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카페 '읽는 기도'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전의 어떤 책 보다 공감을 얻어내기 어려웠다. 조회수도 나오지 않고, 혼잣말처럼 필사하고, 묵상 내용은 셀프 메아리 댓글로 달아 올렸다. 독백의 유익을 알았다. 독백이 아니었다. 500여 년 세월을 뛰어넘어 예수님과 사랑이 빠진 한 여인과 만나는 만남이었다. 이 내밀한 만남을 '논문'이라는 형식에 담는 작업 중이다. 좋은 우연들에 힘입어 20여 년 만에 논문을 다시 써보려 한다. 너덜너덜해진 <영혼의 성>을 매만지며 '논물 쓸 결심'을 새롭게. 아래는 오늘 아침 연구소 카페에 올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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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음터 벗들과 같은 기도로 시작하고 싶은 바램으로 '읽는 기도'로 하루를 열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일종의 '필사'이고, 쓰는 기도가 됩니다. 여러 권의 책으로 기도했습니다. 엊그제 <영혼의 성>을 끝냈는데, 이것은 다른 어떤 책 보다 의미가 있습니다. 16세기 가톨릭 수녀님의 언어를, 우리와 차원이 다른 기도를 경험하신 이야기를 읽고 오늘의 묵상 주제로 가져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결국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머리의 이해가 아니라 마음 기도의 연결이었습니다. 아침마다 글을 올리는 저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눈 뜨면 먼저 카페로 들어와 읽는 기도 게시판을 열며 시작하는 몇 분도 같은 은혜를 누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희한하게 꼭 오늘 내가 들어야 할 말씀을 해주시는 것입니다.
좋은 일에는 좋은 우연이 따릅니다.
<영혼의 성>을 마친 날이 아빌라의 데레사 수녀가 선종하신 날이라는 것을 알고 저는 심장이 쿵쿵거렸습니다. 누군가는 "우연히 그럴 수 있지!" 라고 말하겠지만 제게는 우연 그 이상이니까요. 존경하는 스승님께 이 말씀을 드렸더니 "좋은 일에는 좋은 우연이 따르더라구요."라고 하셔서 지지와 격려를 받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여러 좋은 우연과 우연으로 나음터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제 새로운 '읽는 기도'를 시작해야 하는데, 어느 책으로 해야 하나... 여러 후보 중 고민 끝에 <영혼의 성>을 제대로 한 번 더 할까 마음 먹었었습니다. 가장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연구원 선생님들이 이제야 맛을 알아가기 시작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더 많은 벗들과 데레사 성녀의 기도 영성을 공유하고 싶기도 하고요. 그리 마음먹고 있는데... 또 다른 좋은 인인이 난입하였습니다.
<리처드 로어 묵상 선집> 분도출판사
영성적 에니어그램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내 안의 접힌 날개>를 쓰신 리처드 로어 신부님의 묵상집이 막 발간이 된 것입니다. 저는 이 분의 책을 출간 즉시 구입하여 그 자리에서 읽기 시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나음터 영성의 한 축은 리처드 신부님의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책은 무려 daily meditation입니다. 그간의 저작과 강의에서 하루 분량 묵상 글로 발췌하여 편집한 것입니다. 이런 좋은 우연이라니요!
내일부터 시작합니다. 부디 '읽는 기도'로 같은 아침을 여는 벗이 한 분이라도 더 생기면 좋겠습니다. 이제 읽고 지나가지만 마시고, 한 줄이라도 묵상은 나눠주시면 좋고요. 기도와 묵상의 루틴을 가지는 일은 참으로 좋은 훈련이 됩니다. 아침마다 필사와 묵상으로 시작하는 저의 아침 루틴은 저를 지켜내는 참 좋은 습관이 되고 있습니다. 함께 해요! 이 묵상집의 원제는 <Yes, And...>입니다. 저라면 번역하며 이 책을 제목에 넣었을 것 같아요. 하루를 시작하기 얼마나 좋은 말인가요?
Yes,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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