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뉴질랜드 코스타 참석하느라 집을 비웠다. 현승이 수능 날에 출국하여 마지막 논술시험 마치는 날에 들어오는 일정으로. 일정도 어쩌면... "중요한 때 아빠가 액운을 싹 몰아가지고 바다 건너갔다가 끝나고 오는 거라고 쳐. 어쩌면 아빠 자신이 액운... ㅎㅎ"
월요일 아침 현승이와 둘이 밥을 먹다가 말했다.
월요일인데, 월요일엔 아빠랑 같이 보내는 안식일이거든. 걷고, 밥 먹고, 카페 가서 책 보고.... 그렇게 쉬는 날인데. 아빠가 없으니까 어쩐지 월요일이...
허전해?
아니. 휴가받은 느낌이야. 쫌 좋아. 월요일에 아빠랑 쉬는 거 진짜 좋아하거든. 그런데 오늘 여유 시간이 생긴 것 같고 막 뭔가 홀가분하고 그러네.
아, '아주 오래된 연인들'이구나. 엄마 아빠....
(015B 노래 '아주 오래된 연인들' 맞다. 현승이 태어나기도 전 노래지만, 이걸 말하는 거 맞다. 얘는 어렸을 적 장래희망이 '옛날 가수'인 애라서 그렇다.)
일종의... 그런가 봐.
낮에 '아주 오래된 연인들' 가사를 찾아보았다.
❝저녁이 되면 의무감으로 전화를 하고 / 관심도 없는 서로의 일과를 묻곤 하지 / 가끔씩은 사랑한단 말로 서로에게 위로하겠지만 / 그런 것도 예전에 가졌던 두근거림은 아니야 / 처음에 만난 그 느낌 그 설레임을 찾는다면 / 우리가 느낀 싫증은 이젠 없을거야~이야❞
아닌데... 아직 두근거리는데. 설렘도 있는데... (빡침과 싫증이 없다고는 안 했음)
저녁에 현승이에게 다시 말했다.
현승아, 엄마빠 '아주 오래된 연인들' 그거 아니야. 가사 다시 찾아봤는데. 아니야. 엄만 아직 아빠한테 설레. 아침에 말한 느낌은 좀 다른 거야.
아, 그런 거구나! 나도 시험 때 아빠가 없으니까 뭔가 편한 게 있어. 아빠가 죽은 것도 아니고... 시험 끝날 때 올 거고. 아빠는 노력해서 한 마디 하는데, 내가 예민해 있을 테니까 또 짜증 낼 수도 있잖아. 그러면 또 아빠가 엄청 신경 쓰일 거고, 그런 아빠를 아니까 나는 더 신경 쓰이고... 그래서 뭔가 마음 편한 게 있어.
그치? 그치? 그 비슷한 걸 말하는 거야.
MBTI로 NT 아빠-NF 아들, 에니어그램으로 5번 아빠-4번 아들 사이 긴장이 있다. 서로 사랑하는데, 가끔씩 도통 이해 못 하는 그런 지점이 있다. 그걸 말하는 거다. 아무튼, 그가 오늘 돌아온다! 현승이 논술 입시도 오늘이면 끝이다!
와이카토 대학 캠퍼스에 선 JP.
'JP&SS 영혼의 친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동란 (0) | 2023.04.05 |
---|---|
축구에 진심, 설교에 진심 (3) | 2022.12.08 |
Sabbath diary 43: 약함과 악함 (2) | 2022.11.08 |
단 한 번의 추석 (0) | 2022.09.11 |
Sabbath diary 42 : 영화 취향, 신학 취향 (0) | 2022.0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