 보면 모든 관계에서 그런 것처럼 결국 나 스스로 외로워지고 공허해지죠.
결혼하고 처음에 말예요~ 부모님께 나 진짜 잘했잖아요. 그렇죠? 그 때는 어머님의 약점을 많이 알기 전이기도 했고 또 사랑하는 당신의 부모님이라는 생각 때문에 정말 힘든 줄 모르고 잘 할 수 있었거든요. 처음에 그렇게 해 드린 것이 부모님께 신뢰를 심어드린 것 같아요. 말하자면 좋은 선입관이 생기신 거죠. 그래서 혹 며느리에게 좀 섭섭한 일이 있으셔도 당신들을 향한 제 마음은 늘 믿어주시는 것 같아요. 또 혼자 오버하고 있다구요? 암튼 때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고 상처 받는 일이 있지만 어머니와 나 사이에 의심할 수 없는 신뢰가 있다는 건 분명하거든요.
함께 주고받은 긴 편지 마무리할께요. 당신과 결혼하여 가장 좋은 영혼의 친구 되기 위하여 에너지를 쏟았죠. 교회와 직장에서 내 삶의 여기저기서 만나는 나와 다른 많은 사람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사랑하려고 노력하구요. 다른 점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수용하려 하고 설령 다른 점으로 인해서 불편해도 가급적 비난하지 않으려 하고 말이죠. 그렇게 부단히 연습하는 사랑으로 부모님을 사랑하기위해서 노력하겠어요. ‘시(媤)’라는 말이 붙어 있어서 뭔가 뒤틀린 관계일 수밖에 없다고, 아무리 노력해도 ‘媤’자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통념에 마음 뺏기지 않겠어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주님의 명령에 시어머님을 예외로 두지 않겠어요. ‘네 부모를 공경하라’ 하신 단호한 명령에도 마찬가지이구요.
부모님으로부터 을 잘 떠나서 우리 가정의 남편과 아빠로 서 있는 당신께 이 글을 통해서 새삼 감사드려요. 그런 당신이 있기에 내가 감히 고부간의 ‘갈등’ 아닌 고부간의 ‘화합’과 ‘사랑’이라 말할 수 있고 ‘롯과 나오미’를 꿈꿀 수 있습니다. 오늘도 어머니 몰래 손빨래 해 줘서 고마워요. 여보~



우리는 신혼 초에 서로를 아는 것에 대해서 지나치리 만큼 집착했다. 결혼해서 살다보면 자연스레 알아가는 것이지, 유난스럽게 군다는 직접적인 핀잔과 간접적인 눈총을 받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우리는 확신한다. 배우자에 대해서 더 잘 알수록 행복한 결혼으로 한 걸음씩 더 나아갈 수 있다고. 더 잘 아는 것은 더 잘 사랑할 수 있는 길이라고.
암튼 서로를 더 잘 알기 위한 시간과 여유를 확보하기 위해서 혼수를 준비할 때 TV를 사지 않았고, 최소한 1년간은 아기를 가지지 않기로 하는 등의 물리적인 노력을 하였다. 이런 원칙과 더불어 Karl Jung의 심리학과 그것을 기초로 만들어진 성격유형검사 MBTI 와의 만남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참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 성격유형검사에 의하면 JP와 SS는 정반대의 유형이다. 비슷한 점이 많은 줄 알고 연애하고 결혼했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다 달랐고, 그나마 같은 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동의, 건강한 가정에 대한 꿈 등 그야말로 몇 가지의 근본적인 원칙에 관한 것들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다른 점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어 이해하려고 애쓰고 이해시키려 애쓰는 과정은 둘이 하나 되는 과정에 가속도를 붙게 해주었다.
이러한 내용을 힘주어 말하고 싶은데, JP는 명시적인 분명한 설명을, SS는 개개의 일화와 갈등해결 과정을 재밌게 나열하는 것으로 독자들이 알아가도록 하는 글쓰기를 원했다. 이와 더불어 두 사람의 매우 다른 일처리 방식으로 인해서 이번 글은 마감이 다 되도록 시작도 못 하고 싸우고 삐지고 말 안하는 둥 하다가, 최후의 순간에서야 겨우 합의를 이뤄 부랴부랴 써야할 상황이 되었다. 글이 퓨전 스타일의 형태를 띠게 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 부부의 서로 다른 성격과 의사소통 방식이 부딪히고 합의하는 과정은 이번 글의 주제에 딱 들어맞는다. 비록 서로서로의 생각과 문체와 내용이 조화롭게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삶과 글이 헛돌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 드러낼 수 있었다는 데에 위안을 삼는다. 그럼 SS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외향적인 SS와 내향적인 JP

SS 신혼여행을 갔다 와서 시댁에서 처음으로 식사를 하던 자리였다. 아직은 피차에 익숙하지 않은 관계들이니 만큼 긴장된 상태에서 식사가 진행되고 있는 중. 조용히 식사하던 남편이 그야말로 조용히 쌍코피를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시기가 시기인지라 나는 너무도 민망하고 우습기도 하고 어찌해야 좋을지를 몰랐다. ‘신혼여행 가서 뭘 그렇게 무리를 하셨다고 쌍코피가 터져~ 이걸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시부모님 앞에서 이게 뭔 일이람?’ 터져 나오는 웃음을 틀어막고 있는데 더 당혹스러운 건 시부모님의 반응이었다. 아버님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으시고, 어머님 역시 뭐 그리 다르시지 않은 표정으로 ‘코피 난다. 휴지 갖다 닦어라’ 하시며 이내 조용히 식사 진행. 그리고 그 날 오후, 시어머님은 조용히 혼자 나가셔서 남편의 보약을 지어 오셨다.
같은 상황이 우리 친정집에서 일어났다고 가정해 보자. 이미 식사 시간이 그리 조용하지도 않았을 테지만 신혼여행 갔다 온 신랑이 밥 먹다가 쌍코피가 터졌다! 이건 밥상이 뒤집어질 일이다. ‘신혼여행 가서 뭔 일 있었냐? 살살 하지 그랬냐? 보약 좀 먹어야겠다...’ 등등 온갖 놀림과 낄낄거림으로 난리가 났을 일이다.
내향형의 남편과 주로 내향형인 시댁 식구들, 그리고 언제나 시끌벅적한 외향형의 우리 가족과 그 사이에서 자라온 나. 나로서는 시댁의 그 조용함과 정적이 쉽게 적응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우리 시댁은 가족관계가 영 서로들 안 좋은가보다. 우리 집 만큼 화목하지가 않다’ 하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다.
가끔씩 남편과 함께 결혼식 축가를 불러달라는 부탁을 받는데 그 때 마다 우린 갈등이었다. 내게는 그런 일이 그냥 하면 되는 일이다. 오히려 즐거운 일이다. 헌데 남편은 그 때마다 ‘안 하면 안 되나?’ ‘내가 기타 쳐 주고 당신 혼자만 부르면 안 되나?’ 하면서 함께 있는 사람까지 자신을 잃을 정도로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다. 나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일이었다. ‘예전에 안 해 본 일도 아닌데, 뭐 이렇게 할 때 마다 이러나?’ 이 일로 인해서 피차에 쌓아둔 스트레스로 인해서 결혼식 축가 한 번 부르고 12시가 넘도록 싸운 적이 있다.

정기적으론 아니지만 가끔씩 혼자 있는 시간을 위해 훌쩍 떠나야 하는 JP, 말을 고르고 골라서 하는 사람처럼 한 번 말을 하려면 ‘어......그.......’ 하면서 발동을 걸어야 하는 JP(그래서 내가 준 별명이 ‘7초’이다. 말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내가 열 마디를 쏟아내면 한 마디 정도 말하는 JP.
이 모든 것이 남편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첫 단계에서 풀어야 할 숙제였다. 알고 보니 남편과 나는 에너지의 흐름이 다른 거였다. 나는 에너지가 밖으로 흐르고 분출되고 하는 반면 남편은 에너지가 자신의 내면으로 흐르고 있었다. 때문에 나는 사람들 만나고 대화하면서 에너지가 얻어지는 반면 남편은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때 더 잘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늘 그렇게 따로 떼어 자신 만의 시간과 공간을 확보해 주는 것이 필요했다. 어휴~ 말이 쉽지. 같은 집에 살면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남편에게 말.안.걸.기. 가 내게는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SS
조금은 짐작하고 있었던 바이지만 결혼하고 나서 본 이 남자는 여기 아닌, 저기 그 나라에 사는 사람이었다. 한 마디로 내 보기에 현실감각이 부족했다. 구체적으로는 경제개념이다. 대체 은행업무나 카드 사용에 대해서 완전히 까막눈. 신혼 초 두 세 개 정도의 은행 일을 한 번에 남편 혼.자. 처리하러 간 적이 있었다. 내 기억으론 아주 단순한 두세 가지 일이었다. 은행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왔다고 자랑스럽게 돌아왔는데 내 참! 기가 막혀서... 정작 가장 중요했던 25만원 입금하는 일을 빼먹었을 뿐 아니라 돈을 잃어버리고 온 것이다. 그 단순한 은행업무가 얼마나 버거운 일이었으면 창구까지 분명히 가져간 돈을 언제인지도 모르게 잃어버리나? 이 뿐인가? 카드사용에 대해서는 그렇게도 설명했건만 카드로 돈을 찾는 것과 현금서비스 받는 것도 잘 구분이 안되며 카드 얘기만 나오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하기기 일쑤다.
이런 점들이 생활이란 걸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어떻게 저렇게 설명해도 설명해도 못 알아듣는 것일까? ‘난 이거 완전히 결혼 잘못한 거 같애. 책밖에 모르는 양반의 후손을 만나서 삯바느질 하면서 가정을 꾸려가게 생겼어!’
문제는 그거였다. 나는 모든 정보를 시각, 청각...등의 감각을 동원해서 사실을 받아들이는 반면 남편은 사실에 대한 의미를 받아들였다. 그래서 의미가 부여되지 않는 일에는 아주 단순한 일이라도 쉽게 자신의 정보로 소화하지를 않는 것이었다. 그걸 알고 나니 답이 간단하다. 남편에게 꼭 이해했으면 하는 것에 대해서는 차분히 ‘의미’를 설명하면 되는 것이었다. 일단 의미부여만 되면 아무리 복잡한 내용이라도 독학으로 알아내는 것이었으니.
가정의 영적 가장이 꼭 남편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신앙 좋은 아내들이 스트레스 받는 것을 보았다. 신앙 없는 남편이 가정의 영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가정예배를 인도하고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게 되지 않아서 닦달하게 되고 갈등이 커 지게 되고.... 우린 가정의 영적인 가장은 두 사람이 함께 하기, 또는 어떤 부분에서는 더 재능 있는 것에 리더쉽을 발휘하기에 합의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집의 영적인 가장은 남편이 하는 것이 적절한 것 같다. 남편은 나무(구체적 사실) 보다는 숲(의미, 비전)을 보는데 탁월하니, 남편이 비전을 제시하면 내가 이런 저런 아이디어로 그 비전을 현실화시키는 참모역할을 하면 되니까 말이다.

다음은 똘똘이 스머프 JP의 말씀이다. 늘 이런 식이다. 내가 열심히 재밌는 일화들 짜내고, 내 자신 망가지면서 분위기 띄워 놓으면 도덕선생님처럼 저렇게 장황하고 진지~이 하게 설명하시며 주변을 썰렁하게 해 놓는다. 때로 남편과 대화 하다보면 난 소크라테스의 제자가 되어 선생님 앞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하나씩 질문하면서 나만 말하게 하고 그러면서 스스로 결론을 찾게 하려는 산파법이라는 거 말이다. 거기에 넘어갈 나인가? 의도를 간파하고 딴 짓에 열중해도 선생님의 설명은 끝나지 않는다. 이제부터 여러분도 맛을 좀 봐야 할 것이다. 혹 불면증 있으신 분들은 JP가 쓴 다음 부분은 아껴뒀다 잠자리에서 읽으셔도 좋을 듯. (아니 혹 어떤 독자들께서는 오히려 JP의 글이 진짜 알맹이 있는 글이라 말씀하시며 SS의 글은 가볍고 말장난뿐이라 하실지 모르겠다)

둘이 하나 되어

JP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하루 종일, 일년내내, 한평생을 함께 살 것을 서약한다. 할 수 있는 한 가장 거룩하고 가장 진실하고 가장 장엄하게, 그리고 가장 아름답게 서약문을 낭독한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진실과 존귀함으로 서로 사랑하겠습니다.” 결혼식이 거행되기 전까지 ‘결혼식’ 준비는 힘들었지만 이제 곧 펼쳐질 환상같은 ‘결혼’을 꿈꾸며 신랑 신부는 사랑의 띠를 곱게 수놓고 굵게 땋아간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순간, 주례자의 입은 마치 하나님의 음성인 듯 하나님과 사람 앞에 선 두 사람의 하나됨을 선포한다. “이제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짝 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눌 수 없습니다!” 쿵!! 쿵!!!(신랑의 심장이 놀래 뛰는 소리) ‘아니 이게 뭔 말이여? 사람이 나눌 수 없다고? 죽을 때까지 이 여자와 떨어질 수 없다고???’ 갑자기 하늘에서 엄청나게 무거운 족쇄가 쑤욱 떨어지더니만 내 몸을 콱 조여오는 듯 갑갑한 느낌이 든다. ‘아휴~ 조금만 더 늦게 할 걸, 내가 왜 이리 결혼을 서둘렀던고...’
그 때의 그 느낌은 사실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다. 아직 그 느낌의 실체를 완벽하게 복원해 내지는 못했지만, 이제와 추측해 보건대 ‘나의 자아’가 ‘다른 자아’와 만나 새로운 ‘공동의 자아’를 만들어 낼 것을 요구하는 결혼의 특성 때문이리라. 내 행동 양식은 공동의 양식으로 바뀌어야 하고, 내 자아인식과 세계관도 두 사람이 공유하는 자아인식과 세계관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녀는 내 안에 들어오고, 나 역시 그녀 안으로 스며들어 간다. 그 과정이 원활하게 되기 위해 내 습관과 행동, 내가 생각하는 나 자신에 대한 인식, 나만의 삶의 스타일, 어쩌면 내 전부를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만약 과거의 나를 고집스럽게 유지하길 원한다면 나는 결코 결혼을 행복하게 영위하지 못할 것이다. 즉, 결혼은 새로운 사람으로의 거듭남을 요구하는 셈인데, 만약 그걸 거부한다면 결혼은 그 궁극적 목적인 ‘영혼의 하나됨’으로 완성될 수 없는 것이다. ‘마음의 하나됨’도 어림없다. 최악의 경우는 ‘육체의 하나됨’도 쉽지 않으리라! 확연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이런 원리를 결혼의 제도 속에 제정해 놓으신 하나님의 뜻과 직면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성혼 선포의 엄중한 요구를 들으며 나를 개방할 것이냐 아니면 나를 고수할 것이냐를 놓고 짧은 순간이나마 괴로워했던 것이다. 즉, 새로운 자아를 거부하면서 과거의 나를 고집스럽게 유지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나를 개방하여 아내와 함께 새로운 사람이 될 것인가! 의 문제이니, 아! 결혼의 요구 앞에 나를 살리느냐 죽이느냐, 이것이 문제로구나!

내가 보.기.에. 아내는 오버를 잘 한다. 아마 자신의 경험을 생생하게 느낌이 팍팍 가도록 표현하고 싶은 (선천적?) 의도에서 자신의 대화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는 게 아닌가 싶다. 처음 그 사실을 알아채고 점차 반복적으로 그것과 부딪히자, 불경스럽게도 나는 아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아내는 정직하지 못하구나. 사실을 사실대로 전달하거나 표현하지 못하고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해서 과장되게 포장해서 전달하는구나! 오! 이를 어쩔꼬!’ 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표현이 사람에 대한 것으로 나타날 때, 나는 서서히 참아내지 못했다. 예를 들면 이런 표현들이다. “당신은 내가 말하면 한.번.도. 제대로 들어주는 적이 없어.”(한번도?) “나는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할 때 너.무.너.무. 싫어”(지난번엔 좋다고 해 놓고.) “나는 절.대. 아니야. 진.짜.야.” “당신이나 맨.날.맨.날. 그렇게나 하지 마셔~.”(맨날맨날이라니!) “나는 당신이 이렇게 해 주면 너~무 좋아!”(절대 아니면 너무?) 아내의 이런 패턴들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나고 내 대화의 패턴들과 서서히 대립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아내가 그렇게 말하게 된 배경이나 나의 원인제공에 대해서 생각하기 보다는 더 자주 아내의 발언과 의도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 나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은 했지만 방향은 잘못 잡곤 했다. 대개 내가 선택한 방법은 둘 중 하나다. ‘그냥 참아 버려?, 아니면 지적해 줄까?’ 그렇지만 내가 아내의 문제들을 조목조목 얘기하면 아내는 자동적으로 거부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내 문제로 돌려버린다. 그러면 아니한만 못하게 상황만 더 나빠진다. 반대로 아내의 문제를 침묵으로 일관하면 또 그건 그것대로 무시한다고 불평한다. 나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왜냐하면 아내는 이래도 화 낼 것이고 저래도 화 낼 것이니.
부부 사이에 차이로 인해 갈등이 생길 때, 혹은 보는 관점이 다르거나 대화 스타일이 달라서 갈등이 생길 때 자기에게도 일정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수용하는 것, 말이야 참 쉽지 않은가? 그렇지만 실제 결혼 현실에서는 왜 그게 그렇게 어려울까?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야 우리는 제대로 된 대화를 한다. 난해한 시를 해석해 낸 것처럼 복잡한 아내의 태도들이 읽혀지기 시작한다. 청소를 몰아서 하는 이유, 하루에 수도 없이 전화하는 이유, 좋고 싫음이 분명한 이유, 앞에서 거절 못하고 뒤에서 열받아 하는 이유 등등. 드디어 아내의 행간이 읽혀지기 시작한다. 반대로 잠이 많은 나,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나, 칭찬을 잘 못하는 나, 백화점을 싫어하는 나 등등 내 숨은 의도를 아내는 귀신처럼 알아 맞춘다. 더 이상 위장해 봐야 서로에겐 우습기만 할 뿐 우리의 속마음에는 어느새 서로의 분신들이 들어와 앉아 있다. 그러다 보니 때때로 내 모습을 통해 아내가 느껴지고 아내의 말 속에서 나를 느끼게 된다.

어느 때부터인가 결혼식장에서 채워진 족쇄가 풀린 것 같이 결혼이 가볍고 자유스러워졌다. 그렇지만 아내와 나의 거리는 그때보다 더욱 가까워졌다. “나는 결혼한 것이 너무너무 좋다. 아내는 한 번도 나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려고 한 적이 없다. 내가 지금 하는 말, 진짜로 하는 말이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짝지워 주신 아내와 살다보니 나도 오버하는 맛을 진짜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 신비가 맨날 맨날 계속 되도록 나는 정~말로 노력할 것이다.”

나는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의 지고한 명령을 건강하게 통합한 사람의 진정성은 ‘결혼 관계’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님 사랑을 외치는 자가 자기 아내를 사랑하지 못하면 울리는 꽹과리 소리가 되기 쉽고, 이웃 사랑에 몸 바치는 자가 자기 남편을 존중하지 못한다면 이 역시 어딘가 공허한 수고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에 그렇다. 그런 사람은 결국 ‘하나님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리라. 왜냐하면 한 개인의 첫 번째 타인(이웃)이 곧 배우자이기에 그렇고, 그리고 그 타인은 결혼으로 인해 바로 자기 자신과 질적으로 동등한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배우자와의 사랑과 일치는 공동체의 기초를 이룬다. 각자의 고유하고 독특한 인격이 상호 존중받고 사랑스럽게 수용될 때 공동체는 시작되고, 진짜 교회가 형성되며, 제대로 된 자녀양육도 가능해 진다.


SS 주일날 예배와 모든 순서가 조금 일찍 끝났다고 생각되는 때, 나는 갑자기 주어진 시간에 ‘흑석동(친정) 갈까?’하고 공짜로 생긴 시간을 쪼개서 한 껀 해 보려고 제안을 한다. 그럴 때 남편의 반응 ‘그래?, 그러고 싶어?’ 이러는데, 이건 ‘싫다’ 이런 뜻이다. 난 그래서 남편이 처갓집을 싫어하는 줄 알았다. 어떤 땐 남편 시간이 여유 있겠다 싶어서 전화를 해서 간단한 일을 부탁할라 치면 짜증스럽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것 역시 남편이 날 돕기 싫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친절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상하기도 했다.
헌데 남편은 계획된 시간 사용이 중요한 사람이었다. 가급적 계획된 대로 일이 진행되어야 편안해 하고 갑자기 돌발적으로 생기는 일에 대해서는 힘겨워 한다. 반면 나는 계획이 달라지는 것을 오히려 즐기고 늘 비슷하게 예측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일어나는 일들이 불편하다. 학교 다닐 때 모든 레포트를 거의 제출 전 날에 밤새우는 것으로 해결했고, 시간을 다투는 마지막 순간에 아슬아슬하게 일을 처리하며 짜릿함을 느낀다. 우와~ 남편의 레포트 쓰는 방식을 보면서 나는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최소한 2주 전부터 자료를 모으고 일주일 전부터는 말도 현격하게 없어지면서, 수염이 덥수룩해지고 거의 도사님 수준으로 몰입을 한다. 그리고 하루 전, 나 같으면 숙제를 시작할 시간쯤에 이미 레포트는 완성이 되어 프린트 되고 있다. 말이 그렇지 그 2주간 거의 가정을 포기하고 자신의 일로 빠져 들어가는데 이런 일은 반복해서 당해도 잘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이다. 즉, 그런 식으로 차근차근 일하는 방식이 - 내가 일을 몰아서 할 때 느끼는 자연스러움처럼 - 남편에게는 편안한 방식이란 걸 머리로 안다 해도 마음으로 공감하기는 힘든 일이다. 그건 나를 보는 남편의 입장에서도 다르지 않은 어려움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 뿐 아니라 아직 우리에게는 서로의 성품 때문에 참아내야 하고 이해되지 않는 것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들이 무수하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자주 실패하기도 한다. 이 남은 숙제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가는 과정은 사랑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최소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으로 인해 갈등이 생길 때마다 또다시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을 때, 결국 이 글을 포기하지 않고 쓰게 된 것처럼, 보다 풍성한 결혼의 열매를 누리리라고 기대한다.


채윤아! 저녁에 뭐 먹고싶어?" 하면 여덟 살 여자 아이의 입에서 흔히 나오는 답을 기대하면 안된다.

"음....낙지 수제비" 이런 식이니까.


며칠 전부터 낙지 수제비를 먹고 싶다하여 알뜰시장에 갔는데 낙지랑 비슷한 작은 문어가 나와있네.

그래서 만든 문어 한 마리 수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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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은 멸치 통째로 갈은 것 완전 많이 넣고,

또 표고버섯 갈은 것 완전 많이 넣고....

감자, 호박, 등등 나중에 넣었음.


수제비는 지난 번 슈렉전에서 필 받아가지구 시금치 한 단을 데쳐서 밀가루에 반죽해서 얼려 놓은 게 있었는데..

이렇게 멸치, 시금치, 버섯, 감자, 호박....야채를 애들 눈속임해서 먹였다는 사실이 너무 꼬소한...ㅎㅎㅎ


약간 아쉬워서 헛헛한 입맛은 수제비에 넣고 남은 호박으로 전 몇 개 부쳐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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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애들하고 슈렉3를 보는 바람에,

일주일 동안 슈렉 1, 2, 3,를 다 봤네.


영화보러 가기 전 날 아무래도 '투'를 보고 가야 더 재밌을 거 같아서 함께 인터넷으로 보고,

갔다 와서는 애들이 맨 처음 슈렉과 피오나 공주 만난 얘기 궁금하다고 해서 '원'을 보고...


암튼, 일주일 내내 슈렉을 보고 났더니 이런 요리가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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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렉이 푼 콧물과 늪의 물, 개구리 알 등을 섞어서 반죽!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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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다가 호박 깻잎 영양부추 등을 넣고 전을 부침. 일명, 슈렉전!ㅎㅎㅎ


아니고....

시금치를 삶아 갈아서 밀가루 반죽 같이하고,

초록 야채들을 썰어 넣어서 부친 시금치전 이라고나 할까?

이것 역시 초장모임에서 배운 건데...

거 전이 쫄깃쫄깃하고 새파란 것이 수월찮이 맛있어서 '주여! 감별의 영을 주시옵소서' 했더니

시금치 간 것이 열쇠였다.

목장모임의 이쁜 아기들 이유식으로 멕이고 조금씩이라고 싸주는데는 영양만점의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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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서 식탁 섬김의 대모로 느껴지는 권사님이 한 분 계시다.

아무리 많은 손님도,

아무리 잦은 식탁 섬김도

웃으면서 최선을 다해 풍성히 접대하시는 분이다.

매우 풍성하고 우아한 식탁을 대접 받지만 그게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자랑이 아니라,

귀하게 대접하기 위해서 온갖 마음을 다 쏟는 정성이란 걸 느낄 수 있다.

때문에 가끔은 식탁에 촛불이 켜지고 흔히 우리 같은 사람에겐 접할 수도 없는 재료와 요리라 할지라도

크게 부담스럽지가 않다.


두어 달에 한 번 이 댁에 가서 식탁을 나누는 일은 요리도 배우고 섬김도 배우는 귀한 시간이다.


보쌈을 저렇게 영양부추 양념한 것과 싸 먹기도 하고,

부추 대신 무채를 가운데 함께 내기도 하시는 것을 보고 배웠다.


고기를 참 잘 삶아졌다.

돼지고기 냄새 잡게 생긴 건 모조리 다 쓸어 넣어서 삶았다.

생강, 마늘, 맛술, 통후추, 심지어 녹차 잎까지...

그랬더니 냄새도 없고 부들부들 잘 삶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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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귀한 것을 얻어왔습니다.
이런 건 요즘 어디서 살 수도 없습니다.
쑥개떡을 정말 좋아하는데 쑥개떡 반죽 한 것 한 덩이를 귀한 분이 주셨습니다.^^
나가서 쑥을 뜯어야죠, 쌀 빻아야죠, 무엇보다 저거 반죽할려면 손목이 얼마나 시큰거리는데요..
암튼, 덕분에 아이들과 쑥개떡 만들기를 합니다.
아마 현승이가 커서 청소년만 돼도 저런 반죽하는데 큰 힘이 될겁니다.
저희 시어머니는 '이런 반죽은 남자 손으로 해야한다'고 하시거든요.
힘이 그만큼 많이 든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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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이가 학교에서 오기 전에 시작을 하고 있었는데,

"누나! 우리 쑥떡 만들거야" 하니까 환호성을 지르며 뛰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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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뜨케 얼추 모양은 비슷하게 내서 찜통 위에 얹었습니다.

첨으로 해보는 거라 엄마도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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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를 쪄야 하더라?

예전에 어머니께서 '20분'이라고 하신 말씀이 살짝 기억이 났습니다.

아이들이 좀 얇게 만든 것 같아서 15분 정도 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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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알맞게 쑥개떡이 되어 있습니다.

뚜껑을 여는 순간 감동 감동....셋이서 또 환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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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름을 한 두 방울 떨어뜨린 물에 한 번 건져내고,

꿀을 살짝 발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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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이도...


 

 

채윤이도 정말 맛있게 먹습니다.

엄마는 서서 손으로 정신 못차리고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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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접시가 비워졌어요.

또 한 냄비 쪄서 다시 마파람에 개 눈 감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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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없는데 우리만 맛있는 거 먹으니 쫌 찔려요.

이렇게 맛있는 거 누군가와 나눠 먹어야 제 맛이잖아요.

채윤이가 먼저 "엄마! 맛있는 거 했는데 경비 아저씨 좀 갖다 드려야 하는 거 아냐?" 합니다.

늘 쓸쓸하게 경비실을 지키시는 아저씨께 한 접시!



정말 행복하고 맛있는 오후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쑥을 뜯고, 반죽을 하신 그 손에 사랑을 가득 담아 되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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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식성은 부모의 영향이 정말 큰 것 같다.

내가 좋아할 수도 있는 음식이지만 엄마가 안 좋아해서 요리하지 않고 먹이지 않으면 맛을 일 턱이 없으니.

주로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것은 부모님의 취향 영향권 아래 있게 되는 것 아닐까.


우리 부모님이 돼지고기를 안드시는 이유로 돼지고기 관련해서는 별로 엄마한테 얻어 먹어본 맛있는 것이 없다.


돼지고기로 하는 요리들은 시부모님과 살면서 많이 갈고 닦게 된 것 같다.

돼지고기 뿐 아니라 우리 엄마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치지도 않는 오리고기도 아~주 좋아하게 됐으니..


내가 감자탕을 끓이다니...

감자탕을 먹을줄 알게 된 것도 얼마되지 않는데 말이다.


갑자기 요리신이 내려가지구는 목장모임에 김치 감자탕을 시도했다.

감자탕에 들어가는 돼지 등뼈가 생각보다 많이 쌌다. 1키로에 2000원.

그저 먹어본 기억을 떠올리며 인터넷으로 레시피 검색도 안하고 만 기냥 만들었다.


돼지 등뼈 사다가 핏물 뺄 시간이 없어서 그냥 물 붓고 우르르 한 번 끓여서 물을 따라 버렸다.

(이러면 돼지냄새 빨리 웬만큼 제거 된다고 본다)


그리고 뼈 끓이다가 김치 대가리만 짤라서 길쭉하게 우거지 분위기 나게 넣고,

들깨가루 듬뿍 넣어서 만든 양념장을 풀고 감자도 통으로 넣고, 나중에 마트에서 파는 감자수제비도 넣었다.

그리고 정말 마지막 불 끄기 전에는 파랑 깻잎 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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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이다보니 뼈가 너무 많아서 그릇이 넘쳐 몇 개 건져냈는데,

이걸로는 맵지 않게 들깨가루 많이 넣어서 양념해 푹 끓였다.

목장의 수현이가 이걸 보더니 대뜸 '아~ 이건 지리!' 했다.

맞다. 위에 꺼는 감자 매운탕, 밑에 꺼는 감자 지리..^^

정인이, 이제 막 돌이 지난 병준이까지 이걸 잘 먹어줘서 완전 보람 보람!

지호는 아래꺼 보다는 위에 걸 선택하는 매운맛을 보여주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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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정신실 대단하다. 와~ 감자탕을 다 끓이냐? 맛있었어. 밥이 막 날아가게 생겨서 좀 그랬지만'
해주셨으니 처음 시도한 감자탕을 일단 성공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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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뻘뻘 흘리면서 감자탕 먹고,
얼음 동동 띄운 냉커피.
낮에 날이 더워서 혹시나 하고 얼음을 얼려놨는데...
양푼에 탄 냉커피가 웬지 감자탕과 어울리는 느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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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목녀 열심히 하고, 손님들 즐겁게 맞이하니까 하니님께서 복 주신게야. ^^ (07.04.22 19:44) 댓글삭제
정신실 요리신이 내린 복?ㅎㅎ
손님들 즐겁게 맞이하는 건 몰라도,
목녀 열심히 한다는 말은 쩜...찔리고...
정연이, 수현이, 은정이 들어와서 지켜보고 있따~아. (07.04.22 20:29) 댓글수정삭제
박영수 먼저 사진만 죽 보면서 마지막 사진이 뭔가 한참 생각했지.
꼭 모로코에 있는 가죽염색탕(그건 무지 큰건데)이랑 비슷한테 그거일리는 없고..
얼음 동동뜬 냉커피일줄이야..
복은 음식솜씨 좋고 요리 좋아하는 아내를 둔 도사님이 받으신거지요 ^^. (07.04.23 14:44) 댓글삭제
조기옥 이것도 배워야겠당~ ㅎㅎ
무대뽀 정신이 아니라 무한한^^ 실험정신이겠지요. 사람 입맛을 즐겁게 하는... 정말 복받으신 거예요... 두 분 다...ㅎㅎ 부럽~^^ (07.04.23 20:01) 댓글삭제
정신실 이것도 하시면 '술안주다' 하시며 좋아하실 거예요.
저는 또 목장에서 고문했어요.
안주 해놓고 밥만 주기!ㅋ (07.04.23 22:05) 댓글수정삭제
김종필 마자요. 완전 제 복이죠. ^^ 근데, 제가 제 발로 복을 걷어 찰 때도 많아요. ㅜㅜ (07.04.24 14:36) 댓글삭제
조혜연 도사님...요즘 축구에 목마르신가보네요...걷어차실 시간 나심 축구부로 가심이~~ㅎㅎㅎ (07.04.2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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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는데 애들도 참여시켜 봐. 애들하고 일 주일에 한 번 정도 요리를 해보는 게 어때?'

하고 남편이 제안을 했다.

책에서 하란다고 하고, 남들이 한다고 따라 하는 건 참 별로다.

엄마 아빠가 창의적이어야 애들도 창의적인 삶을 보고 배우지.

남편이 간만에 이런 좋은 제안을 했는데 기꺼이 순종해야지. 암, 그렇고 말고....


요리는 유아교육에서 아주 쓸모있는 활동이긴하다.

물질의 변화등을 체험하고 관찰할 수 있으며,

언어발달을 돕고....기타 등등.

헌데 그런 거 다 집어 치고 일단 애들이 재밌어 한다는 거.


유아교육과 다닐 때는 요리활동 중에 아이들에게 어떤 질문을 할지에 대해서도 테스트를 받고 그랬던 것 같다.

뻔한 대답이 나오지 않게, 함께하는 아이들의 생각이 보다 확산적이 되게, 재밌게(난 이게 젤 중요하다) 질문을 쥐어 짜내면서

아이들과 요리를 한다.


쉬운 것 부터 조금씩 조금씩.


이번에는 미니 핫도그.

인터넷 어디선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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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케잌 가루에 계란 풀어 채윤이가 하듯 손이 안 보일정도로 휘저어 섞어야 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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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하고 입하고 코하고 싸이즈가 다 똑같은 저 아그를 보소.

이쑤시개에 쏘세지 하나 꽂는데 저리도 진지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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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세 개 꽂을 동안 한 개 꽂았는데 그나마 저렇게 삐뚤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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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쑤시개에 꽂은 쏘세지에 핫도그 옷 입히는 거 엄마가 해봐도 재밌드만요.

핫도그 아줌마가 된 것 같고요.

이 시점에서 예전에 예진이한테 배워서 채윤이 현뜽이 함께 한참 불러댔든 '핫도그 아줌마' 노래가 생각나네요.


핫도그 아줌마 핫도그 주세요

이왕이면 큰 걸로 주세요

케챱도 뿌려주세요. 칙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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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을 살짝 두르고 구워야 했을것을...

핫도그는 원래 다 튀기는 건줄 알고 기름 달궈 집어 넣었더니 바~로 새까맣게 탔어요.

첫 작품 실패하고 다시 시도했어도 사실 약간씩 탔네요.

근데 실수하는게 더 재밌어요. 덕분에 첨부터 다시 하는 거이 김채윤은 더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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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탄 듯한 미니 핫도그.

그래두 있드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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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뜽! 그렇다고 굳이 입 안에 있는 것까지 보여줄 필요는....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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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현승이를 일주일에 한 번은 덕소로 바친다.

삶의 낙이 '현승이'인 아버님께 바쳐서 그 기쁨이 충만하시도록...


기꺼이 바치면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어쩌면 채윤이다.

현승이 없이 혼자 엄마를 차지한다는 그것만으로도 좋은가보다.

그렇다고 특별히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둘만 있는 시간이 너무 좋단다.

아침에 깨우면 괜히 애기짓하고 그러는데 현승이가 없으면 채윤이가 그렇게 커보이지 않고,

더 귀엽게 보이는 건 엄마한테도 좋은 경험이다.


그렇게 행복하신 우리 공주마마 아침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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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구워서 메이플 시럽 바르고 바나나를 줄 세워 얹은 토스트
항상 '날로 먹는' 파프리카
딸이 쉐이크
계란 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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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반찬보다 밥을 더 좋아한다.

방금 한 밥을 보면 바로 먹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

막 한 밥을 병적으로 좋아한다.


남편이랑 가끔 시간이 갈수록 '정말 맛있는 게 없다'는 얘기를 하곤한다.

지가 뭐 대단한 거 많이 먹었다고 입이 고급이 된 것인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 뭐가 그~렇게 좋고, 그~렇게 맛있고 그런 감각이 무뎌져서인지...

그럼에도 둘이 합의를 본 먹어두 먹어두 안 질리고 맛있는 건 '금방 한 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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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아버님께서 직접 담그신 짠무다.

그야말로 짠맛 밖에는 안 난다.

난 근데 이게 맛있다.

그 짠물을 우려내고는 식초 설탕좀 넣어서 생수에 재운 맛.

거기다 요즘 우리집 웬만한 요리에서 안 빠지는 매운 월남초를 띄우니 칼칼한 맛이 완전 밥도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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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식성 닮은 두 녀석.

밥상을 둘러보며 '엄마! 짠무는?'하면서 이걸 엄청 좋아한다는 거.

고추는 빼고, 식초 설탕만 약간 들어간 이 짠무 물김치를 애들이 으째 그리 잘 먹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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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를 잘랐더니 너무 양이 많아서 응용 작품까지 만들었다.

고추가루랑 참기름 등의 양념을 해서 또 빠질 수 없는 월남초 뿌셔 넣어서 디따리 맵게 무쳤다.

저녁에 이거 한 접시랑 밥 두 공이 미친 여자처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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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도 저걸루 밥 한 그릇 뚝딱!

애들 밥상 너무 소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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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느 식당에서 먹어보고 ''집에서 꼭 해봐야지'했던
김치 삼겹살 전골
삼겹살만 물에 한 번 데치고 저런 재로들을 전골남비에 돌려 담아서는
육수를 부어 식탁에서 바로 끓여 먹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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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 도사님 식사 마치고 숟가락 내려 놓으시며
'식당에 갈 필요가 없다'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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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거 못 먹는 아이들은 삼겹살 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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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생신 날.
엄마가 육류를 안 좋아하셔서 고기 대신으로 세일하는 대하를 샀다.
그냥 구울려고 했는데
엄마가 기대에 찬 목소리로 "꽃게찜 안 하냐?"
하시는 말씀에 바~로 꽃게찜 대신으로 대하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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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교회밥이 땡기지가 않아서...

찬양대 연습 마치고는 남편을 기다리지도 않고,

부리나케 집으로 온다.


오늘은 오랫만에 매운 떡볶이가 땡겨서 나 먹자고 내가 요리를 했다.

오징어 손질해 놓은 게 있어서 한 마리 썰어 넣고 청량고추 디립따 넣어 만들어 배부르게 먹었다.

반이 남았는데 아직 오지 않는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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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아이들이 빵으로 먹고 싶다고 해서,

빵과 함께 과일 샐러드.

한 때는 파는 드레싱도 많이 사먹었는데 플레인 요구르트로 대~충 비벼서 먹는 샐러드가 젤 깔끔하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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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븐이 생긴 지 1년이 넘도록 묵혀 두다가...

남편의 성화에 시도한 오븐 구이 치킨.

보기에는 저렇지만 기름기 빠지고 마늘향 그윽하여 참 맛있었다는 얘기.


헌데!

저 놈 구워서는 다리를 리본으로 묶고 촛불을 켜고 분위기를 한 번 내볼까 싶었는데...

띠리리리 울리는 전화벨 소리.

채윤이 전화를 받아가지구는.

"할아버지! 지금 어디세요? 동창회 사무실요? 그럼 저희 집에 빨리 오세요.

엄마가 지금 디게 맛있는 치킨 하고 있거든요. 빨리 오세요" 하는 바람에....


분위기는 뭔 분위기?

북~북~ 찢어가지구 아버님 참이슬에 술안주로 드셨다는 얘기!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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