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7/14

채윤이 유치원 입학하고 첫 발표회를 했다. 동시발표회란다..

무대체질에다가 워낙 똑 소리나는 언어구사능력을 지닌 딸인지라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유치원엘 갔었다. 채윤이에 앞서 5살짜리들의 발표를 보니, 구엽기도 했지만 그중 돋보일 채윤이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레였다.

드디어 채윤이 차례.. "안녕하세요? 저는 새싹반 김채윤입니다...." 역시, 발음 하나는 죽여주는구만.. 채윤이가 등장하자 나는 뒤에서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었다. 근데 웬지 채윤이 표정이 좀 얼어 있는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뿔사! 아니나 다를까? 김채윤.. 쬐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동시를 발표하더니 급기야 중간에 멈추고 선생님을 쳐다보는게 아닌가!! 선생님의 도움을 세 번이나 받으며 김채윤 마무리 인사... "엄마, 아빠 사랑해요, 삼촌도 사랑해요" 그리고는 옆문으로 나갔다.

아~ 이게 무슨 일인가?? 사회를 보던 선생님 왈, 아침 연습때까지만 해도 큰 목소리로 잘 했다던데.. 무대에서 쫄 김채윤이 아닌데 왜 채윤이가 그랬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마음이 아팠다..

나는 채윤이가 날 안닮아 앞에 잘 나서는 게 너무 좋았다. 교회에서 성경구절 외우지도 않고 무대뽀로 앞에 나가질 않나, 병원에서 대표기도 할때 초등학생처럼 하질 않나, 여기저기서 노래하질 않나.. 그래서 기대도 크고 욕심도 많았고 때론 협박과 회유를 통해 발표를 시킬 때가 많았었다.

그날 오후, 채윤이에게 "오늘 채윤이 발표 보고 아빠 마음이 아팠다. 왜 그랬을까? 하고 물었다. 채윤이는 "왜? 아빠가 말해봐!" 라고 대답했다. 사실을 말하면 오히려 좋지 않을까봐 그냥 채윤이가 다시 말해보라고 하고, 채윤이가 그래도 대답하지 않자 대충 화제를 돌려 버렸다.

그동안 채윤이한테 '앞에 나가 발표하면 좋은 선물 주겠다'는 말로 얘기를 자주 했던게 생각난다. 부끄럽기도 하고 귀찮기도 한데, 아빠가 자꾸 시키니까 그리고 선물준다니까 마지못해 '발표'(노래, 기도 등) 하던 채윤이가 생각난다. 아이가 발표를 하던 안하던, 잘 하던 못하던 아이에게 좀 더 자유를 주고 격려를 줘야 겠다. 안한다고 실망하고 못한다고 구박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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