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산 중턱에서 바라본 예루살렘 성전 터(2016년11월 JP 찍음)

 

안식월 중인 남편이 전에 하던 대로(전에 하던 것보다 더 자유롭고 간절하게) 아침마다 말씀 묵상 글을 올리고 있다. 약속한 것처럼 아침에 둘이서 말씀으로 만난다. 가끔은 같은 구절을 선택하고 비슷한 묵상으로 겹칠 때가 있다. 남성, 조직신학 등을 공부한 T 목회자의 언어와 여성, 영성을 공부한  F 비목회자의 언어가 대비되는 것이 즐겁다. 두 배로 풍성해지는 느낌이다. 지난 한 주 동안 인상 깊었던 묵상이다. 나란히 걸어두고 싶다. 

 

마태복음 24:1-14

1 예수께서 성전에서 나와서 걸어가시는데, 제자들이 다가와서, 성전 건물을 그에게 가리켜 보였다. 2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이 모든 것을 보고 있지 않느냐?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기에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무너질 것이다.
"3 예수께서 올리브 산에 앉아 계실 때에, 제자들이 따로 그에게 다가와서 말하였다. "이런 일들이 언제 일어나겠습니까? 선생님께서 다시 오시는 때와 세상 끝 날에는 어떤 징조가 있겠습니까? 우리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4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누구에게도 속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5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말하기를 '내가 그리스도이다' 하면서, 많은 사람을 속일 것이다. 6 또 너희는 여기저기서 전쟁이 일어난 소식과 전쟁이 일어나리라는 소문을 들을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당황하지 않도록 주의하여라. 이런 일이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아직 끝은 아니다. 7 민족이 민족을 거슬러 일어나고, 나라가 나라를 거슬러 일어날 것이며, 여기저기서 기근과 지진이 있을 것이다. 8 그러나 이런 모든 일은 진통의 시작이다.“
9 "그 때에 사람들이 너희를 환난에 넘겨줄 것이며, 너희를 죽일 것이다. 또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민족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10 또 많은 사람이 걸려서 넘어질 것이요, 서로 넘겨주고, 서로 미워할 것이다. 11 또 거짓 예언자들이 많이 일어나서, 많은 사람을 홀릴 것이다. 12 그리고 불법이 성하여, 많은 사람의 사랑이 식을 것이다. 13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사람은 구원을 얻을 것이다.
14 이 하늘 나라의 복음이 온 세상에 전파되어서, 모든 민족에게 증언될 것이다. 그 때에야 끝이 올 것이다."

 

JP 묵상

성전,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지는 때가 올 것인가? 예수께서 그런 날아 올 것이라 하셨다. 그날은 세상 마지막 날일 거라고 제자들은 생각했다. 마지막은 또한 새로운 시작이다. 그러면 그날은 언제인가? 거짓 메시아들의 등장, 전쟁의 소문. 이는 진통의 시작이다성도의 박해, 내부 고발과 갈등, 거짓 예언자들, 서로 분열시키는 식은 사랑...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끝까지 견디는 사람은 구원을 얻을 것이다.”

 

끝까지 견딘다는 것은 무엇인가첫째, 진짜와 거짓을 잘 분별하는 것이다. 가짜들의 혀에 현혹되지 않도록 깨어있는 분별력이 중요하다. 둘째, 세상 흉흉한 소식이 들려오더라도 담대해야 한다. 전쟁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지역갈등을 부추기고, 편을 가르며, 공포를 조장하여 원수의 낙인을 찍는 행위는 어리석은 일이다. 예수를 믿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신을 믿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이들이 적지 않다. 셋째, 고난과 박해 속에서도 믿음을 지키는 것이다. 무수한 회유와 협박의 목소리가 우리를 안에서부터 무너지게 한다. 기복신앙인들부터 먼저 무너질 것이다. 신자는 바르게 믿을수록 물질의 축복을 받는 것이 아니다. 고난 중에도 하나님과의 깊은 관계 속에서 참 평화를 얻는 것이다넷째, 사랑을 붙잡고 끝까지 사랑편에 서는 것이다. 미워할 일이 많다. 미워할 이유가 많다. 미워해도 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최대한, 최선의 사랑을 지키자

 

주님, 끝까지 인내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바르게 분별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두려움에 쫓기는 신앙이 아니라 담대하게 포용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고난 중에 불평이 아니라 감사하는 자가 되고 싶습니다. 주님의 말씀에 머무르게 하소서.

 

 

SS 묵상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사람은 구원을 얻을 것이다.”(13)

그대로 견뎌라. 그것이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일이다. 끝까지 견뎌라. 그러면 너희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구원을 받을 것이다.”(13, 메시지성경)

 

복음이시고, 복음을 전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인데, “디스토피아 선언같다. 한 조각의 희망도 남기지 않고, 돌 위에 돌 하나도 남지 않고 다 무너질 것이라고 선언하신다. 허튼 희망이나 긍정성 따위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이것이 진실이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그대로 견뎌라고 하신다.

 

토마시 할리크의 하느님을 기다리는 시간의 서문이 생각난다.

 

내가 생각하기에 신앙과 무신론의 가장 큰 차이는 인내다. 무신론과 종교 근본주의와 손쉬운 광적 신앙의 공통점은 우리가 하느님이라 부르는 신비를 너무나 성급하게 함부로 다룬다는 점이다.”

 

전쟁, 기근, 지진... 이 모든 것들을 쉽게 함부로 성급하게 논평하고 속단하며 하나님의 뜻을 말하는 이들은 무신론자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빠르게 속단하고자 하여 내 방식으로 이해하려는 두려움이 거짓 지도자들에의 의존을 낳는다. 거짓 지도자들은 오직 자신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기에 사람들의 두려움을 담보삼아 자신의 성경해석 능력을 자랑한다. 내 유익을 위해 사람을 반복과 갈등으로 밀어 넣는 것을 서슴치 않는다. 불법이 성하고 사람들 사이 사랑이 메마르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예수님께서 이미 예언하신 일이다. 눈앞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때,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라 올 것이 왔구나! 여기며 끝까지 견디는믿음을 견지해야 한다.

 

주님, 벌써 이렇게 알려주신 일인데, 제 방식대로 이 땅의 유토피아를 꿈꿉니다. 그저 잘 되고, 좋고, 행복하기만 한 환상을 꿈꾸기에 자주 우울에 빠집니다. 무너질 것이 무너지는 일에 놀라지 않고, 고통당하는 일에 호들갑 떨지 않으며 인내하는 믿음을 주옵소서. 오늘 하루 살면서 순간순간 성령님 의지하여 참된 인내의 열매를 맺을 수 있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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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4주기 추도예배를 뉴질랜드 다녀온 주일에 조금 늦게 드렸다. 엄마 얘기 그만 하려고 했는데, 4주기에 맞춰 글을 쓰게 되었으니 좋은 핑계로 당당하게 다시! 거기 쓴 말을 그대로 다시 경험하는 일이 생겼다. 4주기에 엄마가 여러 모양으로 다시 말을 걸어온다. 나는 매일 엄마를 새롭게 만나가고 있다. 이제는 더 조금씩 알아듣고 있다. 엄마가 나에게 하려고 했던 말을.

 

엄마 없는 하늘, 코로나바이러스 공포와 미세먼지로 가득한 하늘 아래에서 ‘쓰기’로 숨을 쉬었어요. 그리고 소중한 것을 배웠어요. 슬픔을 드러내면 누군가는 같이 울어준다는 것을요. 물론 위험한 일이었어요. 그만 잊어라, 장수하시고 좋은 곳 가셨는데 뭘 그리 유별나게 구느냐, 믿음의 사람이 천국을 소망해야지... 그런 소리가 이미 들리는 듯했고요. 슬픔 앞에서, 아니 모든 감정 앞에서 다들 어쩔 줄 모르는 것 같아요. 그래서 허둥지둥 내놓는 위로의 말이 많이들 어설퍼요. 어설픈 말은 ‘아무 말’이 되어 티슈같이 얇아진 슬픈 마음을 찢어내곤 하고요. 엄마, 그래도 내놓기 잘했어요. 상처투성이 알몸을 내보이는 것 같아 부끄러웠는데, 말없이 함께 벗어주는 이들이 있더라고요. 어설픈 말 대신 조용히 자기 흉터를 내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그 드문 공감과 연결에 힘을 얻었어요. 슬픔을 쓰고, 슬픔을 내놓고, 몰래 눈물 훔치던 손들을 맞잡고 보니 내놓길 잘했구나 싶어요. 그래서 엄마, 나는 엄마를 잃고 조금 다른 사람이 되었어요. 다른 사람까지는 아니더라도 엄마의 딸로서는 달라졌어요. 무엇보다 이렇게 새롭게 엄마를 만나고 있잖아요. 엄마도 이미 알고 있죠? <복음과 상황> 4월호 기고글 "그리움을 일깨우는 그리움" 중에서

 

연구소 개인상담 신청을 통해 연락해 온 《슬픔을 쓰는 일》 독자 한 분을 만났다. 자세한 내용을 듣지 못했지만 어쩐지 만나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끌리는 경우가 있다. 그냥 만났다. 별과 같은 이야기와 함께책 표지를 담은 케잌을 가져오셨다. 감동인 것은, 이것 하나를 가져오기 위한 노고와 마음 씀이다. 슬픔으로 가득찬 그 벗님의 눈과 마음을 위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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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가장 기대되는 것은 "쏟아지듯 빛나는 별이 빛나는 밤"이었다. 펠로우십교회 리더십 수련회로 시작한 뉴질랜드의 여행이었는데. 첫새벽에 '일단' 보고 말았다. 캠핑장이라 외부에 있는 화장실에 가느라 잠든 남편을 깨워서 나갔다. 혹시, 하고 무심코 하늘을 봤는데 안경도 끼지 않은 눈인데 이미 반짝반짝... 별이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는 남섬 여행 둘째 날에 테카포 호수에서 본 밤하늘! 작은 성공회 교회 하늘 위로 사진에서나 보던 별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남섬 여행 정보를 이렇게저렇게 주워들으면서 존 맥클린의 <Vincent>를 흥얼거리게 되었었다. 엄마 4주기와 맞물려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자꾸 흥얼거리다 보니 가사 한 문장만 결국 남았는데, 최대환 신부님의 책 제목이기도 하다. "이제는 알겠어요, 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Now, I understand what you tried to say to me)" 존 맥클린이 노래한 이 가시 역시 단지 고흐의 이야기이기만 할까. 누군가 떠난 빈자리에서 그 사람의 존재가 더욱 커지고 투명해져, 비로소 우리는 그 존재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Now, I understand what you tried to say to me
And 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
And 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
They would not listen, they did not know how
Perhaps they'll listen now

 

별 보러 나간 테카포 호숫가에서 꿈같은 저녁식사, 꿈같은 별구경을 하고 돌아온 숙소. 숙소 앞 하늘도 별이 한가득이었다. 그러고 보니 뉴질랜드 도착한 다음 날 밤에 엄마 꿈을 꿨는데. 엄마가 서 있는 곳에 숙소 앞의 벌판 같았었다. 고개를 젖히고 목이 빠져라 바라보다 툭 말이 나왔다.  "엄마, 이젠 알겠어요. 엄마가 나에게 말하려 했던 것을..." 오늘 보는 별빛은 과어의 빛이라고 한다. 별과 별 사이 먼 거리 때문에 이제야 여기에 다다른 오래전 별빛이란다. 심지어 이 순간엔 이미 우주에서는  사라진 별도 있다고. 얼마나 신비로운가, 별빛은... 별은... 영혼은... 엄마와 나의 만남은...

 

여행 출발 직전까지 붙들고 있던 원고가 있었다. "내가 그리은 얼굴"이라는 주제의 <복음과 상황> 4월호 커버스토리 기고글이다. 돌아오니 인쇄된 글이 도착해 있다. 낯선 느낌으로 내 글을 다시 읽었다. 이런 내용을 썼었네... 별은 그리움이다. 그립고 그리운, 그 그리움의 끝이 어디에 닿는지 나는 이제 안다. 

 

엄마와 함께 예원이가 그립고, 예원이와 함께 오래전 천국으로 간 아름다운 청년 한솔이도 그리워요. 한솔이도 잘 지내죠? 엄마,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천국을 그릴 때가 있어요. 그리움은 내 존재에 딱 달라붙어 이제 나의 일부가 되었어요. 그리운 얼굴들을 가까이 느끼는 방법은 그리운 얼굴을 그리워하는 길밖에 없어요.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 한 구절이 자주 생각나요.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엄마를 그리고, 엄마보다 한참 먼저 천국에 가신 아버지를 그리고, 예원이를 그리고, 한솔이를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던 마음이 이제 모든 것을 그리는 마음이 되고 말아요. 그리움이 이끄는 길을 끝까지 가보면 거기엔 늘 나의 하나님이 계셔요.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천국에 볼모로 잡고 계시는 하나님이었어요. 그 하나님께 잘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던 것이 나의 신앙이었는데. 어느 때부턴가 그 하나님이 아니에요. 그리운 모든 영혼들을 가장 빛난 모습으로 품고 계시는 것을 알겠어요. 떠난 모든 이를 향한 그리움은 그분을 향한 그리움에 닿아요. 엄마, 나는 하나님이 그리워요. <복음과 상황> 4월호 "그리움을 일깨우는 그리움" 중에서

 

 

이 노래, 아끼고 사랑하는 버전이 많지만... 오늘은 박정현이 부릅니다. Vinc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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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돌아와 일주일이 지나고 보니 뉴질랜드 남섬을 꿈에 봤던가 싶다. 탄성이 절로 터져나오는 大,  大, 大자연에 압도되었었는데, 이제 와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장면은 이 장면들이다. 사진은 대브분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찍은 것이다. 달리면 본 풍경이라는 뜻이다. 저런 장면을 보고 싶었고, 시시각각 옆으로 나타났다 사라졌다 했다. 자동차 뒷좌석에서 가만히 바라보던 저 풍경, 평화로이 풀을 뜯는 양떼의 풍경이 정말 좋았다.
 
여행에서 각자 역할 분담을 했는데, 유흥담당 '오락부장'으로서 음악에 심혈을 기울였다. 아침 음악, 저녁 음악, 달리는 차 안에서의 음악. 저 풍경 때마다 바흐의 칸타타 BWV 208 "양들을 평화로이 풀을 뜯고"를 듣고 싶었는데. 희한하게 그때마다 인터넷 연결이 좋지 않아서 결국 듣지 못했다. 저 풍경을 바라보면서 꼭 들었어야 하는데...
 
오늘은 비도 오고 하니 목소리 대신 피아노 듀오로 듣는 이 음악이 적절하다. 나의 하루, 그의 하루, 우리의 하루가 평화로운 시간이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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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을 위해 집을 떠나는 남편을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 바로 집으로 올 수 없었다. 짧은 안식을 위해 남편과 함께 찾곤 하던 카페에 가서 얇은 책 한 권을 끝내고 돌아왔다. 나는 점심으로 동네에 국수 먹으러 가면서도 가방을 챙긴다. 남편은 늘 어이없어 하며 놀린다. 국수 먹으러 가는데 가방은 왜? 가방 안에 책은 또 뭐야? “아니이… 국수 먹고 카페에 갈 수도 있잖아…” (갈 일 없고, 가능성 제로!)“그냥 애착인형 정도로 생각해줘. 몸 근처에 책이 없으면 불안해서 그래ㅋㅋ"라고 이실직고. ㅜㅜ

책 중독이다. 중독은 늘 어떤 고통스러운 느낌을 피하고자 하는 선택이다. 감정과 영성을 강의하고 안내하는 일을 하면서, 이렇듯 감정을 피해 책으로 도망치는 짓을 한다. 자주 한다. 감정은 영혼으로 들어가는 문인데 말이다.
 
차 안에서 남편이 묻지도 않은 마음을 꺼내 놓았다. 자신의 감정을 알겠다고. 머리로 아는 게 아니라 느끼고 체험하고 있노라고. 수치심, 설교자로 목회자로 살면서 느끼는 수치심을. 죄책감, 마음이 무너진 어머니를 어떻게도 잘 도울 수 없는 것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어떤 분노, 막막한 내일과 함께 오는 불안. 그 모든 감정들을 '느낀다'라고 했다. 안식월을 맞아 쉬러 가는데, 왜 그런 부정적 감정이냐 할 수 없다. 안식이 시작되어 비로소 마주할 수 있는 자기 자신이다. 반갑고 고맙다. 그 모든 감정 꾹꾹 누르며 역할에 충실했던 시간, 잘 버텼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여기에 더해 나와 아이들을 두고 집을 떠나려니 또 다른 힘든 마음이 된다고 했다. 전에 신대원 다닐 때 월요일마다 느끼던 그 감정이라고. "그건 슬픔이야..."라고 이름 붙여주었다.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실은 나도 그렇다. 채윤이가 일곱 살이었던 그때. 월요일마다 기숙사로 보내고 울면서 음악치료 다니던 그때 그 감정이 문득 살아났다. 슬픔과 함께 그리움이었다. 감정을 만나는 일은 어렵다. 그래서 없는 셈 치고 일에 매진하거나, 무엇에든 몰입하여 산다. 하지만 감정을 만나지 않으면 진실한 나로 살 수가 없다. 50이 된 남자 사람 목사가 있는 그대로의 자기감정을 만나고, 이름 붙이고, 표현할 수 있다니. 자랑스럽고 고맙다.
 
남편 블로그 제목은 '아픈 바람'이다.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라는 홍순관 노래의 가사가 대문에 걸려 있다. 거기서 '바람'은 실은 감정이라고 말했다. 맞다. 감정은 끊임없이 바뀌고 스쳐 지나가는 것이다. 내가 붙들지만 않으면, 감정은 물처럼 바람처럼 그렇게 흘러간다. 나는 늘 감정을 강물로 표현하곤 하는데, 남편에겐 바람이었구나! 감정을 모른다고, 그래서 공감을 못한다고 평생 구박해왔는데. 남편은 원래 감정의 결이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생애 후반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자발적 광야에 들어간 남편은 살아서 돌아올 것이다. 감정을 느끼는 사람은 살아 있는 사람이니까. 수치심에 죄책감에 불안에 분노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그 감정을 만나고 글을 쓰고 성찰하면서 살아 돌아올 것이다. 
 
남편을 보내고 카페에 가서 책 한 권을 뚝딱 하고 온 것은 어떤 감정을 만나고 싶지 않아서였다. 슬픔, 그리움, 연민, 분노, 불안... 이런 복합적인 것들인데. 실은 이 감정들을 피하지 않고 파고, 파고, 파고, 파보면... 그 뿌리는 모두 사랑에 닿아 있다. 그러니 이 불편한 감정들은 사랑의 다른 얼굴이기도 하다. 불편해서 피하고자 하면 사랑도 잃게 되니, 아픈 바람을 나도 피하지 말아야지. 그래서 헨리 나우웬 신부님이 말하는 것이다. 감정은 영혼으로 들어가는 문이라고.

뉴질랜드 남섬, 마운틴 쿡을 향해 가는 후커 밸리 트래킹 중. 그늘 없는 길을 걸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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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월을 맞은 목사의 부활주일 아침 식사...

(귀인이 함께 하는 식사라 풍성해진 것임)

맛있고, 느긋한 베이글연어샌드위치와 제각각의 마실 것...

 

한 달, 고독한 시간으로 떠나는 안식월 맞은 목사의 부활을 기도하며...

(귀인 덕분에 풍성하게 차려주게 되어 다행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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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면 김치찌개가 끓여져 있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으로 돌아온다. 긴 여행을 떠났다 집에 왔을 때, 김치찌개가 끓여져 있는 집이면 좋겠다. 몇 년 전, JP이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왔을 때, 여행 내내 체한 느낌으로 식사를 거의 못했다고 했다. 김치찌개였나, 김치말이국수였나. 집에 도착하는 시간에 딱 맞춰 준비했는데, 그걸 먹자마자 체기가 쑥 내려갔고 깨끗하게 나았다고 했다. 집은, 집밥은 얼마나 좋은 것인가! 문제는 내가 집에 없으면 그걸 해줄 엄마가 없다는 것이다.
 
여행에서 돌아왔는데, 깨끗하게 청소된 거실에 채윤이 마음이 담겨 있었다. "청소는 해놨네!" 기특하고 대견하다 싶었는데. 주방에 가서 놀랐다. 가스렌지 청소까지 해놓은 것이다. 하이고, 이건 대견한 것이 아니고... 나마스떼!다!! 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개 남비가 올려져 있는 가스렌지보다 더 따뜻하고 아름답다. 내가 가르치지 않은 예쁜 짓, 생각지 못하게 마주한 아이들의 선함에 경외감을 느낀다. 주말에 집에 왔다 간 현승이는 화장실 청소를 해놓았다고 한다.
 
나마스떼 채윤, 나마스떼 현승!     

I honor you!
 
 

라마스떼, 콩나물

현승에게 콩나물 심부름을 시켰다. 보내놓고 일을 하다 문득 정신 차려보니 애가 들어올 시간이 훨씬 지났다. 집 바로 앞이 가겐데. 무슨 일인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튀어 나갔는데 헉헉대며

larinari.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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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도 써야 하고, 연구소 일도 해야 하는데...

글도 일도 술술 풀리지 않고 알 수 없는 불안함에

마음이 우왕좌왕한다.

주님, 제 마음이 왜 이래요? 

저 좀 살려주세요.

재밌는 일을 만들어 주시든가,

반가운 톡이라도 하나 보내주시던가 뭐라도 좀 해줘보세요.

생기, 생명의 에너지가 필요해요.

 

엎드려서 기도했다.

기도하다 졸았다.

졸다 정신 차려 다시 등을 세우고 앉아 키보드를 두드렸다.

 

창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서 보니 직박구리가 와 앉아 있다.

어제 아침에 대추로 밥상 차려놨었는데,

비가 그치자 식사하러 오신 것이다.

한 마리씩 교대로 날아와 식사하고 가신다.

글 쓰는 내내 직박구리가 곁을 지키고 있다.

 

지금도 한 마리 계심!

기도 응답 빠르고 확실하심!

(글은 계속 잘 안 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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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는? 어떻게 큰아들 원두? 작은아들?" 키득키득...
 

JP와 나누는 대화가 대부분 좋지만 남들은 안재미, 우리만 재미있는 농담따먹기가 참 좋더라. 뉴질랜드 컵에 모닝커피 마시기로 했는데, 오늘의 원두는 큰아들 또는 작은아들이다. 뉴질랜드에서 가져온 두 개의 원두에 붙인 이름이다. 원두를 선사해준 각각의 두 가정을 우리끼리 그렇게 부른다. 뉴질랜드에는 두 아들이 있는데, 우리 아들이 아니라 이번 뉴질랜드 원정대 대장이셨던 '서쉐석목짠님'께서 복음으로 낳은 아들...이다. ㅎㅎ 뉴질랜드 펠로우십교회와 교회를 개척한 이들에게 쏟는 목짠님의 정성과 애정, 또 목짠님을 따르고 존경하는 그들을 보면 영락없이 아버지와 자녀이다. 그 사랑의 덕을 우리 부부가 보았다. 
 
뉴질랜드 남섬 대자연이 봉기하여 결혼 25주년을 축하해주었다. 눈 앞에 펼쳐진 풍광에 감탄사보다 먼저 나오는 소리가 "이거 실화냐!"였다. 사진 무지 많은데, 눈으로 본 감동을 다 담을 수가 없었다. 차차 공개해 볼 예정. 그리고 저 컵 얘긴데. 오른쪽은 2년 전 뉴질랜드 코스타에 갔던 JP가 사온 것이고, 왼쪽은 이번에 사온 것이다. 다녀오니 보이는 게 있다. 두 컵에 같은 새가 그려져 있고, 저 새와의 만남은 마주했던 어떤 풍광보다 깊고 진한 감동으로 남아 있다. 이 얘기도 차차 공개할까, 혼자만 간직할까 생각 중이다. 
 
아래 사진은 결혼 25주년 기념이라는, 또는 52주년까지 잘 살자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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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여행에서 돌아온 밤. 집에 계시지 아니하시는 딸 아드님 대신에 현관 앞에 기다란 박스 하나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뭣이다냐? 미나리도 한 철! 이 계절에만 나온다는 한재미나리가 마중 나와 계신 것이었다. 첫 끼니로 떡볶이를 했다. 요즘 계속 국물떡볶이를 밀고 있는 중인데. 당면을 넣고 바짝 졸여서 끈적한 떡볶이로 만들었다. 말하자면 미나리 먹기 위한 소스인 셈이다. 떡볶이에 아삭하고 향긋한 미나리 섞어서 맛있게 먹었다. 뉴질랜드 남섬 양고기... 까지는 아니어도… 살살 녹는 맛이었고!  저녁으로는 초무침을 했다. 증말... 내가 무쳤지만 감동의 맛이다! 내가 만들고 폭풍흡입 했다. 내 솜씨를 사랑한다! 늘 이때 서프라이즈~ 미나리를 보내곤 하시는 나의 은경샘, 귀국 날짜에 딱 맞춘 것도 야심 찬 서프라이즈였을 것이다. 이런 계획을 도모하면서 혼자 좋아서 헤헤 웃으시는 것도 다 보인다.  미나리의 마중은 감동, 만사가 감사!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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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박 13일의 뉴질랜드 일정을 마치고 어제 늦은 밤에 집으로 돌아왔다. 공항버스에서 내려 끙끙 캐리어를 끌고 돌아섰는데 "어서 와! 보고 싶었어!' 하는 소리가 떡 버티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성실도 하여라! 떠날 때 했던 약속(긴 외출)을 지키기 위해  버스 정류장 바로 앞에서 저러고 개나리가 피어 환영인사 하고 있었다. 돌아오니 봄이 되었다.

 뉴질랜드에서는 가을꽃이 한창. 남섬의 크라이스트처치 식물원에서는 어마어마하게 큰 다알리아를 만났고. 그리고 많은 이름 모를 꽃을 들여다보고, 찍어주고 했다. 이국 아줌마 아저씨가 코앞에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조금 부담스러웠으려나? 아니다. 좋아하는 것 같았다. 

 믿기지 않는 "별이 빛나는 밤"의 풍경을 만난 타카포 호숫가에도 작은 친구들이 석양을 받아 존재의 아름다움을 뿜어대고 있었다. 사진 찍어 보여주니 JP가 "율동공원 같은데!"라고 했지만 말이다. 
 

여행자 또는 방문객이 되어 누군가의 일상에 침투했다가 나의 자리로 돌아오니 며칠 경험한 그 일상들이 벌써 아스라하고, 아스라한 그리움은 그 삶의 자리들과 교회를 위한 기도가 된다. 
 
여하튼 나 돌아왔어. 연원마을의 새와 풀과 나무와 하늘과 공기, 산책길의 개천과 마른 논과 놀이터의 아이들 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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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질랜드의 하늘이다.
어디나 하늘이 있다.
뉴질랜드의 하늘은 드넓고 맑은 하늘이다.

 어느 아침, 아무렇게나 서서 아무 얘기 수다 중이었는데
뒤쪽에서 꼬부랑꼬부랑하는 천국의 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여기 좀 보세요, 제 꽃에 벌레가 앉았어요.

 정말 하늘나라의 강림이었다. 난입이었다.

 등을 보이고 있는 이국 아줌마에게,
맨발로 다가오는 하늘나라였다.

 복음 들고 산을 넘는 자들의 발길인 그분의 발걸음은
사뿐사뿐, 말랑말랑하다.
사뿐사뿐 말랑말랑 또 다른 곳에 복음을 전파하러 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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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넘는 긴 여행을 다녀오려니. 두고 가기 아까운 일상이 아쉽다. 최고의 자연 풍광을 마주할 예정이지만 우리 동네 새와 풀과 나무 친구들이 늘 제일 좋으니까. 바빠서 산책 나갈 시간이 없었는데, 어제는 짐 싸야 하는 시간에 일단 우짜든지 나갔다.  막 피어나려는 개나리 꽃봉우리에 인사를 했다. 돌아오면 만개해 있겠네.

 

아이들 어릴 적에 첫 웃음, 첫 뒤집기 순간, 첫 '엄마' 발화 순간, 첫 걸음마 순간. 얼마나 경이로운 순간이 많았던가. 일하는 시간이 좋았지만, 퇴근하면 뭔가 하나를 했고! 부모님께서 흥분해서 상황을 전하시는데 어쩐지 섭섭하고 아쉽고 그랬었다. 조금은 그런 느낌이다. 한 송이 한 송이 피어나는 개나리를 보지 못하는 게 그때 그 심정으로 아쉽다. 

 

이러고 나는 가서 누구보다 그 순간에 몰입해서 감탄하고 흥분할 위인이니, 걱정은 마시고 가서 미션 수행 잘 하고, 여행 잘 마치고 오기를 빌어주세요. 다녀오겠습니다, 연원마을의 새와 풀과 나무와 하늘과 공기, 산책길의 개천과 마른 논과 놀이터의 아이들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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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행을 다녀와야 해서 냉장고를 비우는 쪽으로 끼니를 때우게 된다. 오래된 배가 하나 남아 있었는데, 후식으로 먹으려는 JP를 막았다. 나는 "먹어 치운다"는 말이 싫다. 끼니를 "때운다"는 말도 싫다. 냉장고를 비운다는 것은 사실 먹어 치우고, 먹어 치운다는 것은 대충 끼니를 때우는 것인데 말이다. (그래서 막았나 보다.) “그거 해줄게!"라고 했다. 며칠 전 JP가 "어머님이 하시던 그 부추 샐러드"라는 말을 했었다. 배를 갈아서 소스를 만들고 영양부추와 찢은 맛살 위에 뿌리는 샐러드이다. 마트에 갔더니 영양부추가 없다. 할 수 없이 그냥 부추 한 묶음을 샀다. 샐러드 한 접시 하고 나니 반이 남는다. 남은 게살, 냉동새우 털어 넣고 전을 부쳤다.
 
엄마 기일에 JP에게 엄마를 떠올리면 어떤 좋은 기억들이 나냐고 물었더니. 갈 때마다 정성스럽게 밥을 해주시던 것이란다.(그래서 내가 굳이, 수고스럽게, 남은 배 하나를 엄마의 샐러드로 심폐 소생하려 했나 보다.) 살림을 놓기 전까지 갈 때마다 정말 정성스럽게 밥을 해주셨다. 메뉴는 거의 비슷했지만, 정성만은 늘 새로웠다. 부추 샐러드, 모양은 비슷한데 엄마의 그 맛은 아니다.  JP는 어머니 그 맛이라고 했다. 처음 우리 집에서 식사할 때 먹고 "맛있네요!" 한 마디 하는 통에 "김서방이 좋아한다"며 이 샐러드가 빠지지 않았었다. 
 
엄마표 샐러드는 추억으로 먹었고, 남은 부추로 만든 전이 더 맛있었다. 시든 배 하나를 잘 먹어 치웠다! 한 끼를 맛있게 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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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역국 끓일 때, 산후조리 하는 집처럼 산더미 같이 끓인 후에, 먹고 먹고 또 먹고 하는 게 참 좋던데. 먹다 질리면 거기에 수제비나 라면 넣어서 미역국 수제비, 미역국 라면으로 먹으면 그렇게 맛있던데... 미역국 정말 좋아하는 편. (조금만 정줄 놓았다면) 한 달 내내 남이 해주는 다양한 미역국 먹는 즐거움에 애를 하나 더 낳을 수도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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