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영원에 잇대기3283

어린이 흔적 겨우, 간신히 탈고를 이룬 어린이날 밤. 산책에 나섰다. 놀이터를 빙빙 돌며 걷는 밤 산책이 참 좋은데,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낮에 놀다 두고 간 부서진 장난감이 놀이터 벤치에 헬렐레 누워 있는 것! 하이고... 터덜터덜 재미없이 걷던 발걸음에 폴짝폴짝 생기가 피어났다. 누가 봤으면 조금 부끄러웠을 것! 노래도 했다.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푸른 달과 흰구름 둥실 떠가는연못에서 살살 떠다니겠지 끝이 아니었음! 어린이날이라 엄마가 딸기우유를 허락했는지 모르겠다. 어떡해... 아오, 귀여워! 그리고 또 노래가 나왔다. "하루 종일 우뚝 서 있는 성난 허수아비 아저씨" 노래에 다섯 살 김채윤이 가사를 붙였던. 우성상가 이층에는 채윤이 가는 병원 있어요 맞아 맞아요 .. 2025. 5. 5.
26년 26년이라니. 강풀의 만화도 아니고... 결혼 26년...이 되었다. 결혼 1주년 때 갔던 카페는 없어졌고 근처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 1주년엔 드라마 같았다. "어, 여기 무슨 창문 같은 게 있지? 한 번 열어 봐""이걸 왜 열어?"(짜증)"그래도 한 번 열어 봐.""으이, 진짜! 이걸 뭐 하러 열... 옹? 이게 모야?... (목걸이 툭!) 아잉, 몰라 몰라..." 이 정도 드라마는 아니었지만 비슷했다. (JP는 안 하면 안 했지 서프라이즈를 하려면 감쪽 같이 하는 편이지. 서프라이즈는 나처럼 인내심 없는 사람은 못한다. 입이 근질근질해서 어떻게든 미리 들켜버리고야 말지!) 이랬던 1주년이었는데. 26주년엔 비싼 스테이크 먹으면서 '티격태격'까지는 아니지만 '디걱대걱'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우.. 2025. 5. 3.
아보카도 커피(아포가토 아니고) 캄보디아 선교 여행 때, 강의 마친 후 틈새 시간에 아보카도 커피를 대접받았다. 와, 환상의 맛이었다! 떡볶이 400인 분 만든 순간만큼이나 인상적으로 기억될 캄보디아 장면이다. 맛있으면 만들어 봐야지! 집 앞 마트로 누리던 트레이더스를 놓고 이사 왔더니 이런 게 아쉽네. 아보카도는 자루 째 싸게 파는 트레이더슨데. 여하튼 준비하여 내 감을 믿고... 토요일 아침 음료로 만들어 보았다. 성공! 환상의 토요일 아침이 되었다! 2025. 4. 26.
혼자 사랑, 모든 사랑, RIP 제주에 다녀왔다. 4월 16일에 수학여행을 떠난 단원고 아이들이 무탈하게 닿았다면 재잘재잘 즐기고 놀았을 기간이다. 여러 일정 중, 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게 된 오설록에 수학여행 아이들 무리와 만났다. 4월의 제주는 슬프다. 꽃이 피면 시들고 난 후 떨어지기 마련인데, 활짝 핀 채로 댕강 떨어져 누운 동백이 늘 슬프다. 모든 아까운 생명을 떠올리게 한다. 격주로 연재하는 '신앙 사춘기 너머' 탈고하고 가벼운 제주행을 누리고 싶었는데. 그럴 리가... 정신실이. 원고 싸들고 가서 새벽 시간 밤 시간 짬짬이 붙들고 있었다. 겨우 탈고하고 '됐다, 편히 자자!' 하고 폰을 들고 누웠는데 뉴스 메인이 프란치스코 교황님 선종이었다. 정말 믿기지 않았다. 폐렴으로 위중하다 고비를 넘기셨고, 퇴원했고, 부활절.. 2025. 4. 25.
겨우 봄 봄에게 참 미안하게 됐다. 매일 마주 보면서 이렇듯 가까이 다가온 줄 몰랐다. 기온이 뚝 떨어지고 비가 오는 주일, 이 날이 지나면 벚꽃은 끝이라는 얘기라 자꾸 들렸다. 잠깐 벚꽃 아래를 걸어보기도 했으나 존재를 알아보지는 못했었다. 눈을 맞추지 못했었다. 거실 책상 앞에서 매일 보는 산이 어느새 연둣빛을 띠고 흰색과 분홍 토핑이 얹혔는데, 도통 가 볼 수가 없네... 이렇게 올봄은 끝이야, 하고 있었다.  주일에 저녁 먹고 나니 6시, 해지는 시간 7시 몇 분. 우박에 눈에 춥고 난리가 난 날씨였는데, 어느새 맑아진 하늘이었다. 다짜고짜 일어났다. 그냥 나섰다. 경안천을 염두에 두었으나 발길이 자꾸 오른쪽으로 향한다. 산이다. 5 분이면 흰색 분홍색 토핑 얹어진 지점에 이를 것 같다. 젖은 산길 오르니.. 2025. 4. 14.
고쳐야 하는 인간, 연결되어야 할 영혼 우리는 사람을 수선이 필요한 '손상된 자아'가 아닌하나님과 이웃, 그리고 진정한 자신과의  '연결이 필요한 영혼'으로 봅니다. 새로 시작한 [Ruachd루아영성심리연구소]에서 제작한 브로셔 앞면이다. 고쳐야 하는 인간이 아닌, 연결이 필요한 영혼. 이 말이 알아들어져 연구소를 시작했는데. 갈수록 얼마나 무모한 확신인지를 깨닫는다. 에덴동산을 나온 인간의 실존은 '손상된 자아'가 맞다. 손상되었으니 고쳐야 한다, (내가) 고치겠다는 태도를 갖지 않겠다는 뜻이다. 고치는 방법도 모른다. 다만, 손잡고 연결될 뿐이다. [정신실마음성장연구소] 6년 동안 많이 울었는데. 후원금이 없어서가 아니다. '연결된 영혼'과 '손상된 자아' 사이의 긴장과 불신을 겪어내야 하는 아픔이었다. 때로는 외로움이었다. 나 스스로 나.. 2025. 4. 12.
아, 행곡해 2 끝물 딸기를 헐값에 샀더니 하도 맛이 없어서 죄 다져서 알룰로스에 비벼 두었다.일명 딸기청이 되었다.우유에 타서 마셨더니 스벅, 투썸 딸기라떼 부럽지 않다.행곡하다! 아침 음료로 채윤에게 주었더니..."엄마가 원고를 안 쓰니 아주 좋군!" 한다."행곡해? 원고 넘긴 엄마가 맛있는 거 해주니 행곡하지?" 했다."아니, 그게 아니고 엄마가 재밌는 걸 하고 있어서 좋다고!" 그래... 뭐, 재밌으면 행곡한 것지. 난 행곡해! 2025. 3. 28.
모양만 좋은 진심 소장님, 저 그거... 소장님 블로그에 있는 그 고사리파스타 먹고 싶어요. 이 한 마디에 요리와 환대의 열정이 끓어올랐다.우리집에 와서 자기로 한 날,이틀 전부터 고사리 불려 삶아 놓고 심기일전 하였다.내, 최고의 브런치를 만들어 주겠다. 같이 먹던 JP와 채윤이 말잇못....양 조절 실패, 조리시간 조절 실패로, 간 맞추기 실패.질척질척한 밍밍한 파스타가 커다란 웍에 한 가득이었다. 진심, 너무 갈아 넣으면 꼭 이렇듯 스타일 무너진다는 진리.진심 무너진 스타일을 사진이 다 구제한다는 진실, 아니 거짓. 2025. 3. 17.
아, 행곡해 스벅에서 좋아하던 샌드위치가 있었는데. 루꼴라 치아바타... 이런 재료와 이름이었다. 어느 날 없어졌더라고. 동네에 하나로마트가 생겼는데, 로컬푸드 코너에 가니 루꼴라 한 묶음이 1500원이었다. 양이 적지도 않아. 일단 덥석 사서는 떡볶이 위에 한 번 얹어 먹고도 한 주먹이 남았다. 어느 아침, 냉동실에 있던 치아바타를 꺼내어 바질페스토 발라주고 방토 잘라 올려주고, 냉장고에굴러다니던 치즈에 루꼴라 넣어서 와플기계에 파니니 팬으로 구웠더니... 와, 스벅 루꼴라 치아바타를 무덤에서 불러낸 것이 되었다. 요즘 썩 기분이 좋지 않아 자고 일어나 뚱하고 나온 채윤이 아침으로 해주었다. 맛있다 어떻다 말하지 않지만, 표정만 봐도 안다. 얘 지금 맛있어서 행곡하다! 채윤이 어렸을 적에 내가 불러줬던 노래, 그걸.. 2025. 3. 15.
보상 이 글을 읽고 기도했다. "주님, 족합니다. 이보다 더 큰 보상 바라지 않겠습니다." 연구소를 통해 하고 싶은 일, 마음에 품고 있는 소원을 그대로 적어주셨다. 아니, 체험해 주셨다. 이보다 큰 보상이 없다. 줄 수 있는 것을 기대해주고, 주는 것을 받는 마음이면 족하다. (P목사님의 페이스북에서 가져옴) ‘정신실 마음성장연구소’가 ‘루아영성심리연구소’로 새로운 걸음을 내디뎠다는 소식. 연구소를 처음 만났던 시기에 나는 거칠고 무책임한 신앙의 언어에 탈진해 있었다. 더는 목사로 살아갈 자신이 없었고, 어쩌면 기독교인으로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때 연구소를 만났다. 그곳은 내가 기독교인으로 자라며 처음 마주한 여성들이 중심이 된 공동체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에니어그램과 내적 여정’ 과.. 2025. 3.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