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7/14

우리가 어떻게 양육하는 것과 상관없이 채윤이는 외향형인 것 같다.
원래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것 좋아하고,
여러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것 좋아하고,
새로운 환경에 금방 적응하고,
자기표현이 빠르고 분명하고.....

노래를 잘 하는 채윤이를 어디서나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도구로 많이 활용하였다.
진심으로 노래 잘 하는 우리 딸 자랑하려는 마음보다 다른 마음이 더 컸다.
어디서든 어린 아이가 노래를 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어른들의 딱딱한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특히 채윤이처럼 '야곱의 축복' '또 하나의 열매를 바라시며' 들의 최신 복음성가를 정확히 부르는 것은 모임에 활력을 주고 기쁨을 주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채윤이가 알아듣건 못 알아듣건 설명하곤 했었다.
'채윤아! 하나님이 채윤이한테 노래를 잘 하고 잘 배우는 선물을 주셨어. 하나님이 선물을 주실 때는 그걸로 다른 사람에게 또 다른 선물로 나눠주라고 하시는 거야.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 주라는 것이지. 채윤이가 노래하면 모두 기뻐. 그러니까 부끄러워 하지 말고 언제든 큰 소리로 노래해.'

요즘 채윤이가 자의식이 더 많이 생기며 더불어 타인에 대한 인식이 더 발달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부끄러움'이라는 걸 많이 느끼는 것 같다.
'엄마! 부끄러워서 못하겠어' 하는 말을 자주한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채윤아! 다른 사람 앞에서 노래하고 기도하고 이러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약한 친구를 안 도와주고 내 맘대로 할려고 하고 친절하게 말하지 않는 게 진짜로 부끄러운 거야' 하면서 달래고 한다.

그런 설명에도 소용없는 것 같다. 채윤이의 '사회성'이 또 한 번 업글되는 과정이니까...

병원에 병문안을 가거나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채윤이 노래 좀 해봐라' 하는 말에 부끄럽다는 이유로 뒤로 뺄 때, 이렇게 협박도 했었다.
김채윤! 1번 노래한다, 2번 기도한다 , 3번 개다리춤, 4번 집에 간다. 몇 번 할래?
이렇게 말이다. 그러면 4번은 싫으니까 셋 중 하나를 하기는 하는데..... 최근에는 싫은데도 어쩔 수 없이 했던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아빠의 반성처럼 엄마 아빠의 생각없는 푸쉬가 많았던 것 같다. 아무리 채윤이가 노래를 잘 하고 또 외향형의 아이라 해도......물론 그런 일 때문에 동시발표 때 기어들어가는 소리를 낸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냥 그 순간 갑자기 까먹을 수도, 목소리가 작아질 수도 있었던 것.

엄마 아빠의 생각 없는 행동에 경종을 울려주는 계기가 된 건 오히려 감사한 일이다.

채윤이의 감정과 상관없이 노래시키고 개다리춤 추게 시킨 비인격적인 행동을 회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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