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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천국, 거기도 천국 본문

그리고 또 일상

여기도 천국, 거기도 천국

larinari 2011.06.27 19:01



엄마가 골다공증으로 허리가 망가지신 이후로, 
걸음걷는 게 불편해지신 이후로,
납작하고 편하고 이쁜 신발만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우리 동네 푸마 상설할인 매장에서 균일가로 나와있는 너무 이쁜 신발을 사서 엄마한테 갔다.






최근에 또 3일 금식기도를 하신 모양인데,
점심 맛있는 거 사드리러 간다고 전화를 했더니 '야이, 집이서 먹자. 집이 반찬이 많어' 하시길래
뷀!!!!
'나 안가! 지난 번에 약속해놓고 또 저런다' 했더니....
바로 순하게 '알었다. 알었어' 하시길래.
'이쁘게 하고 있어. 곧 도착해' 하고 갔더니 이쁘게 꽃단장 하고 계신 엄마.






 

복도 많은 우리 엄마.
지난 어버이날에 병준맘이 고맙게도 엄마 갖다드리라고 예쁜 블라우스 쟈켓을 챙겨주었다.
'딱 보니께 이 바지허고 입으믄 어울리겄드라고' 하면서 잘 맞춰 입으셨네.
이뻐라. 우리 엄마.

 


 



 

80세 되기 한참 전부터 '나는 80되믄 하나님이 불러가실 꺼여. 내가 그르케 기도혔다.' 하셔서
동생은 79세시던 12월 마지막 날에
'엄마, 오늘 밤에 천국 가시는 거죠?
내일 아침에 늦잠 잘 거 같아서 미리 인사하는 거니까 그럼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했다는데....
일 년 일 년 미뤄지시더니 87세 지금까지 버젓이 저러고 계심.
최근에는 '인자(이제) 진짜 얼매 안 남었어. 한 4개월 남은 거 같다. 곧 불러가실 거여'
하고 계신다.
사진 찍자고 하니까 '그려, 마지막인지 사진 한 장 찍어야지' 하신다.



 



우리 엄마는 나물만 좋아하시는 줄 알았는데
얼마 전에 동생네 식구하고 다같이 빕스를 갔었던 터.

어찌나 잘 드시는지 여태 안 모시고 다닌 게 후회가 돼었었다.
주차장에 내려서 아직도 어렵기만한 사우(사위) 김서방과도 사진 한 장.
우리 엄마 호빗 종결자!!






4개월 후에는 천국 가실 분이 입맛이 이렇게 좋아서 어쩌신댜.
다른 거 거의 안 드시고 새우만 한 100마리 쯤 드신 것으로 추정된다.
'새우 다 없어졌어. 엄마가 새우 많이 먹어서 돈 더 내야돼' 하니깐,
'내가 다 먹은 줄 저 사람들이 알간? 몰라~아' 하시면서 우구적 우구적.






커피 잠 안와서 못드신다는 거 원두커피는 카페인이 적어서 괜찮다고 꼬셔서
카푸치노 한 잔
달착지근하게, 맛있게, 짠!
올해 들어 벌써 성경1독을 하시고, 다시 시작해서 누가복음을 읽으신단다.
천국 가시기 전에 2독 완료하시려고 속력을 내시는 중이라는....






'너 참 우리 집에 피망 열리 거 아까 못 봤지. 얼매나 귀연지 몰라. 진짜 귀여워'
'내가 고추 안 매운 고추 모종을 달라고 혔더니 이게 피망이었어' 하시는데 엄마가 더 귀여움.
하루 종일 성경보고, 찬송하고 기도하고, 늘 기뻐서 헤죽헤죽 하시길래.
'우리 엄마는 지금도 천국이네' 했더니 그러시다며....






 

사위가 '어머니 제일 좋아하시는 찬송이 뭐세요' 하고 하니까 '예수사랑 하심은' 이라시길래.
한 번 부르시라니깐 차 안에서 신나게 부르신다.
(아이폰에서 세로로 찍은 게 여기서는 돌려지질 않아서
본의 아니게 우리 엄마 누워서 찬송하게 됨)




남은 날이 얼마든 매일 매일 천국을 사는 엄마를 보는 게 감사하고 행복할 뿐입니다.
우리 귀여운 엄마.



Comments
  • 프로필사진 2011.06.27 21:40 비밀댓글입니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1.06.27 22:06 신고 사실 나도 연말에는 꼭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하고 있는데....ㅋㅋㅋㅋㅋ
    동생도 그러더만 사실 이번에 엄마가 하시는 말씀은 예사로 들리진 않아. 저렇게 천국소망을 확실히 붙들고 행복하게 하루하루 지내시니 감사할 따름이야.

    아까 '엄마, 하나님께 말씀 잘 드려서 내년으로 미뤄. 나 한 해에 두 번 장례 치루는 거 힘들어' 하면서 낄낄거렸어.ㅋㅋㅋㅋ
  • 프로필사진 33클럽 짱마더 2011.06.27 22:32 어머니 옷 예쁘게 잘 맞으시네~~^^ 고우셩~~~ 우리 할머니 친구분 ㅎㅎㅎ 울 할머니도 역시 식성 넘 좋으시다는 ㅋ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1.06.27 23:11 신고 동갑내기 친구!ㅎㅎㅎ
    새삼 잘 드시고 건강하게 함께 계셔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단 생각이 들어.
    저렇게 입으시고 당신이 옷을 잘 맞춰 입는다는 둥,
    옷이 이쁘다고 다 이쁜 게 아니라 옷걸이가 좋아야 한다는 둥, 당신은 젊어서부터 옷걸이가 좀 된다는 둥...
    한바탕 하셨지.ㅋㅋㅋㅋ 고마워!
  • 프로필사진 연꽃두또 2011.06.28 00:42 천국은 지금 여기에!!
    이런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지만
    정말 귀여우세요!!ㅋㅋㅋㅋㅋ
    랩도 가능하실것 같은데요!!ㅋㅋㅋ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1.06.28 09:10 빙고! 랩 가능하시지.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옛날 복음송들은 보통 8절이나 9절 까지 있는데 멜로디는 도통 알 수 없고, 모든 노래가 거의 비슷한 멜로디야.
    가끔 기도해주시거나 예배드릴 때 그 복음송들 부르실 때가 있는데 '빨리 끝내라'고 신경질 한 번 내드리면 막 빨라지시거든... 그러면, 그게 바로 랩이야!ㅋㅋㅋㅋ
  • 프로필사진 지대로 7번 2011.06.28 09:34 아~~놔 진짜 아침부터 빵터졌어^^
    어머니 진짜 진짜 사랑스러우시다...
    이러시니 그분께서 높은 보좌 우에서 사랑하시고 구히 여기시지 ㅎㅎㅎ
    오늘 부터 나 이찬송 사랑하기로 했네~~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1.06.28 09:45 우리들은 야커나 예수 권세 많잖어.ㅋㅋㅋㅋ

    아, 노래가 왜 시작됐냐면...
    우리 엄마가 챈이 노래 동영상 보고 노래 잘한다면서 지 에미 닯어서 잘한다고 그러길래...
    '나는 누굴 닮어 노래를 잘하지? 엄마도 아니도 아부지도 아니고...' 그랬더니 당신이 노래를 잘하신대. 젊을 때 노래하면 다들 듣기 좋다고 했다며...ㅋㅋㅋ
  • 프로필사진 손녀 지흐 2011.06.28 14:14 언제나 보고싶은 울 할머니~~~~~~!!!
    오후에 일 진짜 안되서 고모 블로그 들렀는데, 여기서 할머니 모습을 보는 횡재가 ㅎ
    아빠 회갑때도 6절까지 있는 찬송. 끝까지 부르시더니만 ㅋㅋㅋㅋㅋ
    '할머니-고모-지희'로 이어지는 '바퀴벌레' 사이즈 내력 ㅎㅎㅎㅎㅎ
    그치만 할머니는 그 옛날에 작은키 절대 아니고, 길고 날씬한 다리로 한인기하셨다고 주장하신다는 ㅋㅋㅋ

    할머니 빕스 좋아하시는구나.. 몰랐어요 진짜. (저기는 혹시 문정동 빕스 주차장??)
    난 아직 할머니한테 '안녕히 가세요'라는 인사할 마음의 준비가 전~~~혀 안되어있는데.. ㅡ.ㅡ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1.06.29 15:54 가계에 흐르는 호빗의 저주.
    채윤이와 성은이에게서 풀려야 할텐데....ㅋㅋㅋ
    여기 봉천동 빕스 주차장.

    할머니 자신이 천국으로 이사갈 날에 대해서 받아들이시고 준비하시고 소망하시니 그 소망이 전염된다는 느낌이 들더구나. 이렇게 말하고나니 가슴이 저리네.ㅠㅠ
  • 프로필사진 mary 2011.06.28 14:35 정말 천국이 따로 없네.
    79세 마지막 날에 미리 작별인사 날리는 아드님 정말 빵터지게 재미지다.
    나두 딱 80까지 사는게 목푠데.. 목표 ㅋㅋ
    어머니 찬송가 부르시는거 보니 이담의 모님 모습이 보여.
    잘 부르신다. 중간에 살짝 꺽기도 하시고 당기기도 하시고 ㅋㅋ
    이쁘시고 패션도 좋으시고 유쾌하시고. 나도 덩달아 유쾌하게 미소짖고 감.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1.06.29 15:56 늙으면 애 된다는 말이 있는데
    저희 엄마 애가 되시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갈수록 천진난만해지시고.ㅎㅎㅎ

    말 그대로 한 평생 말씀과 기도 밖에는 모르고 살아오신 엄마가 마지막 순간까지 아이같은 기쁨 속에 사셨으면 좋겠어요. mary님 어머님과 우리 모두의 어머님들을 위해서 마음 모아 기도하게 돼요.
  • 프로필사진 오이숙모 2011.06.29 00:08 언니, 더 젊어지시고 이뻐지셨네요^^ 앞머리가 많이 자라서 그런가?
    어머니하고 아주버님 찍은 사진은 합성사진 같아요 ㅋㅋ 차이가 워낙 많이 져서..
    피망사진 사이에 아주버님 얼굴 나온거 재밌고요~

    어머니 갔다 오셔서 하시는 말씀..
    "니네 생각나드라. 같이 같으면 진짜 잘 먹었을틴디.. 나야 뭐 얼마 먹간? 새우나 먹고, 사과 쬐끔 먹었지."

    조만간 다같이 새우만 전문으로 먹으러 가요!!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1.06.29 15:59 거의 쌩얼이래나 뭐래나.... (^^)V
    쪼금 밖에 안 드셔지. 모. 새우 백 마리에 사과 샐러드 두 접시 정도... 그 정도?ㅋㅋㅋ

    엄마가 노년에 행복하신 이유 중 하나는 선영이라는 날개 없는 천사를 막내 며느리로 보셔서 그래. 착하고 웃긴 며느리와 귀여운 세 마리 곰돌이 덕분이야.
    우리 엄마는 우현이가 박치기만 안하면 완벽하게 행복하신데...ㅋㅋㅋㅋ
  • 프로필사진 손녀 지흐 2011.06.29 17:25 가계에 흐르는 '동안피부'의 내력 ㅎㅎㅎㅎ
    심지어 며느리들(울엄마, 작은엄마)까지 피부짱!!!
    다들(현승,수현,우현,세현 미래의 짝들)!! 우리집으로 시집오세요~~~~ ㅋㅋㅋㅋ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1.06.29 22:48 얼라, 벌써부터 올케 구하러 나선 성은맘!ㅋㅋㅋ
  • 프로필사진 hs 2011.06.29 21:00 찬양 하시는 모습을 뵈니 정말로 천국울 그리며 사시는구나,라는 느낌이 듭니다.
    가족들과의 이별은 한없이 서운하시겠지만 죽음의 두려움 같은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우리 모두 그런 자세로 살아야겠지요? ^^

    근데 강도사님은 왜 저리 계속 웃으시는지....^^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1.06.29 22:49 직접 들으면 진짜 웃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ㅋㅋㅋㅋㅋ
    사위가 장모님 찬송 부르시는데 소리 내 웃을 수도 없고 콧구멍만 벌렁거리며 웃는 게 얼마나 웃긴지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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