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재우려고 누우면 채윤이가 하는 말 '엄마! 꽃밭에 얘기 해 줘!'
'꽃밭에 얘기'란 내가 어려서 자라던 시골 목사관에 있던 꽃밭 얘기를 말하는 겁니다.
어느 날 채윤이 재우다가 이 얘기를 한 번 해줬는데 그 이후로 잘 때 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싶어합니다.

꽃밭에 있던 꽃의 이름, 꽃밭에 물을 주던 아버지, 사루비아 꽃에서 따 먹던 꿀....
채송화, 봉숭아, 사루비아, 작약, 나리꽃, 장미, 찔레, 무화과 까지....

얘기하다 하다 소재가 떨어져서 밤에 화장실이 급할 때 화장실 까지 가기 무서울 때는 꽃밭 앞에 앉아서 응아를 했던 일, 또 꽃밭에서 벌에 쏘인 동생이 뚱뚱 부었던 얘기.
생각나는 대로 하나 씩 해 주었습니다.

채윤이는 이상하게 꽃밭 얘기를 외할아버지와 연관시켜서 듣는 것 같아요.

오늘도 그 얘기 끝에 '엄마는 꽃밭을 생각하면 외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 그러면서 '꽃밭에서'라는 노래를 불러 주었요.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
아빠가 매어놓은 새끼줄 따라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

애들하고 재미있게 뛰어 놀다가 아빠 생각 나면 꽃을 봅니다.
아빠는 꽃을 보며 살자 그랬죠. 날 보고 꽃을 보며 살자 그랬죠.

이 노래를 불러 주는 동안 채윤이가 손으로 자꾸 얼굴을 더듬는 거예요.
그리고 노래가 다 끝나니 하는 말 '자꾸만 눈물이 나올라구 한다'
이러면서 '엄마! 우리는 외할아버지가 보구 싶지?' 하네요.
한 번도 보지 못한 외할아버지를 말이죠. 엄마의 그리움을 채윤이도 아나봐....

200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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