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람들과 같은 음식을 하고, 똑같은 갈등을 반복하는 명절 수십 년이다. 명절만 없었다면, 저 사람만 없었다면 하던 시간들이었는데 주변에서 사람들이 사라지고 명절도 힘을 잃었다. 어머니의 명절 이야기이다. 몸의 한 부분으로 기울어 수십 년 살아와 틀어져 고착된 관절 같은 명절이다. 같은 사람과 같은 음식을 하며 같을 갈등을 겪느라 마음 어디가 기울어 틀어져 버렸지만 명절이 사라졌다. 명절과 함께 사람들도...

명절 전날 여자들이 모이는 시간, 만드는 음식, 일이 끝나는 시간, 명절 당일 아침에 모이는 풍경, 어정쩡한 예배, 식사, 그리도 점심, 또 저녁 손님... 어쩌면 그렇게 어느 해 명절을 따로 특정할 수 없을 만큼 똑같이 찾아왔었다. 명절 전후의 걱정 근심, 그리고 분노와 피해의식도. 매 명절마다 같았다. 그런데 이제 매 명절마다 "어떻게 모이지? 뭘 먹지?"를 아주 새롭게 고민하고 창의적으로 계획해야 하는 때가 되었다. 채윤이 현승이가 각각 공부로 시간을 낼 수 없다는 특별한 상황을 백분 활용하여 또 다른 모양의 추석이다. 어머니 모시고 셋이 비싼 식사하고, 걷고, 차 마시는 추석 전야를 보냈다.

종갓집 맏며느리로 북적대는 식구가 싫었고, 그들을 먹이고 입히는 일이 고통스러웠던 어머니, 조용히 단출한 음식을 하고 싶었던 어머니에게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고 단출해도 너무 단출한 노년의 시간이 왔다. 혼자 지내시는 것이 외롭고도 외로우시다. 최선을 다해 도와도 어머니 일생의 서사가 담긴 그 외로움과 서러움을 해결할 수 없으니 근심이 쌓여가고. 그래도 힘을 내어 할 줄 모르는 너스레를 떨고, 농담을 하여 웃겨 드리고, 토닥여드리는 모습이 아름답다.

야야, 나는 먹기 싫으면 안 먹고, 그냥 바나나랑 견과류 넣어서 휘리릭 갈아서 먹으면 아침 땡이야. 혼자 밥 먹기가 너무 싫어. 어머니, 저는 아침 세 번을 차려요. 각각 시간대 별로 일어나서 먹는 것도 다 달라요. 현승이는 꼭 국에 밥 말아먹어야 하고요....(셋 다 각자 알아서 먹는 편이지만 과장해 봄) 그렇지, 세 식구 따로따로 먹으면 힘들지... 그렇지...

젊은 부부들이 육아전쟁으로 부부전쟁도 치르고 내면의 전쟁을 치르는 것을 들으면 "그래도 다시 안 올 아름다운 시간인데. 힘들어도 지금이 제일 예뻐..."라고 가닿지 않을 말을 하(거나 삼키)곤 한다. 돌아보면 육아로 힘들 때 "언제 우아하게 외식 한 번 해보지?" 막막했던 어떤 날이 있었는데. 그 힘겨웠던 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그리운 시간이 될 줄이야. 우리 어머니는 수십 명 모여 북적이던 그 명절의 시간이 그리우실까? 여전히 지긋지긋하셔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으실까? 그런 회한이 좀 있으시면 좋겠다. 약간의 회한 끝에 단출하여 외로운 오늘에서 조금이라도 좋은 것을 발견하셨으면... 이렇게 단 한 번의 새로운 추석이 가고 있다.

현승이가 일어났다. 단 한 번의 아침 식사를 챙겨줘야지.

명절은 죄가 없다

2년 여 모이지 못했던 시가의 명절 모임을 했다. 어머님만 모시고 와 하루 함께 식사하고 놀아드리려 했는데. 어쩌다 다 함께 모이게 되었다. 기꺼이 식사 준비하려고 마음먹었다. 메뉴 조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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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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