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7/04

아빠가 목자가 되고 나서 처음으로 목장모임이 있던 날입니다.
목장모임! 항상 채윤이 마음을 들뜨게 하는 말이지요. 비록 가서 싸우고 삐지고 우는 일도 적지 않지만 그 곳에 가면 항상 먹을 것과 많은 친구들 언니 오빠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노래, 먹을 거, 사람들 채윤이가 좋아하는 삼박자가 다 있는 곳이지요.
게다가 우리 아빠가 목자가 되셨으니.....채윤이도 적잖이 들떠 있었습니다.

드뎌! 목장 식구들이 왔습니다. 아찌 둘과 이모 하나.
채윤이는 자꾸 묻습니다. '엄마! 목장 식구들 언제 와?'
적어도 채윤이에게 목장 모임은 애들이 최소한 10명, 많게는 17명 정도는 되어야 목장이라 할 수 있죠.
처음부터 늘 그랬으니까요.....

딸랑 어른 셋이 왔는데 목장 식구들이 다 왔다는 겁니다.
그래도 찬양이 있으니 좋습니다.
'또 하나의 열매를 바라시며'
'야곱의 축복'
'선하신 목자'
'주의 자비가 내려와'
'소원'
채윤이가 좋아하는 곡들을 다 불렀으니 좋았죠.

오늘의 본론은 여기서부터 입니다. 나눔이 무르익어 가는 동안 엄마는 수박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수박을 깍둑썰기로 썰어서 포크와 함께 내는 것을 좋아하는데 채윤이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엄마한테 쪼르르 와서는 '엄마! 나는 길게 짤라 주세요' 하기에 몇 조각을 먼저 잘라서 따로 그릇에 담아 주었습니다. 좋아라 하고는 그릇을 들고 상으로 가서 먹는데.....
한참 나눔을 진행하고 있던 목자라는 아빠가 하는 말.
'야! 너는 수박을 혼자 먹냐?'
이 말 한 마디에 채윤이. 그 화통 삶아 먹은 목소리 다 어디로 가고 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물만 뚝뚝 흘리면서 엄마 가슴에 파묻힙니다. 표현하기 좋아하는 녀석이 왜 그러냐 물어도 대답도 못하고 서러운 울음만 소리 없이 웁니다.

나름대로 우리집에 온 손님들 앞에서 '너 혼자 먹냐?' 이 소리가 너무 민망하고 부끄러웠던 것입니다. 손님들 수박은 엄마가 준비하고 있었고 엄마가 줘서 먹은 것이지 자기는 먼저 달하고 하지도 않았거든요. 웬마한 일에 엄마든 아빠든 '채윤아! 미안해' 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면 '괜찮아! 아빠. 나두 미안했어' 하는 녀석이 미안하다는 아빠 말에 울면서 고개만 가로 젓습니다.

아빠! 채윤이도 아빠랑 똑같은 인격이예요. 잊지 말아주세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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