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먹고 zoom 모임 전까지 걸을 시간이 있었다.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 걷기로 했다. 식탁에 앉아 노닥거리다 창밖을 보니 하늘이 붉다. "어, 지금이야. 지금 나가야 돼." 하고 일어났다. "아, 지금? 개와 늑대의 시간! 빨리 나가." 아침 설거지도 했다며 저녁 설거지는 아빠가 하라던 채윤이가 말했다. 투덜투덜, 기꺼이 저녁 설거지 당번을 맡아 주면서.

해가 지는 시간, 해지고 어두워지며 개와 늑대가 구분이 안 가는 시간이라고 한다. 노을이 물드는 시간이기도, 밤으로 가는 시간이기도. 참 좋아하는 때이다. 단지를 빠져나가는데, 저 녀석! 개도 아니고 늑대도 아닌 고양이가 길 한복판에 드러누워 있다. 성원, 금호, LG 아파트의 귀여움을 관활하는 놈이다. 번듯한 집을 짓고, 오가는 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살이 디룩디룩이다. 팬서비스도 수준급이라 사진 포즈 기가 막히게 잡아준다. 개와 늑대와 고양이의 시간.

탄천에는 아무렇게 피어있는 개망초가 한창이다. 오늘은 개망초가 참 예뻐 보인다. 어스름한 빛이라 흰색이 도드라져서 인 듯하고. 무더기 무더기 피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참 예쁘다. 개와 늑대와 개망초의 시간이다. 두툼하고 뭉툭한 JP의 손을 잡고 개망초 옆을 걷는다.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우리라서 좋다. 개와 늑대와 JP&SS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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